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 품는다…'10년간 노선·슬롯 반납' 조건부 승인(종합)
공정위, 대한-아시아나 결합 조건부 승인신규항공사 진입 시 슬롯·운수권 반납해야국내 LCC뿐만 아니라 외항사도 확보 가능운임 인상 제한·좌석 축소 금지 조치 부과경쟁당국 심사 반영해 시정조치 최종 확정
[세종=뉴시스]고은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공정위는 양사의 결합으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국내외 여객 노선에 대해서는 향후 10년간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허용 횟수)·운수권 이전 등 조치를 부과했다. 공정위는 "항공당국·이행감독위 등과 함께 시정조치의 효과적 이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국제선 26개·국내선 14개 노선 경쟁 제한성 우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11월 17일 아시아나의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2021년 1월 14일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2019년 탑승객 수 기준 항공 여객 부문에서 우리나라 1위와 2위, 세계 시장의 44위와 60위 사업자다. 양사의 결합에 따라 국내 시장 4위인 진에어(대한항공 계열), 6위 에어부산, 8위 에어서울(이상 아시아나 계열)등 저비용항공사 간 결합도 발생한다. 양사 간 중첩하는 노선은 총 119개다. 공정위는 국제선은 양사 중복노선 총 65개 중 26개 노선, 국내선은 양사 중복노선 총 22개 중 14개 노선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국내외 화물 노선과 항공 정비 시장 등에 대해서는 경쟁 제한성이 없다고 봤다.
◆10년간 슬롯·운수권 이전…구조적 조치 부과 공정위는 경쟁 제한성이 있는 국내외 여객 노선에 경쟁 항공사의 신규 진입 등을 촉진하기 위해, 5개 당사회사에 향후 10년간 슬롯·운수권 이전 등 구조적 조치를 부과했다. 우선 경쟁 제한성이 있는 26개 국제노선과 8개 국내노선을 대상으로 신규 항공사의 진입, 기존 항공사 증편 시 당사회사가 보유한 국내공항 슬롯의 반납을 의무화했다. 당사회사가 반납해야 하는 슬롯 개수의 상한선은 노선별로 결정된다. 양 회사 중 1개사 점유율이 50% 이상이면, 결합에 따라 늘어난 탑승객 수를 줄일 수 있는 슬롯의 개수다. 양 회사 점유율 모두 50% 미만이면, 양사 합산점유율을 50% 이하로 축소시킬 수 있는 슬롯의 개수다. 슬롯 반납과 이전 절차, 실제 이전될 슬롯의 개수와 시간대, 이전 대상 항공사 등 슬롯 이전의 구체적인 내용은 실제 신규 항공사의 진입 신청 시점에 공정위가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결정한다. 아울러 조치 대상인 26개 국제노선 중, 운항에 운수권이 필요한 총 11개 노선에 대해서는 신규 항공사 진입, 기존 항공사 증편 시 당사회사의 사용 중인 운수권 반납을 의무화했다. 당사회사가 반납해야 하는 운수권 개수의 상한선은 슬롯의 반납 개수 산정 기준과 동일하다. 운수권 이전의 구체적인 내용도 실제 신규 항공사의 진입 신청 시점에 공정위가 국토부와 협의해 결정한다. 이 밖에 신규 진입 항공사가 외국 공항 슬롯 이전·매각, 운임 결합 협약 등 체결, 국내 공항 각종 시설 이용 협력, 영공통과 이용권 획득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할 수 없다. 시정조치의 이행 의무가 시작되는 날은 외국의 심사가 모두 종결되고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의 주식 취득을 완료하는 날이다. 조치 이행기간은 '기업결합일로부터 10년'이다.
