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이냐 출근이냐]②"출근? 우린 업무접속"…일 문화 바꾸는 IT업계
야놀자, 작년부터 '휴양지'서 일하는 근무제도 시도라인플러스, 국내 IT업계 최초 국외 원격근무 허용네이버, 전면 재택 or 주3일 출근…우선 1년간 시행에어비앤비, 연간 최대 90일 전세계 원격근무 허용[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1. 많은 직장인들이 바쁜 업무 속 새로운 환경에서 근무하는 경험을 꿈꾸지만 장소와 업무 환경, 동료들과의 소통 등 다양한 이유 때문에 시도조차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 야놀자에서 데이터분석을 담당하는 A씨는 지난해 말 회사에서 마련한 워케이션 행사를 통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워케이션은 여행지에서 업무와 휴식을 동시에 하는 새로운 근무형태다. 야놀자는 지난해 10월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강원도 평창에서 근무하는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처음 시행했다. 총 2회차로 나누어 추첨을 통해 선정된 60명의 직원들이 참여했다. 야놀자는 참여 직원들의 확실한 리프레쉬를 위해 워케이션 기간 호텔·식사·법인차량을 지원했다. A씨는 "평소에도 상시 원격근무제를 시행하고 있고, 객실에 모니터 등 사무용품도 비치돼 있어서 더욱 편하게 근무할 수 있었다"며 "회사에서 제공하는 차량으로 근처 명소나 지역 맛집을 방문하는 등 퇴근 후 계획이 있으니 근무시간에 더 집중하고 효율적으로 일했고, 모니터 너머로 아름다운 강원도 단풍을 즐길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고 말했다. #2. 네이버 계열사 라인플러스 직원들은 오는 7월부터 괌이나 사이판 등 국외에서도 원격근무가 가능해진다. 이는 국내 IT 기업 최초로 시행하는 혁신적인 시도다. 라인플러스는 해외 체류 기간, 선보고 후출국, 원격 근무를 돕기 위한 지원금 등 세부 내용을 담은 '라인 하이브리드 워크 2.0'을 내달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네이버 본사 직원들은 오는 7월부터 각자 업무에 집중할 수 있고 언제든 화상회의가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서든 원격 근무할 수 있다. '전면 재택근무' 혹은 '주 3일 출근+재택근무' 중 하나의 근무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이 제도는 1년간 시행해보고 계속 유지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3. 에어비앤비 직원들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근무하다 내슈빌로 이동하는 것이 허용되고, 프랑스 파리에서 일하다가 리옹으로 이동해 근무하는 것이 가능하다. 9월부터는 170개 이상의 국가에서 연간 최대 90일 동안 거주하면서 일할 수 있게 된다. 급여가 더 낮았던 지역에서 근무하던 직원의 경우 급여가 높은 쪽 기준으로 맞춰져 6월부터 인상된 급여를 받는다. 에어비앤비는 세계 각국 정부들과 협력해 현재 20개 이상의 국가에서 원격 근무 비자를 제공하고 있다. ◆'국외 원격 근무' 허용하는 IT업계의 혁신 시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면서 근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특히 재택근무를 넘어 휴양지에서 업무를 보는 워케이션(work+vacation)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IT 업종을 중심으로 근무지가 어디든 업무를 볼 수 있는 '일 문화' 혁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해외 어느 곳에서나 업무를 볼 수 있는 국외 원격 근무는 기업 입장에서도 장점이 많다. 회사와 가까운 곳이 아니더라도,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고용하고 유지할 수 있으며, 다양한 지역에서 채용을 진행해 다양성을 갖춘 회사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우수 인재 확보가 중요한 IT 업종에서 워케이션 등 국외 원격 근무를 허용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전부터 혁신적인 근무 환경 조성은 IT 업계가 주도해왔다. 20년 전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은 독특한 사내 복지 혜택으로 혁신적 인재를 끌어들였다. 개방된 사무실 공간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물론, 사내에 헬스클럽과 미용실 등 편의시설을 마련해 좋은 호응을 얻었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 사내 복지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간판급 IT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원격근무제도 머지않아 대중적인 업무 방식으로 자리잡아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협업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가 숙제다. 