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大위기]④웨이퍼 가격 급등…IT 제품도 '가격 인상' 공포
섬코·신에츠 등 웨이퍼 제조업체 가격 줄인상…가스·네온 등도 급등원자재 값 인상에 파운드리도↑…아이폰14 가격 인상에 영향 줄까달러 초강세에 日 애플 제품 일괄 인상…연준 움직임에 韓도 우려삼성 하반기 신제품도 가격 뛸까…"삼성 가격인상 폭 크지 않을 것"
◆웨이퍼 등 반도체 원자재 줄줄이 인상…파운드리→디바이스로 연쇄 인상되나 1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반도체 원재료 제조업체들은 연달아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웨이퍼 업계 세계 2위인 일본의 섬코(SUMCO)가 웨이퍼 가격을 약 30% 인상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또다른 웨이퍼 제조업체인 신에츠화학도 설비 투자 비용 회수를 위해 가격 인상을 시사했다. 웨이퍼뿐만이 아니다. 반도체 회로 제작 및 청소에 필요한 고순도 가스를 생산하는 쇼와 덴코가 가스 가격을 20% 이상 올렸고, 반도체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네온은 전세계 생산량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하며 공급가가 폭등한 상태다. 반도체 원재료 값 인상으로 인해 자연히 삼성전자와 TSMC 등 파운드리 업체도 가격 인상에 나설 전망이다. TSMC의 경우 고객사들에게 내년 1월부터 공급하는 웨이퍼 파운드리 제품에 대해 6%의 가격 인상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지난해에도 7~20% 수준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파운드리 가격을 최대 20%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선도 기업들이 연달아 가격 인상을 시사하면서 UMC, PSMC, SMIC, 글로벌파운드리스 등도 뒤를 따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러한 반도체 대란의 여파가 곧바로 하반기 예정된 신제품들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오는 8월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애플 '아이폰14'의 프로 모델의 가격이 100달러(약 13만원)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요 IT 팁스터(정보유출자) 앤써니 등에 따르면 128GB 모델을 기준으로 아이폰14 프로는 1099달러(약 143만원), 프로 맥스는 1199달러(약 156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전작인 아이폰13의 출고가는 프로 999달러, 프로맥스 1099달러였다. 아이폰14 프로 시리즈의 경우 전작과 달리 화면 상단에 움푹 패였던 '노치'가 사라지고 알약 모양의 '홀 펀치'가 적용되는 만큼 디스플레이 원가 비용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더해 업계에서는 아이폰14 프로 시리즈에는 보다 업그레이드된 프로세서 칩이 탑재되는 만큼 반도체를 비롯한 공급망 대란도 가격 인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폰 신작의 가격 인상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우리나라 출고가는 더 큰 비율로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1.75%로 크게 높인 이후 원·달러 환율이 1300원 내외를 오가는 등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달러 초강세, 아이폰 가격 더 높일까…日서 아이폰 최대 24만원↑ 이같은 달러 강세 현상으로 인한 제품 가격 인상 현상은 당장 옆나라인 일본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일본 내 애플 제품의 가격은 이달부터 일괄 인상에 들어갔다. 현재 가장 최신작인 아이폰13의 경우 128GB 기준으로 1만9000엔(약 18만원) 인상된 11만7800엔(약 113만원)으로 책정됐고, 특히 최상위 모델인 아이폰13 프로맥스는 15만9800엔(약 154만원)으로 2만5000엔(약 24만원) 뛰었다. 중저가폰인 아이폰SE도 5000엔(약 4만8000원) 인상됐고 아이패드나 애플워치의 가격도 상향 조정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5월 기준금리를 1.75%로 인상하면서 전세계적인 긴축 재정 흐름을 따라가고는 있지만, 연준이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원화 약세로 인한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갤플립·폴더 신제품 곧 출시…"삼성, 가격인상 해도 폭 크지 않을 것" 이렇듯 애플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 도미노 현상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역시 하반기 신제품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의 가격 인상 여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도 원가 부담 압박을 피할 수 없지만,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하긴 어려운 상황인 만큼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갤럭시Z플립4와 폴더4 같은 폴더블폰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플래그십 제품인 만큼 보다 고성능의 칩셋을 탑재해야 하고, 더욱이 폴더4의 경우에는 디스플레이도 더 크고 접히는 제품인 만큼 최근 원자재 인상의 타격을 상당 부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 제품군에서 수십만원 가량의 급격한 가격 인상이 나타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양사의 사업 전략 차이가 크다. 애플이 독보적인 프리미엄폰 전략을 펼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프리미엄폰부터 초저가폰까지 라인업 폭이 굉장히 넓으면서 중국업체와의 직접적인 경쟁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만큼 가격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폴더블폰과 관련한 경쟁업체의 추격이 매섭고, 삼성전자도 폴더블폰 대중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만큼 플래그십 폴더블폰이라 하더라도 수십만원 가량의 가격 인상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인 공급망·반도체 대란에서 삼성전자도 자유롭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상반기에 공급망 문제가 제일 컸을 때도 삼성전자가 비교적 파도를 잘 넘겼듯이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전자는 SCM(공급망관리)의 수직 계열화가 잘 돼있어서 거대한 이슈가 덮쳐도 어느 정도 완충할 수 있다.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한다 해도 수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급격히 올리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애플에 비해 강도가 약화될 수는 있더라도 반도체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해 삼성전자 또한 이익 감소는 불가피하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는 만큼 원가 부담 해소와 폴더블폰 대세화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대란이나 인플레이션 등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하반기 신제품에 대해서는 가격을 비롯해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무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