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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인터뷰]송강호라는 공기, 송강호라는 뒷배

등록 2022-06-09 08:10:43   최종수정 2022-06-20 10: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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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영화 '브로커'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혼자 받은 상 아니야, 모든 분 감사하다"
아기 빼돌려 돈 받고 입양보내는 '상현'
"알 수 없는 인물인데 이해되는 사람"
"고레에다 감독 침착함에서 깊이 나와"
"강동원 참 좋은 동생, 볼 때마다 뿌듯"
"이지은 놀라워 한국 대표 배우 될 것"
"해외 진출 계획 없어 한국영화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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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떠올려 보면 언제나 그랬다. 배우 송강호(55)는 녹아든다. 그는 결코 튀지 않는다. 영화에 맞게 연기할 뿐이다. 일례로 '마약왕'(2018) '사도'(2015) '변호인'(2013) 등에서 그는 강렬한 에너지를 내뿜는다. 그가 그런 역할을 맡은 영화였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생충'(2019) '설국열차'(2013) '밀양'(2007) 등에서 송강호는 영화의 공기처럼 존재한다. 역시 그런 역할을 맡았은 영화였기 때문이다. 관객은 당연히 그의 송강호의 연기가 두드러지는 작품에서 그를 더 잘 기억하지만, 그의 연기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할 때도 뛰어났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새 영화 '브로커'에서도 그렇다. 이 영화에서 송강호는 일종의 배경이다. 그가 연기한 상현은 배우 이지은(아이유)이 연기한 소영 뒤에, 강동원이 연기한 동수 옆에 서있는 사람이다. 그는 이들 앞에 서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상대 배우들과 끊임없이 호흡을 주고받으면서 그 모든 캐릭터를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 작업은 결국 영화를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든다. 송강호의 힘이라는 게 이런 것이다. 영화의 가장 든든한 뒷배가 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송강호가 '브로커'로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을 두고 그에 대한 칸의 예우라고 평가절하한다. 그간 경쟁 부문에 진출한 영화로 수차례 칸을 찾았고 심사위원까지 한 경력에 대한 누적치로 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브로커'를 제대로 봤다면, 이런 말은 할 수 없다. 이 작품에서 송강호는 영화를 아우르는 어떤 경지를 보여준다.

8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송강호를 만났다. 이 대배우는 시종일관 자신을 낮추고 또 낮췄다. 칸 남우주연상은 모든 출연진과 전 스태프가 함께 열정적으로 일했기 때문에 받은 것이라고 했다. 강동원·이지은과 연기 호흡에 대해서는 그들이 좋은 연기를 해서 덕분에 영화가 잘 나왔다고 했다. 자신의 연기가 가장 두드러지는 특정 장면을 이야기할 때도 그는 상대 아역 배우가 연기를 잘해준 덕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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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수차례 말하기는 했지만,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소감 궁금하다.

"나 혼자 받은 상이 아니다. 이 영화에 참여한 모든 분들 감독부터 가장 막내 스태프까지 그들이 열정과 재능으로 '브로커'를 함께 완성한 거다. 그래서 내가 상을 받을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브로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작품인가.

"6~7년 전에 고레에다 감독님과 첫 미팅을 했고, '브로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당장 찍자'거나 '내년에 찍자' 이런 건 아니었다. 이런 이야기를 같이 해보자는 선에서 헤어졌다. 아마 그때가 봉준호 감독님의 '기생충'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그래서 고레에다 감독님에게 '기생충'도 가족 이야기인데, '브로커'로 또 가족 이야기를 하는 게 어떨지 모르겠다고 얘기했었다. 그러다가 결과적으로 '기생충' 나오고나서 한참 뒤에 '브로커'를 하게 됐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인연은 어떻게 닿았나. 고레에다 감독과 작업한 소감도 함께 듣고 싶다.

"2007년에 부산국제양화제에 갔다가 호텔 엘레베이터 앞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 드렸다. 그 전부터 고레에다 감독님 영화를 좋아하고 존경하고 있어서 만나뵙고 싶었는데, 우연찮게 만나서 잠시 이야기하게 된 거다. 그때 인연이 돼서 '브로커'까지 오게 됐다. 그리고…처음에 감독님 영화를 생각할 때는 선입견이 있었다. 완벽하고 정교한 시나리오를 들고 영화를 시작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많이 열려 있더라. 물론 머릿속엔 계획이 다 있었을 거다. 어쨌든 배우들에게 굉장한 해방감을 줘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게 해주더라. 배우와 적극 소통하면서 영화를 만들어가는 게 놀랍고 신선했다."

