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스토어 경제학②]서울 MZ세대 2명 중 1명은 다녀갔다?
백화점, 팝업통해 MZ 트렌드 반영...체험형 콘텐츠 강화로 희소·차별성 제공쇼핑몰 내 팝업, 가두점에 비해 유연한 운영 가능...MD들 직접 기획나서기도'지역 맛집', 백화점 식품관에 팝업으로 진출...'신메뉴' 맛보러 오픈런 까지
[서울=뉴시스]장시복 기자 = #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 '더 스테이지'는 요즘 MZ세대 사이에 '팝업스토어 성지로 불린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이 이전까지 전혀 볼 수 없었던 콘셉트로 이곳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거쳐간 브랜드만 루이비통, 고야드, 샤넬, 구찌, 보테가 베네타 등으로 고객 유입 효과가 톡톡했다.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백화점 1층 한복판에 자리 잡아 누구나 쉽게 제품을 둘러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추가 비용 없이 브랜드 정체성을 알리고 신제품이나 한정판 제품을 소개하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며 "MZ세대 등과 실질적으로 소통할 수 있고, 즉각적인 고객 피드백도 확보 가능해 업체들이 효과를 인정할 정도"라고 전했다. 실제 더 스테이지는 올 하반기까지 팝업스토어 예약이 꽉 차 있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도 MZ세대 전문관인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가 팝업 백화점으로 통한다. 이곳에는 ▲팝업 아이코닉(약 62평) ▲팝업 웨스트(약 11평) ▲팝업 이스트(약 9평) 등 팝업스토어 전용 공간만 3곳을 운영 중이다.
지하철 5·9호선과 연결돼 많은 고객이 몰리는 '힙 플레이스'다. 지난 1년 간 이곳 팝업스토어에서 제품을 구매한 20~30대 고객만 140만명이 넘는다. 서울시에 사는 20~30대(288만명) 전체 인구 중 2명 중 1명 꼴로 이곳에서 쇼핑한 셈이다. 이제 팝업스토어는 성수동·홍대입구 등 젊은 층이 많이 찾는 공간을 벗어나 백화점과 복합쇼핑몰로 옮겨가고 있다.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과 떠오르는 맛집들은 고객들과 접점을 늘리기 위해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을 팝업스토어 최적지로 더 선호한다. 수년 전만 해도 팝업스토어는 백화점의 남는 공간에 단순히 행사 상품만 진열하는 임시 매장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백화점 1층을 비롯해 유동인구가 많은 백화점 내 핵심 입지에 팝업스토어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팝업스토어 크기도 갈수록 대형화 하는 것도 이전과 다른 모습이다. 팝업스토어는 정규 매장에 비해 운영 시기와 장소 등을 유연하게 정할 수 있고, 통상 1~2주 정도 운영하며 보증금·임차료·인테리어비 등이 정규매장보다 한결 저렴하다. 최근에는 공간 활용 기술이 뛰어나 팝업스토어가 갈수록 효율적으로 바뀌고 있다. 대다수 입점 브랜드들은 팝업스토어를 '이익 창출'보다는 '브랜드 투자' 개념으로 본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는 사실상 단기 수익보다는 중장기 차원에서 브랜드 이슈화에 목적을 두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브랜드들이 저마다 상황과 필요에 따라 입점 요청을 해오기도 하지만, 유통업체 MD(상품기획자)가 직접 한 가지 테마를 잡고 스토리텔링을 기획해 브랜드들에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MD들은 인스타그램이나 온라인편집샵, 블로그 등 온라인 공간은 물론 성수동 같은 오프라인 핫플레이스까지 찾아다니며 샅샅이 사전 조사를 벌인다.
대표적인 흥행 성공 사례가 롯데백화점이 지난 6월 24일부터 열흘간 잠실월드몰에서 연 테니스 팝업 '더 코트'다. 특히 '롤랑가로스'의 한정판 라켓은 팝업스토어 개장 첫날부터 오픈런(개점전부터 줄을 서는 것)이 빚어졌을 정도다. 테니스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와 SNS에서 화제를 끌며 팝업스토어 기간 동안 롯데백화점 스포츠 매출은 전년 대비 25% 신장했다. 백화점도 이 팝업스토어가 당장 남는 장사는 아니었지만 투자 차원에서 팝업스토어 운영에 적극 나섰다는 후문이다. '지역 맛집'도 MZ세대에게 팝업스토어로 호응이 높다. 미식가들 사이에서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이색 디저트 맛집을 서울에서 가장 빨리 만날 수 있는 핫플레이스로 통한다. 지난 4월 팝업스토어를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진행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케이크 맛집 '플디'의 경우 팝업스토어를 통해 고객 반응을 확인한 뒤 지난 6월에는 정식으로 입점하기도 했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는 고객들의 구매 가능성을 실제로 알아보는 중요한 시험무대"라며 "브랜드의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정규 매장의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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