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 하는 MZ]①"내 삶 살고파" "돈 없어서"...절반 이상이 "결혼? 글쎄요"
지난해 혼인건수 19만3000건 '최저'평균 초혼 연령 남 33.4세, 여 31.1세"여성, 경력 단절...남성은 부양 부담"청년 남녀 절반이상 결혼에 '유보적'"사회적 굴레로부터 개인 해방 과정"[서울=뉴시스]임하은 기자 = 지난해 혼인건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MZ세대가 자발적·비자발적으로 비혼(非婚)을 선택하는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와 더불어 현실적 제약들이 이유로 꼽힌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3000건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10년 동안 연속 감소세를 보였고 전년도 대비 9.8% 줄었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3.4세, 여자 31.1세로 모두 199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결혼 자체에 대한 인식 변화도 뚜렷하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20년 청년(15~39세) 1만101명을 대상으로 결혼·출산에 대한 인식을 물은 결과 남녀 모두 절반 이상(여성 57.4%, 남성 51.9%)이 결혼 결정을 미루는 태도를 보였다. 다른 조사에서는 20대가 비혼 동거에 46.6%가 동의해 2015년(25.3%)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는 결과도 있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2020년 만 19~69세 일반 국민 중 현재 남녀가 동거하고 있거나 과거 동거 경험이 있는 300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한 결과다. MZ세대가 비혼을 선택하는 이유는 가정을 책임지는 것보다 개인의 발전과 행복을 더 추구하는 경향 때문이라는 목소리들이 있다. 직장인 여성 주모(29)씨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닌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 비연애와 비혼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주씨는 "주변의 비혼주의자들은 삶이 버거워 결혼을 외면하는 사람과 자기가 행복하기 위해 비혼을 선택하는 사람으로 나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업을 하는 여성 유모(27)씨는 "결혼해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더 많이 보면서 결혼이라는 형식이 굳이 내 인생에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 인생 나 하나 잘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직장인 여성 최모(25)씨는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결혼이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고 비혼주의자가 됐다. 혼자 사는 게 편할 것 같기도 하고 남과 평생 같이 사는 것이 상상이 잘 안 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발적 비혼 이면에 결혼을 거부하게 만드는 사회적 요소들을 배제하고 생각할 순 없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비혼주의 남성이라고 밝힌 김모(31)씨는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부양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만약 결혼해 아이를 낳고 제대로 부양할 수 없다면 아이도 나도 불행해진다. 돈 없이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유씨는 "아내와 며느리로서 의무가 부여된다는 사실에 거부감이 든다. 아직까지는 남자보다 여자에게 육아의 부담이 부여되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회사에서 보면 육아를 하느라 경력을 못 쌓고 퇴사하는 사람들 모두가 다 여자 선배들이다"며 "결혼이 여성의 커리어에 득이 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사회의 결혼제도가 젊은 세대에게 지우는 규범적 의무를 비혼주의의 원인으로 꼽는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가부장적 가족제도를 들었다. 정 교수는 "여성이 임신·출산을 하면서 경력 단절을 겪고 남성은 주소득자가 돼 부양의 부담을 지게 된다"며 "MZ세대의 가치관으로는 이런 현재의 가족규범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상철 한신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굴레에 대한 개인의 해방이 일어나는 과정 중에 있다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결혼은 굉장히 격식화·제도화돼있다. 가족이란 어떻게 보면 국가 이상의 굴레이기도 하다. 남자든 여자든 이런 굴레로부터 개인의 해방이 일어나는 과정 중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비혼주의적 생각은 더 확장될 수 있다. 쉽게 결혼을 해체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구성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자유를 더 많이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또 "한국의 의식은 여전히 집단주의적·규범적이며 잠재적으로 사람들의 행위를 굉장히 억제하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법률적으로 국가가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인정해준다고 해도 현재 MZ세대의 의식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