-'상현'이라는 인물에 어떻게 접근했나.

"상현의 전사(前史)는 짐작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마지막에 상현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어떻게 된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아마 설명을 해주거나 그래싸면 재미가 없었을 거다. 알 수 없지만, 이해가 되는 인물이 되기를 바랐다. 상현을 보고 있으면 더 궁금해지고 더 아린 느낌이 있기를 원했다. 그것이 '브로커'라는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감성을 관객과 나누는 게 내 역할이었다."

-그간 고레에다 감독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수차례 표현해왔다. 함께 촬영하면서 고레에다 감독에게 어떤 자극을 받았나.

"15년 전에 처음 만났을 때, 이분의 덕이랄까, 정말 따뜻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같이 작업을 하면 어떨지 궁금했다. 촬영을 하고 나서 가장 먼저 느낀 건 침착하다는 것이었다. 어느 장면을 찍든, 어느 곳에 있든, 무슨 이야기이든 정말 침착한 시선을 갖고 응시하고 있다라는 느낌이었다. 이 침착함에서 나오는 깊이감은 어떻게 말로 잘 표현이 안 된다. 그런 모습은 배우에게 신뢰감을 준다. 그런데 또 그러면서도 생경함이 주는 에너지도 있다. 그래서 촬영하는 매일이 즐거웠다. 그리고 고레에다 감독이 연출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연출한 그 장면을 보면서 '고레에다는 고레에다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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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소영이 상현에게 해주는 말이면서 동시에 상현이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일 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생각하면서 이 장면을 찍었나.

"글자 그대로 받아들였다.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말 자체가 주는 울림과 여운이 있다. 당시 촬영 현장에서 느껴지는 그 떨림들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 장면에서 나오는 숨소리와 표정 같은 것들, 이런 게 왜 나왔는지 관객이 자유롭게 상상하면 된다."

-지난번 제작보고회 때 고레에다 감독이 촬영 전에 봉준호 감독 만난 얘기를 하면서 '촬영장에서 송강호는 태양과 같은 존재이니까, 그를 믿고 따라가면 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봉준호 감독님이 원래 개구진 유머를 많이 한다.(웃음) 나는 일개 배우다. 내가 촬영 현장에서 특별히 뭘 하겠나. 다만 내가 현장에서 가장 선배 배우이니까…고레에다 감독님이 촬영 전에 배우들에게 이야기했다. 소통하고 싶다고. 아무래도 감독님이 일본인이니까 한국어의 미묘한 말의 어감이나 디테일한 차이를 알아채기는 어려우니까, 그런 걸 내가 조금 이야기했다. 내 연기 위주로. 그걸 너무 크게 말씀해줘서 굉장히 쑥쓰럽고 민망하다."

-상현이 딸과 만나는 장면에서의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고레에다 감독 역시 이 장면에서의 송강호 배우의 연기가 대단했다고 말했다. 이 장면 촬영 전에 고레에다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좋게 봐줘서 감사하다. 그 장면은 신촌에서 찍었던 기억이 난다. 감독님과 특별한 대화는 없었다. 상현의 감정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았다. 나도 묻지 않았다. 그냥 느낌 그대로 갔다. 딸로 나온 친구가 연기를 잘해줬다. 그래서 아주 좋았던 기억이 난다."

-딸이 상현에게 "진짜?"라고 말하는 대사는 원래 없었던 걸 고레에다 감독이 현장에서 넣었다고 했다.

"맞다. 대본에는 그 대사가 없었다. 감독님이 그런 연출을 가끔 한다고 하더라. '어느 가족'에서 안도 사쿠라 배우가 나오는 취조 장면 있지 않나. 그때도 감독님이 그런 연출을 해서 그 명연기가 나왔다고 들었다. 이번에도 '진짜?'라는 대사를 넣어서 상현이 가진 설움이랄까, 가족에 대한 애달픔이 순간적으로 나온 것 같다. 내가 잘했다기보다는 딸을 연기한 배우의 연기가 내 연기에 큰 도움을 줬다."

