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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가치 하락②]日과 수출 차별화…기업들 "타격 우려 적어"

등록 2022-04-24 07:29:00   최종수정 2022-05-02 09: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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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엔화 가치가 14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와 달러화를 검수하고 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은 이날 장중 일시 1달러=129.40엔까지 떨어지며 2002년 4월 이래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04.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산업부 = 일본 엔화가 1달러당 130엔에 근접하는 등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엔저현상이 이어지자 국내 기업들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도 우려되고 있다.

다만 최근 국내 기업들의 경우 차별화 등을 통해 과거와 달리 일본 기업들과 접점이 줄어들면서 엔화 약세가 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들의 일본 기업들과의 수출경합도를 살펴본 결과 올해 기준 경합도는 0.458로 2015년의 0.487보다 낮아졌다.

수출경합도는 국가 간 수출구조의 유사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경합도가 높다는 것은 수출시장에서 상대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그만큼 최근에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일본 기업과 해외시장에서 직접 충돌하면서 경쟁하는 상황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또 엔화 환율이 좀 더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지만 원화 환율도 하락하는 추세인 만큼 원화가 절대적으로 불리하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1월 대비 3월 엔화 환율은 14.4% 하락하는 상황에서 원화도 같은 기간 2.8%의 하락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조의윤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이 많이 상승하고는 있지만 원-달러 환율을 봤을 때 원화 가치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엔화 약세가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출경합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한·일 기업 간 구조의 유사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일본 기업의 경우에도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오히려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선 기업들 역시 비슷한 반응이다. 철강업종은 엔저가 장기화하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포스코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철강제품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를 유연탄과 철광석 등 주요 원료를 사들이는 데 사용하는 '내추럴 헤지(natural hedge)' 방식으로 환율 변동의 영향을 최소화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주요 철강사들은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내추럴 헤지'를 상시 운영 중이다"며 "엔저가 장기간 지속되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역시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국내 완성차업계와 일본이 경쟁관계에 놓여있긴 하지만 일본도 이미 자동차 생산기지가 해외에 포진돼있는 만큼 시장에서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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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뉴시스] 정병혁 기자 = 17일 오후 경기 평택시 상공에서 바라본 평택항 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2021.09.17. [email protected]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 같다"며 "일본 기업들도 주요 시장은 글로벌 생산기지를 통해 생산하는 만큼 단기간에 별다른 영향이 있을 것 같진 않다"고 관측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도 "일부 일본산 제품의 경우 수출 경쟁력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엔화가치 하락이 장기화된다면 모를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일본으로 석유제품을 수출하는 정유업계도 달러로 결제를 하고 중동·남미·미국 등을 상대로 한 원유 수입도 엔화로 결제할 일이 없는 만큼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석유협회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수출을 많이 하고 일본은 수출이 거의 없어서 비교대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전자업계 역시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때 엔저현상은 일본산 부품·완제품의 가격 공세로 이어져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 수출품목이 차별화되면서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우리나라는 D램 등 메모리의 수출 비중이 높은 반면 일본은 비메모리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더욱이 메모리 분야는 국내 기업이 환율 변동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큰 우위를 점유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메모리 산업의 기술력 등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는데다 반도체 산업은 주로 달러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아 엔저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경우 일본에서 수입하는 경우도 많아 분야에 따라서는 수출 감소에 대한 우려보다 오히려 수입단가 하락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노릴 수 있다.

가전업계도 한국 제품이 일본 내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데다 일본 업체들의 낮은 글로벌 시장점유율 등을 고려하면 부정적인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기계업종 등 일부는 엔저현상이 장기화되면 가격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기계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엔화가 떨어지는 만큼 원화도 하락하고 있어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면서도 "엔저가 장기화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일본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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