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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 논란②]영국은 도입, 미국은 추진…우리나라도 가능할까?

등록 2022-07-09 09:00:00   최종수정 2022-07-18 09: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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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석유·가스 업체들에 25% 횡재세

이탈리아·스페인·헝가리도 이미 도입

미국, 세금 21% 추가 부과 법안 추진

국내 정치권도 횡재세 도입 논의 활발

수익구조 차이·이중과세 반대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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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신화/뉴시스] 지난 2월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자동차에 기름을 넣고 있다. 영국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지난 주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가정의 생활비 부담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02.16.
[세종=뉴시스]옥성구 기자 = 해외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값 등 물가가 치솟자 반사 이익으로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에너지 업체들에 잇달아 '횡재세'(초과이윤세)를 부과하고 있다. 전쟁을 통한 이익을 횡재라고 보고 이를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고 있는 정유업체들과 금융권에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다만, 수익구조 차이와 이중과세 문제, 역효과 등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9일 외신 등에 따르면 영국과 이탈리아, 스페인, 헝가리 등 유럽 일부 국가들은 기업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름값이 폭등해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 횡재세를 걷고 있다. 미국 등은 횡재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영국은 석유 및 가스 업체들에 25%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다. 올가을 에너지 요금 추가 인상이 예고되자 지난달부터 에너지 기업 초과이윤세를 기존 40%에서 65% 늘렸고, 이를 재원 삼아 가계에 150억 파운드(약 24조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초과이윤세 도입으로 영국 정부는 12개월 동안 50억 파운드(약 8조원)의 재원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횡재세 부과는 일시적이며, 에너지 요금이 내려가면 단계적으로 폐지할 예정이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500만 유로(약 67억원) 이상 이익을 낸 에너지 기업에 25%의 횡재세를 추가로 물리기로 했다. 이를 통해 에너지 비용 상승에 어려움을 겪는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스페인은 비화석연료 발전사업자에 대해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헝가리도 올해와 내년에 에너지 기업 외에도 보험사, 항공사 등에 초과이윤세를 부과해 총 8000억 포린트(약 2조8000억원)를 걷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초과이윤이 10%가 넘는 석유기업에 대해 세금 21%를 추가로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연설에서 "엑손모빌(석유회사)은 지난해 하느님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초과 이익을 거둔 에너지 기업 등에 대해 한시적으로 15%의 특별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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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주유소 기름값이 연일 상승하고 있는 지난달 1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가 경유를 L당 3083원에 팔고 있다. 2022.06.16. [email protected]

우리나라도 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횡재세의 국내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기름값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정유업계로부터 초과 이익을 걷어 고통 분담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회의에서 "고유가 상황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정유업계는 역대 최대실적을 달성했다"며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유류세를 깎아주니 혜택은 정유사가 다 가져간다"며 "국제적 에너지 위기와 정부의 감세 조치로 앉아서 거액의 이익을 올린 에너지 기업들에 '횡재세'를 거둬 국민들에게 배당하는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여당도 정유업계의 고통 분담 동참을 촉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부는 세수 부족 우려에도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한 늘렸다"면서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거세다. 해외 주요 정유업체들은 원유를 직접 생산하는 데 비해, 국내 정유업체들은 해외에서 들여온 원유를 정제해 이익을 얻기 때문에 수익구조가 달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횡재세는 주로 산유국에서 하는 거고, 수입해서 비싸게 판다고 횡재세를 매기기는 힘들다"며 "우리 정유업계는 기름을 수입해 정제해서 돈을 번다. 우리나라 형편에 매길 수 있는 세금은 아니다"고 했다.

또한 법인세에 더해 횡재세까지 부과하는 건 이중과세라는 주장이 있다. 이와 함께 손실은 보전해주지 않으면서 이익에만 세금을 물린다는 점, 이윤을 낸 다른 업체에는 횡재세를 매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세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를 이미 내고 있어 이중과세 문제가 있다"며 "이윤이 많다고 세금을 매긴다는 건 다른 업체들과의 조세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초과 이윤에 세금을 부과해 정유업체들의 수익이 줄어들면 공급이 감소하면서 오히려 가격이 다시 올라가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독점력이 있는 경우 정부가 세금을 높이 물리면 그걸 감안해 가격을 더 올릴 수 있다"면서 "물가를 잡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물가를 올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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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지난 5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경유차량이 주유하는 모습. 2022.07.05.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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