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뚫고 와 더 반갑고 황홀…뮤지컬 '라이온 킹'[이 공연 Pick]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너무나 익숙한 장면이지만, 뮤지컬 무대로 만나는 '라이온 킹'의 감동은 더욱더 진하다. 명장면으로 꼽히며 '라이온 킹'을 상징하는 넘버 '생명의 순환(Circle of Life)'의 웅장하면서도 희망찬 노래가 무대의 막을 올리며 황홀함을 안긴다. 아프리카 특유의 소울을 담아 다양한 동물들이 뛰노는 무대는 그 순간만큼은 거대한 왕국이 된다. 지난 시즌과 달리 코로나19로 객석에서 등장하는 동물들을 만날 순 없지만, 눈과 귀를 사로잡는 첫 장면부터 동물들과 혼연일체된 듯한 매력적인 배우들의 몸짓과 연기에 빠져들며 그들의 왕국 '프라이드 랜드'에 초대 받는다. 지난 2018~2019년 오리지널 내한 공연 이후 3년여 만에 돌아온 제왕은 그 이름에 걸맞는 무대를 선사한다.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는 24년여간 21개국, 100여개 도시, 1억1000만명 이상이 관람한 전 세계 역대 흥행 1위 작품이다. 이번 공연을 앞두고 코로나19 여파로 개막이 두 차례 지연되는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무사히 막을 올려 관객들에게 반가움을 더한다.
전사의 복장으로 머리 위에 왕관처럼 얹혀진 사자 가면을 쓴 사바나의 왕 무파사는 용맹하고 정직한 모습을 보여주며, 깊은 상처를 입은 눈과 비뚤어진 얼굴, 적은 갈기를 가진 스카의 가면은 교활하고 뒤틀린 내면을 담고 있다. 스카의 심복 하이에나들도 목소리부터 외형까지 엉뚱하고 비열한 모습으로 애니메이션에서 막 튀어나온 것만 같다. 또 조종하는 퍼펫(인형)으로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는 왕의 집사 코뿔새 자주 그리고 "하쿠나 마타타!"를 외치며 걱정보단 즐기는 인생을 전파하는 심바의 친구 티몬과 품바는 극 중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아리랑'을 부르는 등 곳곳에서 한국어 대사도 찾아볼 수 있다.
'생명의 순환'으로 귀결되는 주제는 간단하지만 삶의 이치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메시지로 짙은 공감과 감동을 준다. 죽음은 슬픔을 부르지만 또다른 새 생명으로 이어지며, 약육강식의 세계라도 자연의 섭리에 따른 균형이 맞아야 모든 것이 어우러지고 공존할 수 있다. 이는 바로 우리,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극 중 스카의 음모에 걸려 물소 떼로부터 심바를 구하려다가 죽음을 맞는 무파사, 아버지의 죽음을 자책하며 도망쳤지만 자신에게 무파사의 얼굴을 발견하며 스스로 존재를 깨닫는 심바의 모습은 긴박하고 강렬한 장면으로 저릿한 여운을 안긴다. 위험에 빠질 뻔한 어린 심바에게 무파사가 선조들의 별빛 아래 진정한 용기와 균형을 가르쳐주는 모습도 따뜻하게 가슴에 내려앉는다.
오는 3월1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며, 이후 4월에 부산 드림씨어터를 찾아갈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