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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양인모 "콩쿠르는 살벌 다시 깨달아...그래도 매일 연습한 저를 믿었죠"

등록 2022-06-01 16:21:13   최종수정 2022-06-14 09: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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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시벨리우스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
파가니니 우승 후 7년만 콩쿠르 도전
유럽무대 활약 기대…"새로운 장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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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지난달 29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제12회 시벨리우스 콩쿠르 결선에서 연주하고 있는 모습. (사진=시벨리우스 콩쿠르 인스타그램 사진 캡처/minnahatinen) 2022.06.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앞으로 더 폭넓은 경험을 할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음악적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너무 궁금해요. 하루하루 기대가 더 많이 됩니다."

제12회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7)는 "지금도 실감 나진 않는다"고 했다.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와 만난 그는 "노력한 만큼 좋은 성과가 있어서 감사하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현재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다.

"콩쿠르가 이렇게 긴장되고 살벌했다는 걸 다시 깨달았어요.(웃음)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의 노력이 아깝지 않도록 마음껏 연주하는 것밖에 없었죠. 파가니니 이후 경험하며 달라진 것들을 많이 보여줄 수 있었어요. 저도 저를 새로 발견한 느낌이라 뿌듯합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폐막한 이 콩쿠르에서 한국인이 우승한 건 처음이다. 2015년에 9년 만의 우승자로 양인모가 이름을 올린 파가니니 콩쿠르에서도 한국인 최초의 역사를 썼다.

7년 만에 도전한 콩쿠르인 만큼 부담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콩쿠르 출전을 결심한 후 매일같이 해온 연습을, 자기 자신을 믿었다.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도 무대에 서니 떨렸다"며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시벨리우스와 정서적 애착 생겨…콩쿠르 내내 도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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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지난달 29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폐막한 제12회 시벨리우스 콩쿠르 시상식에서 우승 후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시벨리우스 콩쿠르 인스타그램 사진 캡처/minnahatinen) 2022.06.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오랜만의 콩쿠르 도전엔 "집중해야 할 게 필요했다"고 답했다. 2년 전 유럽으로 건너왔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연주회들이 취소되며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콩쿠르를 통해 유럽 청중들 앞에 더 서고 싶다고 생각했다. 시벨리우스 콩쿠르도 2020년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연기돼 올해 개최됐다.

핀란드의 국민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965년 시작돼 5년마다 열리는 이 콩쿠르는 첫해에 러시아 바이올린 거장 올레그 카간이 우승했다. 이후 빅토리아 뮬로바,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세르게이 하차투리안 등 바이올리니스트 거장들을 배출해 왔다.

그는 이번 콩쿠르로 시벨리우스와 영적으로 가까워진 기분이라고 했다. "시벨리우스 작품을 새로 알게돼 기뻐요. 일생에 걸쳐 초기부터 후기까지 스타일의 변화도 알게 됐죠. 한 작곡가와 이렇게 가까워진 적은 처음이에요. 정서적으로 깊은 애착을 느껴요."

결선에 이르기까지 여러 관문을 통과한 그는 2차에서 연주한 슈만의 판타지 무대를 가장 만족스러운 무대로 꼽았다. 흔히 연주되는 곡이 아닌 만큼, 콩쿠르에서 잘 볼 수 없는 곡이란다. "형식이 난해하고 소수만 좋아하는 곡이죠. 시상식이 끝나고 심사위원들이 그 곡을 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비록 잘 알려진 곡은 아니지만 제 아이덴티티를 대표하는 곡이기도 하고 굉장히 뿌듯했어요."

6개월간의 연습부터 우승의 순간까지 그에겐 배움의 시간이었다. "해보지 못했던 곡 위주로 선택했고, 하나하나 도전이었다"며 한곡 한곡이 애틋하다고 웃었다. "닐센 협주곡은 처음 협연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연주하고 싶었던 곡이었어요. 그 바람이 마침내 이뤄졌죠. 바흐는 매일 연습했는데, 마지막 순간까지도 해석의 가능성이 너무 많아서 즐거웠어요. 바흐 연주를 칭찬해준 심사위원들도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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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사진=Sangwook Lee 제공) 2022.04.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결선을 치르며 우승을 예감했냐는 물음엔 "전혀 몰랐다"고 했다. "제가 추구하는 음악을 최대한 설득력 있게 보여주려 했어요. 결과는 생각하지 않으려 했죠. 다만 처음 준비할 때부터 무언가 끌어당김이 있었어요. 더 많은 사람에게 나를 더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이 컸죠."

◆"핀란드 청중들과 음악적 교감 기대…음악가로 더 자유로워지고파"

파가니니 이후 '인모니니'라는 애칭으로 불려온 그는 이번 우승으로 '인모리우스' 수식도 얻게 됐다. "인모니니 별명이 늘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 그 타이틀만이 저를 수식하면 안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다"며 "다른 능력도 인정받은 것 같아 좋다. '인모리우스'로 진화했는데, 앞으로 더 많은 수식어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핀란드는 첫 방문이었다. 그는 추후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및 핀란드 방송 교향악단과 협연하게 된다. "12월에 오스모 벤스케(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은 확정됐고, 몇 가지 제의도 더 들어왔다"며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핀란드 청중과 더 친밀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설레했다.

"호응을 잘 해줘서 편안히 연주할 수 있었어요. 핀란드 사람들과 왠지 모르게 정서적으로 가깝다고 느꼈죠. 두 문화가 멀지 않다고 여겨졌고, 많은 에너지를 얻었어요. 음악적으로 공유할 게 더 많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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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사진=크레디아/Sangwook Lee 제공) 2022.06.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콩쿠르에는 다시 나가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과의 경쟁은 계속된다. "좋은 기회가 많이 찾아오리라 믿고 있어요. 다만 경쟁은 계속해야죠. 커리어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건 더 어려운 일이에요. 다양한 음악적 해석과 저만의 흡수로 제 영역을 넓혀 나가는 과정이죠."

앞으로 유럽 무대 활약을 예고하고 있는 양인모는 "새로운 장이 열린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당장은 8월에 미국 라비니아 뮤직 페스티벌에서 시카고심포니와 협연이 예정돼 있다. 9월엔 폴란드와 핀란드를 방문하며, 10월엔 이탈리아 파가니니 페스티벌에 참석한다. 11월엔 부산시향과 진은숙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이곳저곳 안 가본 곳들에서 연주하고 새로운 음악가들을 많이 만나며 자연스레 음악이 깊어질 테죠. 이 흐름에 저를 맡기고 싶어요. 저는 이번에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집중하는 제 모습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또 어떤 게 나의 도전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요. 훨씬 더 음악가로서 자유로워지는 게 중요한 목표죠."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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