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매맞는 택시기사들]②"만취승객에 당한 뒤로 야간운전 포기했어요"

등록 2022-06-26 07:00:00   최종수정 2022-06-27 15:33:07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과거 야간 운전 경험·동료 전언으로 폭력 체감

돈 적게 받아도 스트레스 덜한 주간 운전 선호

"주취자에게 관대한 법·제도 개선이 가장 필요"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이소현 기자 = 지난 24일 오전 11시께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인근 기사식당 앞 택시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 2022.06.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소현 기자 = "아주 술만 마시면 택시기사한테 행패야. 그래서 내가 야간 운전을 그만 뒀잖아."

지난 24일 오전 11시께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인근 기사식당 앞에서 만난 60대 중반 택시기사 A씨는 "맨 정신에 행패 부리는 사람은 잘 없고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우습게 보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2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장에서 만난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는 심야 시간대 만취 승객의 행패를 우려해 야간 운전을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상당수 택시기사들은 과거 야간 운전 경험이나 동료들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폭력을 체감했고, 이에 돈을 적게 받더라도 스트레스가 덜한 주간 운전을 택하고 있다고 한다.

택시기사들의 실제 경험담을 들어보면 황당한 폭행 사례가 부지기수다.

과거 심야운행을 했던 A씨는 운전 중 케이크를 얼굴에 뒤집어 쓰는 경험을 했다. 모친에게 드릴 케이크를 들고 탑승한 만취 승객이 "더 마시겠다"며 차를 돌리라고 요구했는데, A씨가 달래자 욕설과 함께 케이크가 날아들었다고 한다. A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처벌은 무슨, 일은 일대로 못하고 열만 받았다"고 털어놨다.

만취 승객이 목을 비틀어서 사고가 날 뻔했다는 경험담도 있었다. 서울 역삼동에서 이태원으로 향하던 승객은 택시 경로에 문제를 삼더니 급기야 운행 중 목을 비틀었다고 한다. 경찰 신고로 승객은 처벌 받았지만,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는 것이 당사자의 설명이다.

심야운행 시 이 같은 경험들은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다고 택시기사들은 입을 모았다. A씨는 "수입 차이가 꽤 나지만 그런 일을 당하고 나서부터 야간 운전은 하지 않는다"며 "낮에도 새벽까지 술 마시고 나온 사람이 종종 있는데 조금만 비틀거려도 안 태운다"고 했다.
associate_pic
법인택시를 운전하는 60대 후반의 B씨도 야간운전은 절대 하지 않는다. B씨는 "혹여나 시비 걸릴까봐 야간 운전을 안 한다"며 "네비게이션 따라 가고 있는데 이상하게 돌아서 간다고 따지거나 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심야 택시 수요 급증하면서 관련 범죄가 더 늘어나는 것 같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 기사들은 강력한 처벌 등을 도입해 경각심을 제고해야 한다고 토로한다.

신주하 전국민주택시조합 서울본부 조직국장은 택시기사 폭행에 대해 "폭행 사건은 거리두기 당시에는 잠깐 줄었다가 또다시 급증하고 있다. 현장에서 기사들이 크게 우려하는 문제"라며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계속되는 문제인 만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그는 "택시뿐 아니라 버스, 대리운전을 포함한 주취자 운전자 폭행 문제 전반에 대해서 우리 법이 너무 관대한 것 같다"며 "처벌을 보면 '하는거나 하지 않는거나 뭐가 다르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고

A씨도 "법을 어긴 사람은 엄하게 처벌해야 되는데 술 마셨다고 하면 법이 관대해지니 문제"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관련기사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