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알고 보면 오래된 한미일 안보 협력…전망은 불투명
尹, 한일 관계 개선-한미일 안보 협력 강조박정희 때 본격 추진…'16년 지소미아 결실한미일 정부 모두 안보 협력 필요성은 인정한일 관계 악화 지속되며 안보 협력 답보북중러 결집 유발하는 부작용 우려 목소리
윤 당선인은 대선 토론 과정에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전개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일각에서 한미일 연합 군사 훈련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이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사실 한미일 안보 협력은 역사가 깊다. 게다가 3국 간 안보 협력을 먼저 원했던 쪽은 한국이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49년 5월17일 담화에서 유럽의 대서양 조약, 즉 나토(NATO)와 같은 형태의 집단안보기구가 태평양조약의 형태로 아시아 지역에도 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공산주의 국가들을 견제해야 한다는 게 이 전 대통령의 견해였다. 다만 반일 의식이 강했던 이 전 대통령은 기구에서 일본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구상은 결실을 보지 못했다. 이승만 정부 때 구현되지 못한 집단안보기구 구상은 박정희 정부 출범 후 이동원 외무장관 등에 의해 다시 살아났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는 '한미일 3각 안보협력체제 형성의 기원' 논문에서 "1967년과 1968년, 북한의 대남 무력도발에 대응해 한국은 적극적으로 대미 및 대일외교, 그리고 아시아 집단안보기구 결성을 위한 다자 간 외교를 가동했다"고 설명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동원 장관은 이승만 대통령이 배제시킨 일본을 구상에 포함시켰다. 박 전 대통령은 반공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근대화와 자주국방을 달성하겠다며 한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했고 한일 양국은 1965년 기본조약을 통해 국교를 정상화했다.
박 전 대통령은 1969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한국의 안전이라는 것은 일본의 안전과 직결된다. 이것은 나아가서는 아시아 전체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것을 일본의 지도자들이나 국민들이 빨리 인식을 해야만 한다"며 일본에 동참을 촉구했다. 이때는 일본 정부가 거절했다. 사토 수상과 아이치 외상은 1969년 2월 중의원 예산위원회 답변 등을 통해 한국이 제창한 아시아태평양 조약기구 참가 요청을 거절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본은 미국과의 양자 동맹으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일본의 불참으로 박정희 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조약기구 결성 구상은 사실상 무산됐다. 기구 결성 구상은 불발됐지만 한일 양국 간 안보 협력은 명맥을 이어왔다. 1967년 군 인사교류를 시작으로 부대교류가 정례화됐다. 1999년 이후에는 평화적·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한일 수색 및 구조훈련(SAREX)이 격년제로 실시됐다. 1994년 이후 국방장관 정례회담과 국방정책실무회의 등이 열리고 있다. 양국은 2009년에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공동훈련에 참가했다. 2010년과 2012년에는 한국군 주도 훈련에 일본 해상 전력이 참가했다. 2016년 11월에는 한일 간에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이 체결돼 한미일 안보 협력의 토대를 마련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지소미아는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병력 전개를 군사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을 때 지소미아가 미군의 신속 전개 억제 전력과 전투력 증강 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전면전으로 확대 시에는 시차별 부대 전개 제원에 의한 미군 전시 증원 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보장한다. 미국 역시 한미일 안보 협력을 바라고 있다. 냉전 시기부터 미국은 극동지역에서 공산주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한국을 반공 전선 국가로, 일본을 반공 후방기지 국가로 삼아 한미일 삼각 체제를 구축하고자 했다. 오늘날 미국이 한미일 삼각 체계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것은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다. 미국에게 주한미군은 동북아에 배치된 전방 전개 전력이자 동북아 군사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전력이다. 주일미군은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범세계적 군사 전략을 구현하기 위한 전력이다. 미군은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병력과 장비, 부대를 각각 사용하거나 상호 결합해 운용함으로써 군사력 운용상 유연성을 증진시키려 한다.