-강동원 배우와 '의형제' 이후에 12년만에 다시 만나서 연기했다. 강동원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강동원 배우는 막내 동생 같다. 고향도 비슷하고 그래서.(웃음) 그 친구는 외모와 달리 소탈하고, 뚝배기 같은 인간성을 갖고 있다. 그 인간성을 내가 잘 알아서 옛날부터 좋아했다. 같이 연기하면 너무 즐겁더라. '의형제' 때도 연기를 잘했지만, '브로커'를 보면 강동원 배우가 얼마나 성숙했는지 깊이감이 생겼는지 알게 된다. 이 친구를 보고 있으면 참 대견하고 뿌듯하다. 후배의 성장한 모습을 보는 게 행복했다."

-이지은 배우의 연기에 대한 호평도 많다. 이 작품이 이지은 배우의 첫 영화였다. 같이 연기해보니 어땠나.

"옛날부터 팬이었다. '최고다 이순신'부터 '나의 아저씨'까지 놀라운 연기를 하더라. 이번에 함께 연기하면서 보니까 감탄이 나오더라. 너무 좋았다. 내가 이지은 배우의 노래는 잘 모르지만, 가수로서 성공이 그냥 이뤄진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에 대한 태도, 그 진지함, 깊이감, 이런 것들로 똘똘 뭉친 배우라고 생각했다. 준비가 잘 돼 있는 배우였다. 앞으로 대한민국 대표하는 배우로 성장할 거다."

-'해진'을 연기한 유승수 배우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아역 배우들과의 연기는 어땠나.

"유승수군이 '태어나줘서 고마워' 그 장면에서 연기를 그렇게 할 줄 몰랐다. 정말 깜짝 놀랐다. 이 철부지 개구쟁이 같은 아이가 이 작품을 분석이라도 한 걸까, 이 장면에 오기까지 감정 컨트롤을 해온 걸까, 어떤 감정으로 연기해야 할지를 알고 있었던 걸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렇게 아이들의 연기를 끌어내는 게 고레에다 감독의 탁월한 능력이다. 그가 일본에서 찍은 모든 작품에 아이들이 나오고 그 아이들의 연기가 놀랍지 않나. 그런 영화를 보면서 고레에다 감독이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늘 궁금했다. 옆에서 지켜본 결과 고레에다 감독에겐 사람에 대한 혜안이랄까,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이 세계를 깊이 있게 보는 사람의 그 혜안이 참 놀랍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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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을 함께하면서 K-무비 K-드라마 붐을 일으키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이 크게 성공하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칸에서도 한국영화가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런 K-콘텐츠 붐을 어떻게 보고 있나.

"이번에 칸에 갔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한국 콘텐츠에 대한 주목도가 예전과 크게 달라졌더라. 어딜 가든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관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한다. 달라진 위상을 똑똑히 목도하고 왔다.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봉준호 감독이 3년 전에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고 기자회견 할 때였나, 그때 이런 말을 했다. 이런 일이 하루아침에 일어난 게 아니라 임권택 감독님부터 20년 넘는 시간 동안 한 계단 한 계단 씩 아주 켜켜이 쌓아올린 결실이라고. 그동안 한국영화인들이 꾸준히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콘텐츠를 개발해온 덕에 이런 결과물이 나오게 된 거다. 정말 좋다. 나 뿐만 아니라 한국영화인 모두가 큰 힘, 큰 원동력을 얻은 것 같다."

-미국 등에서 현지 영화를 함께하자는 제안을 꾸준히 받을 것 같다. 계획은 없나.

"'기생충' 이후에 미국에서 영화 제의가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내가 베스트 연기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더라. 정중히 거절했다. 나는 한국영화를 통해서 전 세계 관객과 소통하는 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마도 해외에 직접 나가서 연기를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관객이 어떻게 봐주길 바라나.

"정말 긴장되고 설렌다. 아무래도 상업 영화가 아니라서…재미를 느끼는 것보다는 이 각박하고 어려운 시기에 따뜻한 울림을 주는 그런 시간을 만들어주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 관객분들께서 정말 너그러니 즐기고 받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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