공정위의 구조적 조치에 따라 반납 대상인 장거리 노선에 외국 항공사가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고병희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슬롯이나 운수권을 배분할 때 국내 LCC에 외국 항공사와 차별적으로 조치를 내리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고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며 "외국 당국에서는 해당 나라의 외국 항공사에, 자국 항공사에만 슬롯·운수권을 배분하는 형태로 조치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국내 항공사든 외국 항공사든 그것을 구분을 두지 않고 신청 진입 항공사가 있을 경우에는 슬롯·운수권을 배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10년간 경쟁 항공사의 수요가 없으면 대한항공은 구조적 조치 대상인 슬롯·운수권을 유지할 수 있다.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은 "10년은 기업들의 의사결정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며 "(해당 노선에 대해 신규 진입하거나 증편하지 않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이 이뤄진 다음에 운수권과 슬롯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운임 인상 제한·좌석 공급 축소 금지 공정위는 구조적 조치가 이행되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조치 대상 각 노선에 대한 운임 인상 제한, 좌석 공급 축소 금지 조치 등도 병행 부과했다. 구체적으로 노선별·분기별·좌석 등급별 평균 운임을 2019년 운임 대비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올리는 것을 금지한다. 노선별 공급 좌석수도 2019년 수준의 일정 비율 미만으로 축소하는 것을 금지한다. 좌석 간격, 무료 기내식, 무료 수하물, 기내 엔터테인먼트, 라운지 이용 등 소비자 제공 서비스의 주요 내용도 2019년보다 불리하게 바꾸는 것을 금지한다. 마일리지와 관련해서는 기업결합일로부터 6개월 안에 양사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제출하고, 공정위의 승인을 얻어 시행한다. 이후 통합 방안보다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은 금지한다. 시정조치의 이행 기간은 구조적 조치가 완료되는 날까지다. 노선별 구조적 조치가 모두 이행돼 신규 항공사의 진입이 완료되면 노선별로 행태적 조치의 이행 의무는 종료된다. 한편, 수요가 부족한 국내선 6개 노선(제주-울산, 제주-진주, 제주-여수 각각 양방향)에 대해서는 10년간 동일한 행태적 조치만 부과한다.
◆국내 최초 대형항공사 간 결합…구조적 조치 부과도 처음 이번 결합 건은 국내에서 대형항공사 간 결합으로서는 최초 사례다. 구조적 조치가 부과된 것도 처음이다. 공정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 수요 급감 등 항공업계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고, 해외 주요 국가도 심사 중인 점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심사를 마무리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시정조치안에 포함된 구조적 조치의 효과는 향후 경쟁 항공사의 신규 진입이 있어야 실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공정위는 또한 동남아·중국 등 중단거리 노선에서는 슬롯 외에 운수권 재배분 등을 통해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에 새로운 기회가 올 것으로 봤다. 아울러 결합 당사회사들은 통합으로 인한 효익을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 소비자 편익을 강화하는 자원으로 활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해외당국 심사는 여전히 진행 중…"시정조치 추후 최종 확정" 한편 공정위는 지난해 1월 기업결합신고 접수 이후, 심사 전담팀 구성, 여객·화물 분야 경제분석 실시, 해외 경쟁당국과 협의, 노선별 경쟁제한성 검토 및 시정조치 방안 마련 등의 심사 과정을 거쳤다. 또한 지난 10월 국토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실무 협의를 수차례 진행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날 양사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한다고 결정했지만, 외국 경쟁당국의 심사 결과도 추후 검토할 계획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싱가포르, 베트남, 대만, 터키,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뉴질랜드 등 8개국은 심사를 완료했다. 반면 미국과 영국, 호주,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6개국은 아직 심사 중이다. 조 위원장은 "(경쟁당국의 심사) 결과가 나왔을 때 공정위 조치안에서 부합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원회의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이 안을 확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외 경쟁 당국에서 공정위가 시정조치를 부과한 노선이 경쟁 제한성이 없다고 판단해도, 조치를 회수하는 것은 아니다. 고 국장은 "외국의 경우에 소비자들, 외국 소비자들이나 아니면 경쟁 제한성이 없다고 판단을 하는 것과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단을 하는 것은 독립적으로 판단이 이뤄지기 때문에 시정조치안은 그대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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