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 떠나는 기업들 上]우리 회사 부럽지? "바다보며 일한다"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 알서포트에서 근무하는 A씨는 개인 연차 소진 없이 '부산 한달 살기'를 진행 중이다. 송정 해수욕장과 2분 거리인 거점 오피스에서 일하고, 퇴근 후에는 세탁실·피트니스센터 등이 딸린 개별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다. 바다를 바라보며 업무하고, 퇴근 후에는 부산 맛집 탐방도 할 수 있었다.

#. 라인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B씨는 가족과 함께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에 도전하기 위해 제주에서 원격근무를 진행했다. 제주도에서 일하는동안 바닷가 산책이나 휴식 등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회사가 제공하는 원격근무 지원금 월 17만원도 제주 살이에 큰 보탬이 됐다.

#. 네이버 임직원 10명은 지난 4일 오픈한 춘천 연수원으로 4박5일간 워케이션을 떠났다. 한 주에 신청자 중 10명만 뽑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회사는 해외 워케이션 지역으로 일본 도쿄 베이스캠프도 준비하고 있으며 추가 대상지 확대를 검토 중이다. 또 교통비 지원 등 세부적인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예정이다.

#. 야놀자 임직원 120명은 최근 동해와 여수로 일주일간 워케이션을 떠났다. 회사가 지원하는 호텔·식사·레저시설을 이용하며 그간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인해 요원했던 직원간 친밀감 회복에도 도움이 됐다는 평이다. 회사는 지역 카페를 사무공간으로 대여해 직원들에게 업무와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지원했다.

#. 티몬 임직원 50명은 제주, 남해, 부산 세 곳에서 4박5일간 일하며 여행을 즐겼다. 회사는 지난달 '더 휴일'로 이름 붙인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임직원들에게 숙박비, 왕복 교통비를 지원했다.

#. 롯데멤버스 임직원 10여명도 최근 제주도에서 일주일간 원격근무를 진행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 4일 근무, 유연근무제로 하루 6시간의 최소 근무를 마치면 조기 퇴근이 가능해 여행 일정을 계획하기 안성맞춤이었다. 1시간 반, 점심시간 동안에도 바닷가 카페나 근처 수목원에 가서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 키다리스튜디오와 레진엔터테인먼트 직원들은 해외 사업 진출국인 미국·일본·태국·대만·독일·프랑스·스페인 등 7개국에서 워케이션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직원들은 연 1회, 휴가 포함 최대 4주까지 사용 가능하며, 회사는 항공비 실비의 50%를 지원한다.

일을 하면서 휴가를 동시에 즐기는 '워케이션(work & vacation)'이 새로운 임직원 복지로 각광받고 있다. 휴양지에 거점 오피스와 숙소를 마련해주고, 교통비·생활 지원금까지 제공할 정도다. 일부 기업은 해외로까지 워케이션 지역을 확장해 시행 중이다. 인터넷과 PC만 있으면 어디서나 자유롭게 근무 가능하다.

회사 입장에서도 채용 풀 확대에 긍정적인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워케이션' 도입 이후 입사 지원률이 늘었고, 심지어 재입사 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리적 근무 장소의 제한이 줄어드니, 해외 기업에 재직중인 인재들까지 경력직 입사를 지원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전했다.


◆"해외 워케이션은 우리가 원조"…글로벌 여행 플랫폼社 주도

해외 워케이션 제도는 에어비앤비와 클룩 등 글로벌 여행 플랫폼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도입하며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 특성상 해외 워케이션 제도 정착이 용이하다는 평이다.

에어비앤비 임직원은 같은 국가 내에서 허용하던 워케이션을 오는 9월부터 170개 이상의 국가로 확대해 연간 최대 9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다. 급여가 더 낮았던 지역에서 근무하던 직원의 경우 급여가 높은 쪽 기준으로 맞춰져 인상된 급여를 받는다.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 CEO는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유연성이 놀라운 창의성과 혁신을 불러 일으키고, 직원들이 에어비앤비에서 일하는 것을 정말 즐겁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룩 임직원은 근무일 기준 최대 30일 동안 전 세계 어디서나 일과 여행을 함께할 수 있다.

캐리 쉑 클룩 P&C(People and Culture) 부문 부사장은 "클룩은 책상에 얽매인 브랜드가 되기보다, 직원 모두가 여행자로서 전 세계 어디에서나 여행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워케이션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며 "이는 클룩 직원들이 급여를 그대로 받으면서 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몰디브 휴양지로 워케이션 떠나는 韓 기업 어디?

한국에 본사를 둔 국내 기업들도 해외 워케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네이버·라인·알서포트·키다리스튜디오 등이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이달부터 국내 뿐만 아니라, 워케이션을 일본 도쿄로 확대 시행한다. 네이버 임직원은 도쿄 베이스캠프(연수원)에서 업무와 휴가를 보낼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도쿄 베이스캠프에서도 임직원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해외 워케이션 도입 시점에는 교통비 등 지원금을 비롯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며 "제도가 잘 정착하면 추가적인 워케이션 지역 확대도 검토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네이버 계열사 라인플러스도 이달부터 원격 근무 지역을 한국 시간 기준 시차 4시간 이내 해외로 확대하기로 했다. 라인플러스 임직원은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몰디브, 괌, 뉴질랜드, 사이판, 호주 등에서도 원격근무가 가능하다. 해외 원격근무는 최장 90일까지 가능하다.

라인플러스 관계자는 "한국과 시차가 4시간 이내이면서 여행금지 경보 3~4단계 국가만 아니라면 어디든 원격근무가 가능하다"면서 "자사는 소수 인원을 추첨하는 것이 아닌, 전체 임직원 모두 워케이션이 가능하다. 조직 내 논의만 거친다면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항공비나 숙박비 제공은 없지만, 원격근무 지원금 17만원이 임직원 모두에게 제공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비대면·원격솔루션 전문 기업 알서포트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해외법인이 위치한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까지 워케이션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이사는 "급변하는 경제 상황 속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며 "사무실 중심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위성오피스, 원격근무, 워케이션 등 다양한 업무 방식의 혁신을 통해 임직원의 창의성을 높여 생산성을 향상시킴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종합 콘텐츠 플랫폼 기업인 키다리스튜디오와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자사의 봄툰·레진코믹스·델리툰 플랫폼이 운영되는 해외 7개국에서 임직원이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는 '워케이션' 제도를 이용하는 임직원의 항공비 실비 50%도 함께 지원한다.

키다리스튜디오 관계자는 "자사의 워케이션 제도는 업무 협업을 위해 한국 기준 근무시간인 오전 9시~오후 6시 중 최소 4시간 이상 근무할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근무지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근무시간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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