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않는 임신, 선택지가 없었어요"…이유 들어보니[반복되는 영아유기②]
미혼모·부 "편견·경제적 문제로 힘들어"성범죄·외도 등에는 출생신고도 어려워입양도 쉽지 않아…까다로운 절차 문제결국 베이비박스…일부는 극단적 길로코로나 사태도 악영향…입양 역대 최저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갓 태어난 아기가 부모에게 살해되거나 버려지는 사건이 매년 발생하는 가운데, 유사 사건이 되풀이 되는 원인으로는 계획 않은 임신 및 출산에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지극히 적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 등에 더해 입양 절차가 까다로운 점도 문제로 꼽힌다. 22일 미혼모·부 지원단체 등에 따르면 이들은 아이의 양육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로 편견어린 시선과 경제적 여건을 꼽았다. 대다수 10대·20대 미혼모·부는 임신을 계획하지 않은 탓에 아이를 양육할 여건을 미처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에 직면한다고 한다. 양육을 포기하는 부모들을 만나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김지환 아빠의품 대표는 "아이를 직접 기르고 싶어도 분유 살 돈조차 없어서, 혹은 지병이 있어서, 한부모 가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두려워서 찾아오는 부모들이 있다"며 "이런 부분이 해결되면 다시 아이를 키우겠다고 생각을 바꾸는 분들이 6명 중 1명은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자신이 낳은 아이를 키울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베이비박스'에 두고 갔다가 이달 20일 다시 찾아온 사례가 있었다. 이 부부는 20대로, 혼인신고를 마치고 가정을 이루기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아이를 데려가 키우기로 했다. 지난 3월에도 3개월 전 두고 간 아이를 다시 찾으러 온 사례가 있다. 계획은 커녕 불가피한 상황에서 임신 및 출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성범죄 피해자, 미등록 이주민으로부터 출생한 아이나 근친상간 및 외도로 태어난 아이들의 경우 출생신고가 더욱 어렵다. 김 대표는 "이런 경우에는 사회적 편견 뿐만 아니라 실제 법적으로도 출생신고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아이를 두고 가는 부모는 그래도 아이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베이비박스를 찾는다"며 "살면서 본인들의 힘으로 어찌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를 키울 수 없다면 입양 보내면 되지 않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마저도 크고 작은 어려움이 동반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현행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아이를 입양 보내려는 친부모는 지자체에 관련 상담을 받고 친필로 동의서를 써야 한다. 본격적인 입양절차가 시작되면 양부모는 아동의 출생신고 증빙 서류를 갖춰 법원의 허가를 받는데, 이 출생신고 역시 아동의 친부모가 출산 1개월 내에 하도록 돼 있다. 입양 절차 전반에 친부모의 인적사항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미혼모부' 딱지가 두려운 이들은 신원 노출을 꺼려 입양 생각 자체를 포기하기에 이른다고 한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이들이 베이비박스를 찾고,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베이비박스 속 아이들은 다른 가정으로 입양되는 대신 지자체의 보호시설로 인계된다. 일부는 유기 등의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최근 2년간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도 입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226명(54.5%), 국외에서 189명(45.5%) 등 총 415명이 입양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저 기록이다. 국내 입양아 중 73.9%, 국외 입양아 중 99.5%가 미혼모·부의 아이로 파악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