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경제일반

[폭풍전야 공기업③]개혁 선결 과제는…민영화·구조조정 카드 꺼낼까

등록 2022-03-21 07:00:00   최종수정 2022-04-04 09:03:38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현 정부서 비대해진 공공 부문 부채

방만 경영·부채관리 강화 선결 과제

대선 공약에는 관련 내용 언급 안 돼

"재정건정성 악화 우려…재편 나서야"

"새 정부, 개혁 논리 명확히 제시해야"


associate_pic
[나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2021년 9월 23일 오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1.09.23.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고은결 이승재 기자 = 오는 5월 10일 새 정부 출범을 앞둔 가운데 공기업 개혁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공공 부문은 더욱 비대해지고, 공기업의 만성적자에 따른 정부의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해졌다. 임기 말 '낙하산 알박기' 논란까지 더해진 가운데 공기업 전반의 조속한 개혁이 차기 정부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다만 최근의 대선 정국에서 공기업 개혁 문제는 다른 정쟁에 밀려 그리 조명 받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도 공기업 개혁과 관련한 직접적인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공기업의 방만 경영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개혁에 대한 지속적인 분위기 형성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비대해진 공공 부문, 무너진 재정건전성

21일 정부에 따르면 국내 36개 공기업의 부채는 2016년 363조원에서 2020년 397조9000억원으로 4년간 35조원 가까이 늘었다. 공기업의 경영 실적도 급격히 나빠졌다. 36개 공기업의 당기순이익은 2016년 9조원, 2017년 4조2000억원, 2018년 2조원, 2019년 1조2000억원으로 급감했고, 2020년에는 처음으로 마이너스 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공기업 재정 건전성의 둑이 무너진 데는 공공 일자리 확대 정책으로 신규 인력을 늘리며 조직의 비대화, 경쟁력 약화 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많다. 문제는 공기업의 적자가 커지면 결국 공공요금 인상, 세금 보전 등으로 국민들에 부담이 돌아간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추정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비금융공기업 부채는 2017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23.5%를 기록했다. 노르웨이를 제외하면 추정치가 존재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중 가장 많고 33개국 평균(12.8%)도 크게 상회한다.

이와 관련해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가 공기업의 재무 건전성 부실을 대신 떠안아야 하므로, 중장기적으로 보면 재정 건전성이 안 좋아질 게 확실해 공기업을 끌고 갈 수 있는 여지도 줄어든다"며 "빠르게는 못하겠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차기 정부가 당장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 구조조정 등 카드를 꺼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윤 당선인의 공약이나 유세 과정에서 거론된 내용이 아닌 데다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경제학 교수는 "대선 공약에 관련 내용도 없었는데 전향적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권 따라 바뀐 공공기관 개혁 기조

그동안 부채관리 강화와 방만 경영 개선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개혁에 대한 시도는 다양했다. 역대 정부를 돌아보면 김대중 정부는 외환 위기를 겪으며 공공기관 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김대중 정부는 IMF 위기로 구조조정이 핵심 사안으로 부상했고, 이에 따라 공공기관 통폐합 외에도 포스코, KT 등 거대 공기업의 민영화가 이뤄졌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기조에 따라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했으며 민영화는 사실상 중단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6차례 발표하고 통폐합, 경영효율화 등 강도 높은 개혁에 다시 나섰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과 이를 구체화한 정상화 대책을 발표하며 통폐합, 기능 조정 기조는 이어갔지만 전임 정부보다는 민영화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출범 직후부터 성과연봉제가 폐지됐고, 공공기관 개혁은 사실상 멈춰 섰다. 공공 부문 일자리는 역대 가장 큰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1 대한민국 공공기관' 자료를 보면 정규직, 무기계약직, 비정규직, 소속외인력까지 모두 포함한 공공기관 총 인력 규모(현원)는 2016년 43만4346명에서 2020년 46만2140명으로 늘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3.10. [email protected]


◆"손대지 않으면 문제 더 심각…개혁 논리 명확히 제시해야"

이런 가운데 새 정부에서는 공기업 개혁에 대한 검토에 본격 착수해야 한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 교수는 "다른 나라도 공기업 문제가 누적돼 결국 경쟁을 도입하는 등 민영화에 나섰는데 우리나라는 늦은 상태"라며 "노조 문제도 있고 합의를 얻기 어렵지만, 다음 정부가 본격적으로 손을 대서 구조 재편에 나서지 않으면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꼭 민영화가 아니더라도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등 단계적인 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공기업의 민영화가 쉽지는 않아도 시장 기반의 개념에서 운영하려고 노력했다"며 "(반면) 현재는 공기업 경영평가 기준부터 근로자 채용 규모 등 정부 정책을 따라야 점수를 많이 준다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기업과 경쟁하는 체제 등 세계적인 추세에 맞는 경영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도 손해를 보고, 나아가 종사자도 어려워질 수 있다"며 "공기업에 민영화 분위기를 넣는 것 자체가 효용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기업 개혁을 밀어붙이는 것은 구성원의 반발은 물론 반정부 정서에 기름을 부을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은 맞지만, 개혁의 방향성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으면 반발을 사는 등 순탄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문 정부 들어 공공 부문 전반의 권한이 강화됐는데, 새 정부가 공기업의 민영화나 개혁의 논리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저항이 너무 많아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한편 윤 당선인은 공기업 개혁 관련 공약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에 대해서는 TV 토론을 통해 찬성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는 7월 본격 시행을 앞둔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근로자가 이사회에 참여해 의결권과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경영계에서는 근로자 이익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회사의 경쟁력을 저하할 수 있다며, 공공 부문의 노동이사제가 민간 부문에 대한 도입 확대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공기업 특성을 고려하면 노동자 관점에서 기관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면을 인정받고 있다.

황 연구위원은 "공기업의 사측은 정부에 대항력이 전혀 없는데, 노동자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을 제어할 수 있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관련기사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