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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표절 시비', 대중음악계 후폭풍…참조·간접인용 등 갑론을박

등록 2022-07-21 09:19:22   최종수정 2022-08-01 10: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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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표절은 친고죄·민사 영역…"판단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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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유희열 '생활음악' EP2. '아주 사적인 밤'. 2022.06.20. (사진 = 유튜브 캡처)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작곡가 겸 프로듀서 유희열로 촉발된 대중음악계 표절시비가 산불처럼 번지고 있다.

앞서 유희열은 지난달 모 브랜드와 협업한 '[생활음악]' 프로젝트를 통해 발표한 '아주 사적인 밤'으로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해당 곡이 일본 영화음악 거장인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의 '아쿠아(Aqua)'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유희열은 곡의 메인 테마가 충분히 유사하다는 데 동의한다며 사과했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긴 시간 가장 영향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기에 무의식중에 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다"는 것이다.

사카모토 류이치가 유희열에 대해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면서 해당 건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온라인에 유희열이 작곡한 다른 노래들에 대한 표절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성시경이 부른 '해피 버스데이 투 유(Happy Birthday to You)'가 일본 록밴드 '안전지대' 출신 다마키 고지의 '해피버스데이 ~아이가 우마레타(HAPPY BIRTHDAY ~愛が生まれた~)' 멜로디·가사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MBC TV 예능물 '무한도전-자유로 가요제'(2013)에서 공개한 '플리스 돈트 고 마이 걸(Please Don't Go My Girl)'(Feat. 김조한)'이 미국 R&B 그룹 '퍼블릭 어나운스먼트'의 '보디 범핀(Body Bumpin')'의 흐름과 비슷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심지어 두 곡의 안무가 유사하다는 의견도 나온 상황이다.

이와 함께 '[생활음악]' 프로젝트의 또 다른 곡 '내가 켜지는 시간'과 유희열이 자신이 이끄는 프로젝트 밴드 '토이'의 정규 5집 '페르마타'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좋은 사람'에 대한 표절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유희열은 '아쿠아' 외에 다른 곡들의 표절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자신이 이끄는 소속사 안테나를 통해 "올라오는 상당수의 의혹은 각자의 견해이고 해석일 순 있으나 저로서는 받아들이기가 힘든 부분들"이라고 항변했다.

다만 자신에 대한 부문별한 비난이 이어지자 MC를 맡은 KBS 2TV 음악 프로그램 '스케치북'은 지난 19일 600회 녹화(22일 방송)를 끝으로 하차하기로 했다.

◆표절 판단은 어렵다

대중음악계에선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표절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논란이 벌어지다, 미결상태로 흐지부지된다. 음악 저작물 표절은 '친고죄' 영역이다. 또 원칙적으로 민사에 해당한다. 원작자가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는 이상 표절이 성립되기 어렵다. 물론 원저작자가 법원에 고소할 경우에 표절시비를 가릴 수 있다. 하지만 소송절차가 오래 걸리고 승소하더라도 배상액이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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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유희열. (사진=JTBC 제공) 2020.11.16. photo@newsis.com
유희열 '아주 사적인 밤'의 경우 사카모토 류이치가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으로 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표절 관련 분쟁이 성립조차 안 된다.

1999년 공연법 개정 이전에는 공연윤리위원회가 사전 음반 심의 때 표절을 심의했다. 당시 2소절(8마디) 이상 음악적인 패턴이 동일하면 표절로 인정한다는 기준법이 있었으나 공연윤리위원회가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로 대체되면서 이 제도는 사라졌다.

현재 표절 시비를 가릴 때 쟁점이 되는 건 악곡의 레퍼런스(참조), 간접 인용 등의 여부 그리고 분위기 등이다. 유희열의 '아주 사적인 밤'의 경우 도입부에서 '아쿠아'를 간접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희열이 표절했다고 주장하는 측은 그가 착안한 악곡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표절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하는 이들도 있다. '아주 사적인 밤'과 '아쿠아'의 내적 구성 요소만 놓고 따져보면, 두 곡이 초반부 테마만 유사할 뿐 코드 진행은 평범한 전개를 따르고 있고 이후에 펼쳐지는 음악 방식은 다르다는 것이다.

사카모토 류이치도 유희열 관련 입장문에서 "나는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며, 많은 것을 배운 바흐나 드뷔시에게서 분명히 강한 영향을 받은 몇몇 곡들을 갖고 있다"고 했다.

