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安 단일화에 與 당혹…2002년 '정몽준 역풍' 기대도
'단일화 가능성 없다' 안도 與, 긴급회의 소집해 대응 논의정치개혁 고리 '반윤연대' 차질에 당혹…"최악 거짓말쟁이""윤·안 단일화, 자리 나눠먹기형 야합…국민 엄정 심판할것"단일화 효과 축소하며 지지층 결집, 중도층 역풍 기대 비쳐"노무현 승리 후 정치공학 안 믿어…야합 통하지 않을 것"
민주당은 이날 오전 8시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를 긴급 소집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민주당은 안 후보가 지난달 20일 단일화 결렬 선언을 한 후 양쪽이 무산 책임공방을 벌이며 감정적 대립의 골이 깊어지자 사실상 대선 전 단일화 성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지난달 27일 윤 후보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안 후보로부터 단일화 최종 결렬 통보를 받았다며 그간 협상 과정을 세세히 공개하자 "단일화 포기 선언으로 보인다"며 "결렬 책임을 자신이 지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포함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가 다당제 정치개혁과 통합정부를 고리로 안 후보를 비롯한 군소정당 후보에게 연대의 러브콜을 보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일단 안 후보가 윤 후보를 상대로 완주 의사를 거듭해서 밝힌 만큼 이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도 낮다고 본 것이다. 대신 제3지대 정치를 표방해온 안 후보를 포용할 수 있는 '양당제 정치교체'를 기치로 내세워 당 차원의 정치개혁 추진 의지를 밝히고, 심상정 정의당·김동연 새로운물결·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 측에도 통합정부를 제안했다. 이를 통해 '반윤 연대'를 형성, 중도층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불과 사흘여 만에 윤·안 단일화가 전격 성사되면서 민주당의 반윤 빅텐트 구축에도 차질이 생기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단 민주당은 두 후보의 단일화를 '야합'으로 규정하고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우상호 총괄본부장은 이날 오전 9시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새벽에 갑자기 이뤄진 윤석열, 안철수 두 후보의 단일화는 자리 나눠먹기형 야합으로 규정한다"며 "대한민국 국민은 현명하다. 지금까지 진행 과정을 다 지켜봤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엄정한 심판이 이뤄질 걸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나아가 야권 후보 단일화가 대선 판도에 미칠 파장을 축소하고 나섰다. 우 본부장은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가 된다고 해서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 사이 지지율 변동이 급격하게 이뤄질 것 같지 않다"며 "단일화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예상치 못한 단일화 소식에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강병원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페이스북에 "단군 이래 최악 거짓말쟁이"라며 "윤 되면 손가락 자른다며?"라고 비아냥댔다. 김승원 의원은 "안철수씨, 도대체 당신에게 정치인으로서 아니 인간으로서 말이란? 약속이란? 품격이란? 무엇인가요?"라며 "이렇게 쉽게 변하고 표리부동 하면서 하고자 하는 일, 과연 될까요? 차라리 거름이 되십시오"라고 비난했다. 김우영 선대위 대변인은 "나약한 먹물의 배신인가"라며 "안철수는 철수해도 기차는 간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는 이번 단일화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차례 단일화 결렬 과정에서 안 후보 지지층 가운데 정권교체를 강하게 희망하는 유권자들은 윤 후보 쪽으로 결집했기 때문에 단일화 이후 지지율 상승 효과는 반감되리라는 것이다.
오히려 야권 후보들의 정권교체 연대 움직임에 위기의식을 느낀 여권 지지층 내 결집 심리가 작동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이에 호남 지지층이 야권 후보 단일화를 계기로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중도층에서 야권 후보들의 정치적 계산에 대한 실망으로 단일화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민주당이 윤·안 단일화를 야합으로 규정하고 2002년 정몽준의 배신을 부각시키는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윤건영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일화에 대해서 국민적 동의를 못 얻는다면 오히려 심각한 역풍이 불 수가 있다"며 "정치인들의 이합집산 권력 나눠먹기로 비춰질 거냐, 아니면 미래에 대한 국민적 선택으로 비춰질 거냐에 대한 판단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를 추진했던 당사자인 김민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안 단일화와 관련, "그리 충격적이지 않았다. 20년 전의 경험 때문일까요"라며 대선 전날 정몽준의 노무현 지지 철회를 상기시켰다. 김 의원은 "저는 노무현의 승리의 기적을 티비로 지켜보며 펑펑 울었다. 그 날 이후 제가 정치공학을 근본적으로 믿지않는 이유"라며 "윤·안 두 분이 야밤에 합쳤으니 윤·안의 유난한 야합이라 해도 될까.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