일부 창의적인 작업과 공동 업무는 한 공간에 모여 있어야 가장 효율적이다. 이 때문에 에어비앤비는 분기 별로 약 일주일 동안 팀 모임이나 사교행사 등을 통해 직접 대면접촉하도록 할 계획이다. 네이버 역시 팀워크를 위해 한 달에 한번 정도 대면 미팅을 권장하고, 신규 입사자의 경우 3달간 주 1회 출근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재택근무' 어렵다면…가까운 '거점 오피스'로 출근 재택근무가 어려운 직원들을 위해 '거점 오피스'를 도입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매일 출근시간대 지옥철을 경험하지 않아도 돼, '일과 삶의 균형'을 한층 더 높일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 직원들은 서울 신도림과 경기 일산·분당 등 3곳에 마련된 거점형 업무공간에서 근무한다. KT 직원들도 서울 여의도·석촌, 경기 일산에 위치한 사설 공유오피스에서 일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재택근무 비율을 70% 수준으로 확대 운영한다. 야놀자는 워케이션 외에도 상시 원격 근무제, 자율 좌석제 등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특히 자택 내 업무환경 조성이 어렵거나 장거리 통근 중인 임직원들을 위해 거점오피스도 마련했다. 올 2월에는 경기 남부권 거주 임직원들을 위한 ‘와이스테이션(Y-Staytion) 분당’을 신설해 강서권 5개 지점까지 총 6개의 거점오피스를 확대 운영 중이다. 크래프톤은 다른 지역의 오피스(서초, 판교 등) 소속 근무자들이 출근해 업무할 수 있는 핫데스크(hot desk)공간을 '크래프톤 역삼 오피스'에 구축했다. 핫데스크의 이용 편의를 위해 사물함도 함께 제공하며, 현장 예약 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 거점 오피스의 확대 도입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이커머스 전문기업 코리아센터는 유연근무제 도입했다. 직원들은 사전에 회사로부터 승인을 받은 곳이라면 지역을 불문하고 일할 수 있다. 효율적인 유연근무제를 위해 3곳의 거점 스마트 오피스 환경도 구축한다. 서울 파크원 타워1 35층에 위치한 신규 거점 오피스는 전용면적 500평 이상으로 임직원들의 업무 효율성, 편의성은 물론이고 집중과 쉼 사이의 균형을 맞췄다. 기존의 서울 금천구 가산동 사옥과 경기 부천에 위치한 KR센터도 스마트 오피스 환경으로 탈바꿈시켜 나간다. ◆출근해야 일 잘한다?…달라진 IT업계 분위기 최근 전면 재택근무 혹은 주 3일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새로운 근무제도를 발표한 네이버의 최수연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일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자고 주문했다. 최수연 대표는 "네이버는 언제, 어디서 일하는가를 따지기보다는 더 본질적인 '일의 본연의 가치'에 집중, 신뢰 기반의 자율적인 문화와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왔다"며 "앞으로도 일의 본질에 집중해 직원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인플러스는 지난 1년 동안 원격근무/혼합형 근무 제도를 시행하면서 직원들이 원격근무만으로도 대부분 업무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에 국외 원격근무까지 허용하는 과감한 판단을 내리게 됐다. 라인플러스 관계자는 "1년 가까이 시행한 '라인 하이브리드 워크 1.0'의 원격근무/혼합형 근무 제도에 많은 임직원이 순조롭게 적응한 것을 바탕으로 2.0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며 "업무와 성과를 책임 있게 자율관리 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근무 장소를 장소 제약 없이 유연하게 선택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어비앤비는 동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 CEO는 지난달 29일 전세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직원들이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근무체계를 공개했다. 그는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유연성이 놀라운 창의성과 혁신을 불러 일으키고, 직원들이 에어비앤비에서 일하는 것을 정말 즐겁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