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는 안잡히고 블랙은 너무 비싸"…자전거·킥보드는 '음주운전' [한밤 귀갓길 전쟁 ①]
택시공급 부족 여전…코로나 전보다 30%↓회식·야근 후 따릉이 타고 귀가하는 이들도이달 자전거·킥보드 음주단속 적발 780건[서울=뉴시스] 위용성 기자 = #. 목요일 밤 서울역, 직장인 A(35)씨는 새벽 1시가 넘은 늦은 시간 회식을 마치고 상사와 택시잡기에 돌입했다. 이미 수십명의 시민들이 택시 정류장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A씨의 집은 동대문, 상사의 집은 강남.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곳에서 택시를 잡아보기로 하고 일단 헤어졌다. 1시간 반이 지났다. 여전히 택시는 없다. 카카오택시를 부르려 해도 요금 1만3000원인 일반 택시는 잡히지 않는다. '블랙' 택시는 5만원으로 뜬다. 한 순간의 고통을 참지 못해 4배 넘는 돈을 쓰진 않겠다 수차례 다짐하며 묵묵히 기다렸다. 먼저 줄 서 있던 사람들 중 일부는 가족에게 데릴러 오라고 전화를 걸지만, A씨는 혼자 산다. 차라리 사무실에서 자는 게 내일 출근하기 편하지 않을까 고민 중인데, 상사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다. "잡았어? 난 아직도 제자리야". 회식과 야근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왔는데, 집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택시가 사라졌다.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줄어든 택시 공급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다. 28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3월31일 기준으로 등록된 전국 일반택시기사 수는 7만4331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지난 2019년말 10만2320명보다 27.3% 감소했다. 업계에선 코로나 사태로 시민들의 출근·외출 등 외부 활동시간이 감소하자 수익성이 악화된 택시기사들이 배달업 등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얼마 전 교대역 인근에서 자정께 회식을 마치고 나온 B(32)씨도 1시간째 발만 동동 굴렀다. 그는 귀가시간이 엄격하게 정해진 신혼이다. 카카오택시 앱을 켜 집인 문정동을 찍었더니 '호출 실패' 알림만 떴다. 포털에 콜택시를 검색해 나오는 업체 두 곳에 전화했지만 '손님 지역에 차량이 없어 배차를 할 수 없다'는 문자만 돌아왔다. 카카오택시 '블랙'을 호출하려니 요금이 8만원이라고 한다. 판교로 출퇴근하는 C씨는 얼마 전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어 늦게까지 야근을 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C씨는 '이럴 바에야 그냥 일을 더 하자' 싶어 사무실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서울시는 그간 올빼미버스 노선 확대 운행, 개인택시 부제 해제, 심야 지하철 1시간 연장 운행 등 여러 대책을 내놓으면서 이전보다 상황이 나아졌다곤 하지만, 30% 가까이 줄어든 택시 공급량을 메우기가 쉽지가 않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이나 명동, 여의도, 홍대 등 일부 지역에서 경기 지역으로 가는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지하철이 끊긴 시간 택시가 잡히지 않으면서, 서울시 공유 자전거 '따릉이'는 물론 전동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를 타고 귀가하는 시민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서울시에 따르면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달 4~28일 사이 심야시간(밤 11시~다음 날 새벽 2시) 따릉이 이용건수는 총 22만1936건이다. 이는 전년 동월(12만5084건)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술을 마시고 자전거나 전동킥보드를 타는 건 엄연히 음주운전에 해당돼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한 달 동안 자전거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68건, 개인형 이동장치는 659건에 달했다. 이달에는 27일 기준 각각 93건, 686건이 적발된 것으로도 집계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