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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빈티지가 되지 못한 추리극…'나일 강의 죽음'

등록 2022-02-09 08:00:13   최종수정 2022-02-14 09: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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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 '나일 강의 죽음'(감독 케네스 브래나)에 대해 말하기 전에 잠깐 다른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극장 문화의 변화에 관한 것이다. 팬데믹은 극장을 찾는 관객을 OTT 플랫폼으로 옮겨놨다. 집에서 영화·드라마를 스트리밍 하는 걸 더 선호나는 요즘 관객은 이제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만 극장에서 본다. 가장 최근 사례가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의 성공과 '해적:도깨비 깃발'의 실패다. '해적'은 설 연휴 닷새 간 100만 관객을 채우지 못했다. 완성도의 문제도 있었지만, 말하자면 관객은 '스피이더맨'을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로 판단한 반면 '해적'을 그런 영화로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관객은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나일 강의 죽음'에는 아쉬운 게 많다. 이 작품이 준수한 완성도를 갖췄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이 영화가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넷플릭스·디즈니+·왓챠 등에 있는 차고 넘치는 콘텐츠를 제쳐두고 극장에서 볼 정도의 작품이냐고 한다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이건 단순히 완성도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큰 스크린으로 봐야 할 만한 이유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지난해 개봉한 '듄'이 일각의 비판적 시각에도 154만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건 압도적인 규모의 촬영과 이를 체험하게 하는 연출 덕분이었다. 영화관에서 봐야 이 작품의 참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의견이 대세가 되자 '듄'은 흥행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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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나일 강의 죽음'은 매끈한 영화다. 연출과 함께 주연까지 맡은 케네스 브래나의 '에르퀼 푸아로'는 여전히 매력있는 탐정 캐릭터다. 갤 가돗, 아네트 베닝, 레티티아 라이트, 아미 해머, 톰 베이트먼 등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맛도 있다. 193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정교하게 반영해 만들어낸 초호화 여객선 세트나 의상 등은 우아하다. 특히 65㎜ 필름 카메라(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애용하는 카메라다)로 고대 이집트 유적지와 나일 강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몇몇 장면은 유려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돌고 돌아 다시 한 번 똑같은 지적을 해야 한다. 이 작품이 코로나 시대를 지나고 있는 관객을 설득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어도 '나일 강의 죽음'은 요즘 관객에게 매력을 어필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동명 원작 소설을 그대로 영화화하는 것만으로는 시도때도 없이 수사물을 보면서 온갖 작품이 쏟아붓는 자극에 익숙해진 최근 관객을 움직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는 전작인 '오리엔트 특급 살인'(2017)에서도 똑같이 드러난 약점이었다. 현대적 각색 없이 원작에 충실한 연출은 좋게 말해서 클래식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대체로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다. 그러니까 "이 안에 범인이 있다"고 외치는 대사는 더이상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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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로는 이집트로 휴가를 갔다가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녀의 신혼여행에 초대받아 나일강을 따라 움직이는 프라이빗 여객선에 오른다. 상속녀는 매일 밤 파티를 열며 평화로운 여행을 하던 어느 날, 죽은 채로 발견된다. 푸아로는 살인자를 잡기 위해 여객선에 탄 사람들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이들에게 하나같이 상속녀와 관계된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는 걸 밝혀낸다. 일부 승객이 추가로 살해되는 일이 발생하고 푸아로는 드디어 범인을 지목한다. 영화는 2019년에 완성됐다가 코로나 사태로 수차례 개봉이 연기돼 올해가 돼서야 관객을 만나게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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