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3면 LED 초현실적 무대 압권…뮤지컬 '데스노트'[이 공연Pick]
데스노트를 갖고 '키라'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야가미 라이토와 그를 추적하는 세계 최고의 명탐정 엘(L)이 서로를 탐색한다. 대학의 테니스 코트에서 마주한 두 사람은 테니스채를 서로 겨누고 의심 어린 눈빛을 보낸다. 하지만 속내를 감춘 채 게임을 한 판 시작한다. 강력한 스매싱으로 테니스공을 날리고, 공격하고 되받아치며 서로의 빈틈을 찾는다. 영상으로 그려진 코트는 360도 회전하고 둘로 쪼개지며 팽팽한 긴장감과 속도감을 높인다. 서로의 의식을 파고들며 경계하는 '놈의 마음 속으로' 넘버와 장면은 단연코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일본 만화 '데스노트'의 인물들이 무대로 튀어나왔다.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 만들어져 이미 국내에서도 익숙한 작품이다. 이름을 쓰게 되면 죽게 되는 데스노트를 우연히 주워 악인들을 처단하는 천재 고교생 라이토와 그에 맞서는 명탐정 엘의 치열한 두뇌 싸움을 그린다.
영상과 조명을 활용해 입체적인 무대를 구현한 키워드는 '선(획)'이다. 거대한 장치나 세트는 없다. 라이토의 책상, 엘의 의자 등 그리 크지 않은 소품들이 있을 뿐이다. 선을 뼈대로 디자인된 그래픽 영상은 음악과 장면에 맞춰 시시각각 변주된다. 빠르게 형성되고 나눠지며 사라지는 선의 향연은 평면적인 공간을 입체적이고 감각적으로 피어나게 한다. 공간을 효과적으로 분절해 라이토의 침실, 엘의 은신처, 경찰본부가 동시에 등장해도 이질감 없이 공간감을 살린다.
이는 라이토와 엘의 대결이 주가 되는 드라마에 극적인 효과를 더한다. 작품은 법과 정의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데스노트로 범죄자를 처단하고 그 힘을 알게된 라이토는 정의롭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로 결심하지만, 점점 자신이 신이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욕망을 갖고 결국 파멸에 이른다. 라이토 역으로 새롭게 합류한 고은성은 만화 캐릭터 같은 소년미를 보여준다. 깔끔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를 자랑하며, 데스노트로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고 점차 변하게 되는 라이토를 세심하게 그려내며 극을 이끌어간다. 헝클어진 머리에 맨발로 구부정하게 앉아 때로는 엉뚱한 모습도 보이는 엘은 초연부터 맡아온 김준수가 특유의 폭발적이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흑백으로 나눠진 화려한 의상과 분장으로 눈길을 끄는 사신도 신스틸러다. 삼연째 함께하는 강홍석은 호기심에 데스노트를 인간세계에 떨어뜨리고 관망하는 류크로 분해 능글맞으면서도 귀여운 매력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타 작품에서도 잔망미를 뽐내던 서경수가 함께해 주목받고 있다. 다른 데스노트를 갖게된 아마네 미사에게 애정을 쏟으며 류크와 달리 인간적인 연민과 감정을 보여주는 사신 렘은 김선영, 장은아가 묵직하게 연기한다. 6월26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공연.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