사실 제한된 음계에서 비슷한 악곡이 나오지 않게 된 시대는 일찌감치 지나갔다. 좋은 멜로디가 이미 다 나와있다고 음악 창작자들은 토로한다.

사실 유희열은 독창적인 곡으로 실력을 인정 받은 작곡가는 아니다. 그가 이끄는 토이의 초창기 음악을 들어보면, 퓨전 재즈의 전설로 통하는 기타리스트 팻 메스니의 영향이 지배적이다.

프랑스 문학 비평가 피에르 바야르의 '예상 표절'이란 책이 있다. 내용을 거칠게 요약하면, 시기상으로 앞선 작가가 후대 작가의 작품을 표절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엉뚱한 발상이 골자를 이룬다. 과거엔 특정 창작자의 일회성 테마였을지 몰라도 이를 후대에 창작자들이 발전시켜 주류 아이디어가 됐다는 것이다.

보편적으로 통할 만한 요소를 착안한 앞선 창작자에 대한 존중심 그리고 여기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후대 창작자에 대한 동정심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후대 창작자가 만든 건 어떻게든 선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도 반증한다.

근래에 한국 법정이 표절로 판정해 배상 판례가 난 곡으로는 2006년 래퍼 MC몽의 '너에게 쓰는 편지'가 있다. 작곡가 김모 씨가 작곡한 이 노래는 작곡가 강현민 씨가 만든 곡인 모던록 그룹 '더더'의 '이츠 유'를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 표절 사례는 더하다. 미국 법정은 2013년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에서 12주간 1위를 차지한 미국 R&B 가수 로빈 시크의 '블러드 라인스(Blurred Lines)'는 미국 솔 가수 마빈 게이의 '갓 투 기브 잇 업(Got to Give it up)'을 표절했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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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작곡가 겸 가수 유희열 (사진 = JTBC 제공) 2020.06.19. photo@newsis.com
천하의 '비틀스' 멤버도 표절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조지 해리슨의 솔로곡 '마이 스위트 로드(My Sweet Lord)'(1970)는 미국 걸그룹 '더 시폰스'의 '히스 소 파인(He's So Fine)'(1963)을 표절했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룹 사운드 '부활',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등이 출연한 MBC TV 시사 프로그램 '100분 토론'에선 유희열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민망한 수준" "도덕적 해이" 등이 강도 높은 발언이 나왔다.
 
상당수가 이에 대해 공감하고 동의를 표시했다. 다만 법적인 영역에서 판단해야 할 내용을 개인의 창작론으로 밀어 붙여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도 일부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창작자의 작업이 신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머릿속에서만 나오는 순수 선율로 창작 작업을 이해하게 돼 각종 아이디어 인용처럼, 선대의 작업물을 바탕으로 후대 창작자의 개성을 발전시킬 가능성을 아예 차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극히 일부에서는 인디 음악가들이 출연할 수 있는 유일한 지상파 음악방송이었던 '스케치북'의 폐지로, 음악 쏠림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물론 안테나가 대기업의 계열사로 편입되고 유희열이 '싱어게인' '슈퍼밴드' 등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을 도맡아서 음악 권력화의 상징처럼 자리잡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을 소개하는 큐레이터로서 유희열은 상당한 역을 했다. 다만 좋은 음악을 위해 자본이 필요했다는 건 인정하다면서도, 그가 회사의 규모를 늘리기 위한 방송 활동보다 창작 작업에 더 열중했으면 이번과 같은 사달이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음악업계는 입을 모은다. 

이번 유희열 사태를 시작으로, 대중음악계는 표절 의심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유명 싱어송라이터의 곡이 브라질 연주가의 곡을 표절했다는 주장부터 의혹이 무분별하게 전방위로 제기되는 중이다.

최근엔 가수 이무진의 히트곡 '신호등'이 일본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의 '드래곤 나이트'(2015) 그리고 일본 프로젝트 팀 '데파페코'가 어쿠스틱 버전으로 커버한 '드래곤 나이트' 버전(2018)과 유사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와 관련 이무진 소속사 빅플래닛메이드엔터는 "'신호등'은 이무진 본인이 직접 겪은 감정을 토대로 만들어진 창작물이며 전체적인 곡의 구성과 멜로디, 코드 진행 등을 분석한 결과 유사 의혹이 제기된 곡과는 무관하다.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한편에선 제대로 된 검증 없이 표절 의혹부터 제기하는 행태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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