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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시행까지 3주...'모호한 기준'에 기업들 "애 탄다"

등록 2022-01-05 04:04:00   최종수정 2022-01-10 09: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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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사망사고 발생 시 경영자 처벌 가능

경영계 "안전보건관리체계 모호해…의무범위 예측할 수 없어"

기업들 상황에 맞게 안전관리 대책 마련…"일단 예방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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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오는 27일부터 산업재해 발생 시 원청의 최고 책임자까지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아파트건설 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2022.01.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신귀혜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3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업 경영진의 불만은 여전하다. 법에 이어 나온 시행령에서조차 내용이 모호하고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5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해 1월 국회를 통과해 이달 27일부터 시행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는 것이지만 중대재해의 유형과 경영책임자 범위 등이 불분명하다는 것이 경제단체와 기업들의 지적이다.

법상 경영책임자는 통상 대표이사 또는 안전담당 이사로 규정하고 있는데, 경영책임자를 따로 선임한 경우에도 대표가 처벌 대상이 되는지 등 명확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법령 '불명확'…"부담 느끼지만, 안전관리는 당연"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해 7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관련 산업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경영책임자 의무인 안전보건관리체계 내용(적정한 예산, 충실하게 수행 등), 안전·보건 관계 법령이 불명확해 의무범위를 예측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중소기업의 경영상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잘 살펴달라”면서 처벌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목소리를 냈다. 최 회장은 지난 달 22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중대재해법 처벌 정도가 아직 명확지 않아 기업 입장에서는 내가 처벌받을 확률이 생기면 겁을 먹는 게 당연하다"며 "사업하려는데 내 생각과 상관없이 감옥에 가야 할 확률이 생겼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에 봉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 역시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기업의 의무가 어디까지인지 등, 법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그런 부분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법이 시행되고 시간이 지나다 보면 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법의 시행이 임박한 만큼 각계 기업들은 사업장 안전 관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안전관리를 위한 사내 조직을 별도로 마련하고, 사내에서 안전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외적으로 (안전관리) 컨설팅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 중대재해 관련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안전부문 인력을 증원하고 안전 교육, 평가를 내실화하는 등 조치가 이뤄졌다"며 "사내협력 업체 인원도 동일한 기준으로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부담은 느끼지만, 안전관리는 법 시행을 떠나 당연히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전에 사망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예방조치를 해온 것"이라며 "특별히 법 시행만을 이유로 조치한 것이 아니라 (중대재해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게 중요하기 때문에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도 "꼭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이 아니라,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안전관리 강화는 계속되어오고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사각지대 '어쩌나'…中企 54% "의무사항 준수 불가능"

노동계는 법 적용 대상이 한정적이어서 사각지대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 1월까지 시행이 유예된다. 5인 미만은 법 적용에서 아예 제외됐다.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자도 대상에서 빠졌다.

이럴 경우 배달대행 업체가 관리자를 4명만 채용하고, 배달기사 수십명과 위탁 계약을 체결해 배달을 맡겨도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하지 못한다.

한편 지난해 말 중소기업중앙회가 50인 이상 중소제조기업 32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제조업 중대재해처벌법 준비 실태조사’ 결과, 중소제조업체 53.7%가 시행일에 맞춰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특히 50~99인 기업은 불가능하다는 응답이 60.7%로 높게 나타났다.

시행일에 맞춰 의무 준수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의무이해 어려움’(40.2%)과 ‘전담인력부족’(35.0%) 순이다. 가장 시급한 정부 지원으로는 ‘업종별·작업별 매뉴얼 보급’(29.9%), ‘안전설비 투자비용 지원’(25.3%), ‘업종·기업 특성 맞춤형 현장컨설팅 강화’(24.5%) 순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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