특히 미 본토 증원 병력이 한반도로 전개될 때 일본을 경유해야 한다. 한미 연합작전은 미일동맹과 자위대의 후방지원이 없이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임기훈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차장은 '탈냉전기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역할 변화' 논문에서 "미국은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노력을 지속해 왔다"며 "아울러 미국은 한국·일본·호주·캐나다·동남아 국가 등이 참여하는 다국적 안보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바이든 행정부는 동북아에서 중국의 공세를 견제하기 위해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십분 활용하려 한다. 그런 측면에서 현 바이든 미 행정부에게 한미일 삼각 협력 강화란 국제질서 재건과 동맹 관계 복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묘안이기도 하다. 일본 역시 한미일 안보 협력 중요성을 알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일본은 한국과의 안보 협력을 중시하면서 동시에 북한에 대한 견제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하고 배치한다면 일본에 있는 주일미군 기지와 유엔사 후방기지는 북한 핵미사일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북한 비핵화 논의에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폐기를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자국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북한 핵과 ICBM만을 대상으로 협상에 임할 경우 일본은 북한이 보유한 IRBM의 위협에 노출된다. 일본으로서는 북한이 보유한 IRBM인 노동미사일이나 대포동 미사일도 폐기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절박한 과제다. 이 같은 자국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일본은 한국과 안보 협력을 강화할 뜻을 갖고 있다. 일본은 국제평화유지 활동(PKO)이나 대규모 재난 등 상황에서 양국이 상호 군수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체결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이강경(합동군사대)은 '한일 GSOMIA의 군사적 함의 고찰' 논문에서 "한반도 유사시에 주일미군과 유엔사령부의 원활한 후방지원을 위해서는 일본 자위대의 협조와 지원이 필요하다"며 "현재 분리돼있는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간극을 지소미아와 상호군수지원협정을 통해 메워나간다면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를 보다 실효적으로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과거사 인식과 독도 영유권 분쟁 등 역사적·정치적 문제들이 아직까지 청산되지 않았으며 이것이 갈등 요인으로 남아있다. 한국에는 전범국가인 일본이 군대를 다시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대부분이다. 일제강점기 당시를 경험했거나 알고 있는 한국인들은 '일본군'이라는 용어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이 심한 편이다. 군사 협력이 아닌 안보 협력이라는 표현이 활용되는 것도 일제강점기 일본군경의 만행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일 갈등 구조는 과거사를 중심으로 뿌리 깊게 형성돼있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2015년 위안부 합의 이후 2018년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기업의 손해배상을 판결한 사례는 이런 갈등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18년 10월30일 한국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기업(신일본제철) 배상 책임 판결을 내렸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1일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단행했다. 일본 정부는 2019년 8월2일 한일 간 신뢰훼손으로 안보상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이는 한국 국민 반일 감정을 자극했고 결국 일본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이 같은 한일 간 갈등 양상은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하려는 미국의 구상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갈등과 협력이 반복되는 한일 관계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 안보를 분담하는 데 제약을 가한다. 그 결과 미국이 원하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간 통합 지휘소 연습도 성사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한일 갈등을 무릅쓰고 한미일 안보 협력이 강화되더라도 예상되는 난관이 적지 않다. 중국이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해 한미일 삼각 협력을 달성하는 것은 중국으로서 최악의 시나리오다. 중국은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결성한 쿼드보다 한미일 삼각 협력을 군사적 차원에서 더욱 실질적인 위협으로 간주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한국이 한미일 삼각 협력에 본격적으로 동참하게 되면 북한, 중국, 러시아 간 협력이 한층 강화될 공산이 크다. 북한 또는 중국을 중심으로 미국에 대항하는 북중러 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형성된다. 이는 신 냉전 구도의 형성을 의미하며 한반도 안보 환경에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한미일 삼각 협력 자체가 안고 있는 위험요인도 있다. 한미일 3국 간 공동 의제와 목표 설정에서 불협화음이 날 수 있다. 한미일 안보 협력으로 한중 관계가 악화될 때 미국의 대중 견제 요구 수준을 한국과 일본이 맞추지 못하면 한미일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경제 면에서 중국의 중요성을 부인할 수 없는 한국은 대중 견제에 있어 대응 수위 측면에서 미국, 일본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한미·한일 관계가 악화되고 결과적으로 한국은 동북아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국제전략연구실(이수훈·강석율·김기범)은 '바이든 행정부의 아태지역 안보·국방 정책-국제정치이론의 적용' 보고서에서 "한미일 삼각 협력에 대한 한미일의 목표는 같을 수 있지만 의지와 방향은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일본과 중국 간 영토 분쟁이 발생한다면 한미일 삼각 협력 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와 같은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며 "한미일 삼국이 상호 양자, 다자관계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공동의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지 않는다면 한미일 삼각 협력은 한국 안보정책에 치명적인 오류로 남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