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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공기업①]철밥통·방만경영 오명…이번에도 개혁 칼끝 향한다

등록 2022-03-19 05:00:00   최종수정 2022-04-04 09: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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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주요 40개 공기업 부채 550조 달해

현 정부서 11%↑…"코로나 대응 등 영향"

유가 상승에 '중장기 재무계획' 틀어질 듯

치솟는 부채에 "경영평가 보완 필요" 주장도

인사 혁신 필요…"시장 친화적 정책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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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1.09.23.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이승재 고은결 기자 = 현 정부 들어 공공기관의 부채는 계속해서 늘었고 곧 600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반 기업의 경우 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을 무조건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공기업은 다른 잣대를 대야 한다. 정부가 보증을 서주는 데다가 파산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흔히 공기업의 재무 상황을 지적할 때 '방만 경영'이라는 표현을 붙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스스로 수익성을 개선하지 않아도 회사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더군다나 기관장의 임기는 3년에 불과하다.

매번 새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공기업 개혁이 거론되지만, 용두사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한국전력의 만성적인 적자나 지난해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동산 투기 사태는 공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뜯어고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고유가·코로나 대응에 공기업 재무건전성 악화 추세

19일 정부의 '2021~2025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보면 중장기 재무관리 대상인 40개 공공기업의 지난해 말 부채 규모는 549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기업들은 자산 2조원 이상이거나 정부의 손실보전 조항이 있는 공기업·준정부기관으로 전체 347개 공공기관 부채의 95%가량을 차지한다.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말과 비교하면 부채 규모는 11.0%(54조5000억원) 늘었다. 코로나19 대응과 부동산 대책, 한국판 뉴딜 등 공공 사업·투자 확대에 따라 2018년 이후 4년 연속 증가세가 이어진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부채 비율은 166.7%에서 167.5%로 0.8%포인트(p) 소폭 상승했다. 정부는 이 비율을 2025년까지 162.6%(-4.9%p)로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부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2025년 부채 규모는 638조9000억원으로 5년 새 89조3000억원이 늘어난다. 대신 자산과 자본 규모도 함께 확대되기 때문에 재무 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순이익은 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2000억원 감소하지만, 올해부터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5년에는 10조300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5년간 연평균 순이익은 6조9000억원 수준까지 회복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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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긍정적인 예측은 당장 올해부터 어긋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지난해 순이익 감소의 이유로 국제유가 상승과 코로나19로 인한 지출 증가를 꼽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국제유가는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랐고,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국내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60만명대까지 폭증했다. 지난해보다 상황이 악화됐으면 악화됐지 나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 실적에 치명적이다.

한전은 지난해에만 4조384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적자의 이유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연료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유가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자 증권가에서는 올해 한전의 영업적자가 2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정부는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한전의 올해 영업이익을 647억원으로 예측하면서, 흑자 전환할 것으로 봤다. 이 계획에서 예상한 유가는 60달러대로 현재 유가와 차이가 크다. 이러면 전체 공공기관의 재무 계획도 틀어질 가능성이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재무구조가 취약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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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뉴시스]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재무 비중 높여야…인사 혁신도 필요"

전문가들은 큰 틀에서 공기업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공기업 재무건전성 강화 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비(非)금융 공기업 부채 규모는 GDP 대비 23.5%로 노르웨이를 제외하면 추정치가 존재하는 OECD 회원국 33곳 가운데 가장 많았다. 해당 국가의 평균치는 12.8%에 불과하다.

공기업은 부채의 약 50% 이상을 공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현재 공기업들은 파산 시 정부가 미리 나서서 채권 원리금을 대신 지급할 것이라는 믿음을 기반으로 실제 건전성과 수익성보다 높은 신용도를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 대출은 대개 담보를 요구하기 때문에 조달할 수 있는 자금에 한계가 있지만, 채권은 신용도만 충분히 높으면 대규모로 발행할 수 있어 부채를 일으키기가 쉽다.

이에 보다 실효성 있는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매년 정부는 기관별 경영 실적 평가를 통해 탁월(S), 우수(A), 양호(B), 보통(C), 미흡(D), 아주미흡(E) 등 6개 등급을 매기고, 이에 따라 성과급을 책정한다.

황순주 KDI 연구위원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부채비율 목표치를 제시하지만, 경영평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구속력이 없다"며 "단기적으로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평가 비중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위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기업의 인사 혁신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있다. 현 정부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출범 초기부터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로 강조해왔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간 공기업의 고용 관계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며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문제의 경우 일반 기업과 달리 경직적으로 운영한 측면이 있어 인건비 상승이 상당히 컸다"며 "이에 따른 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공기업 운영에도 비효율적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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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안도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지난해 8월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근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 김준기 서울대 교수, 안도걸 차관, 김윤상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 2021.08.31.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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