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축소됐던 한미 연합 군사연습, 尹 당선에 복원 조짐
尹, 한미 군사 훈련 원상복구 공약 제시'54년 포커스 렌즈 지휘소 연습이 효시트럼프-김정은 합의로 유례없는 축소
윤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한미 간 전구급 연합연습(CPX)과 야외기동훈련(FTX)을 정상 시행하겠다고 공약했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동맹 자체의 필요와 판단에 따른 연합 훈련 실시로 북핵 위협에 대한 확고한 억제력을 확보하고 확장 억제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약집에서 연습과 훈련이 구분된 점을 주목해야 한다. 군에서 연습(exercise)은 작전 시행 절차 숙달을 위해 작전계획, 교리, 전장 환경 등을 고려해 최대한 실제와 같도록 실시하는 것이다. 반면 훈련(training)은 개인이나 부대가 부여된 임무를 행동으로 숙달하기 위해 실시하는 실천적인 활동이다. 또 연합연습과 연합훈련은 2개 이상 국가가 참여하는 공동 연습과 훈련을 말한다. 반면 합동연습과 합동훈련은 동일 국가의 2개 군 이상 부대가 동일 목적으로 참가하는 공동 연습과 훈련을 뜻한다. 육군대학 윤안국·장영호·이민우·오태호 교관은 '한미 연합 군사연습의 발전방향 연구' 논문에서 한미 연습과 훈련의 역사를 소개했다. 최초의 한미 연합 군사연습은 1954년 유엔사와 주한미군사 주관으로 실시된 포커스 렌즈(Focus Lens) 지휘소 연습이다. 1960년 1월에는 미 제8군사령부 지휘 통제 아래 한국군 제1군과 미 제1군단, 유도탄 부대 등이 참가한 기동훈련인 '이른 새벽작전'이 시행됐다. 1961년에는 소부대 후방지역 방호훈련인 '독수리 연습', 1962년 2월에는 한국군 3개 사단과 미국군, 터키군, 태국군 등이 참가한 연합기동훈련인 '우박작전'이 실시됐다.
1969년과 1971년에는 닉슨 미국 대통령 지시에 따라 주한미군 감축을 앞두고 훈련이 벌어졌다. 미 증원 전력 전개 능력을 검증하고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포커스 레티나(Focus Retina)', '프리덤 볼트(Freedom Bolt)' 한미 연합 공수기동훈련훈련이 열렸다. 이 훈련들은 미군 증원 병력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훈련이라는 측면에서 한미 연합 군사연습의 수준을 격상시켰다. 한미 연합 군사연습은 1976년부터 매년 실시됐다. 1976년부터 대규모 한미 야외기동연습인 '팀 스피리트 연습'과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인 '을지 포커스 렌즈 연습'이 열렸다. 이 시기부터 북한은 언론과 저작을 통해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본격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1978년 7월28일 한미 연합군사령부가 창설되고 이듬해인 1979년 2월15일 한미 연합연습 양해각서가 체결됨에 따라 한미 연합 군사연습이 제도화됐다. 이후 매년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가 연습 실시 여부, 참가 규모, 내용 등을 정한다. 1990년대부터 한미 군사연습이 남북 관계나 북미 관계 등 정치적 고려에 따라 조정되기 시작했다.
한미 양국은 팀 스피리트 연습 중단으로 인한 연습 공백을 완화하기 위해 팀 스피리트 연습 때 했던 훈련들을 여러 개로 나누기로 합의했다. 1994년부터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 연습과 연합지휘소 연습인 연합전시증원 연습, 을지 포커스 렌즈 연습이 시행됐다. 또 1994년부터는 전시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 증원군을 수용해 대기시키고 전방으로 이동 후 전장으로 통합시키는 일련의 절차와 경계,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한국군의 전시지원절차, 동원절차, 후방지역 조정관 임무절차 등을 숙달하는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이 열렸다. 1995년부터 독수리연습에 야외기동훈련을 포함시켰다. 2002년부터는 전반기에 연합전시증원 연습과 독수리 연습을 통합 시행했다. 이를 통해 연합작전지역 내 수용·대기·전방 이동·통합절차 숙달, 한미 연합 실기동훈련을 통한 연합방위태세 점검, 전쟁 수행절차를 숙달했다. 후반기에는 을지 포커스 렌즈 연습을 통해 현 연합방위체제하 전구작전지휘 절차와 전쟁수행 절차를 연습하고 군사연습과 연계한 충무계획·전쟁수행예규 수행절차를 숙달했다.
이처럼 수십년째 이어져오던 일련의 한미 군사 연습을 멈추게 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연합 군사연습 비용 문제를 부각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같은 해 하반기에 예정됐던 을지 프리덤 가디언 연습이 유예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재차 비용 문제를 언급하며 연합 연습 무용론을 제기했다. 이는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저작 '격노(Rage)'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8월5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에서 한미 연합 군사연습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김 위원장은 "나는 그 도발적인 연합 군사연습이 비핵화 실무협상에 앞서 취소되거나 연기돼야 한다고 믿는다"며 "그 전쟁 준비의 주요 목표는 우리의 군대다. 이는 우리의 오해가 아니다. 나는 진정으로 매우 불쾌하다"고 밝혔다.
두 사람 간 협의에 따라 한미 군사 연습은 축소됐다. 2019년 초부터 키 리졸브 연습은 '동맹'으로 명칭이 변경되고 규모가 축소됐다. 독수리 훈련은 대대급 이하 소규모 부대 훈련으로 연중 나뉘어 실시됐다. 두 연습은 사실상 축소된 규모의 연합 지휘소 연습으로 대체됐다. 연합 지휘소연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전반기에는 아예 열리지 않았다. 2020년 후반기와 2021년 전반기에는 야외기동훈련과 연계하지 않고 지휘소연습만 실시됐다. 2021년 후반기에는 지휘소연습에 참가하는 미 증원병력이 전반기 훈련의 30% 수준으로 축소됐다. 그 결과 연합 지휘소연습과 연계된 야외기동훈련은 2018년부터 3년 넘게 시행되지 않고 있다. 또 연합 지휘소연습과 정부연습을 통합해 시행하던 을지 프리덤 가디언 연습은 태극훈련(한국군 단독 지휘소연습)과 을지연습(정부 부처 연습)을 통합한 '을지태극 연습'과 ''19-2차 동맹연습'으로 변경된 연합지휘소연습으로 재분리됐다. 2020년 을지태극 연습은 코로나19 사태로 시행되지 않았다. 8월에 연합지휘소연습만 열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합 군사연습을 경제 논리와 협상 수단이라는 관점에서 중단시킴으로써 연습 자체가 갖는 가치가 하락했다. 연합 군사연습 기간에 미국 전략자산이 전개되지 않으면 이는 전면전 도발 억제 능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연합 연습이 축소되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준비에 차질이 생긴다. 한국군의 연합전력 운용능력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전작권 전환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연습 참가전력이 축소되고 연습 내용이 줄어들면서 훈련 참가자들은 전장에서 발생하는 장애 상황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한미 연합연습 담당자들이 1~2년 내로 빈번하게 교체돼 경험을 축적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육군대학 윤안국·장영호·이민우·오태호 교관은 "한미 연합 군사연습에 대한 의사결정에 있어서 보다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과거 1990년대 팀 스피리트 연습 중단과 2018년 을지 프리덤 가디언 연습을 유예했지만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이 지속됐던 선례를 망각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