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파티 끝③]불요불급 자산 팔고 복지 축소…'신의 직장' 옛말되나
尹대통령 "과하게 넓은 사무공간 축소하라"호화 청사, 기관장 집무실 등 첫 타깃 될 듯부동산, 출자 지분, 해외 자산 등 매각 속도사내대출, 학자금, 복지포인트 등 수술대상文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수술대에 올릴 듯
대통령실이 "모든 것을 다 들여다보겠다"고 한 만큼 기관 통·폐합이나 구조조정 등과 관련해 본격적인 수술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복지제도 감소에 따른 직원 반발과 노조와의 충돌 등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26일 여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부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국 35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전수조사 착수에 나섰다. 첫 목표는 공공기관 청사 부지면적과 연면적, 기관장의 집무실과 부속실, 접견실 등 사무실 면적 등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과하게 넓은 사무공간을 축소하고 너무나 호화로운 청사도 과감하게 매각하고 임대로 돌려 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고 말한 바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과도하게 큰 청사 등은 매각 및 분리하는 조치 등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 집무실보다 큰 집무실을 사용하는 기관장에게는 축소가 권고될 수 있다. 아울러 부동산과 출자지분, 해외자산 등에 대한 매각도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20조원 이상의 적자가 전망되는 한국전력(한전)은 이미 지난달 해외사업 구조조정, 부동산 매각, 출자지분 매각 등 6조원대 자구책을 내놓았지만 최근에도 재정당국으로부터 질타를 당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9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전기·가스요금은 뼈를 깎는 자구 노력 등을 통해 인상을 최소화하겠다"며 한전의 재무개선을 더욱 다그쳤다. 추 부총리는 지난 20일에도 "국민들께서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여러 안을 제시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미흡했다"고 재차 지적했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공공기관들도 칼날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재무위기 관리 차원에서 부동산 매각과 해외사업 구조조정 등의 요구가 이어질 전망이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알짜 부동산으로 꼽히는 종로 석탄회관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매각 예정가만 2020년 기준 1650억원으로 추산되며 실제 감정가는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고연봉 임원은 스스로 받던 대우를 반납하고 과도한 복지제도를 축소하는 솔선수범을 해야 한다"고 한 만큼, 과도한 복리후생에 대해서도 폐지·축소 움직임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같이 직원들이 부동산 투기 등 이권에 개입한 사례 외에도 심야시간 법인카드 부정사용과 독서실에서 승진시험 공부, 외유성 해외출장 등 도덕적 해이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다. 1~3%대 시중보다 낮은 금리의 사내 주택대출, 가계대출 등이 타깃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 밖에 학자금, 복지 포인트 등도 수술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공공기관이 국민 상당수에 영향을 주고 있고, 1인당 복리 후생비는 오히려 감소하는 만큼 경영진과 주요 간부를 중심으로 필요한 규제만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기관 인력 구조조정도 거론된다.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원회 당시 이같은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 안정성과 처우 개선을 위해 추진한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문제로 보고 있다. 한전을 비롯해 한국철도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대형 공공기관과 그 자회사들이 구조조정 1순위로 꼽히지만, 실제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노조의 반발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어느 정권이든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제일 먼저 칼을 드는 게 공기업"이라며 "공기업을 통해 '군기잡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벌써 구조조정 이야기가 들린다"면서 "자회사들 간에 인력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풀어서 과한 곳은 줄이고 부족한 곳은 인력을 먼저 채울 일이지 먼저 구조조정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