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습하는 경제위기①]'3高' 충격에 갈 길 잃은 한국 경제…복합위기 먹구름
최근 경제 회복세 약화…경기 하방 압력 확대 진단환율 금융위기 이후 최고점…물가 고공행진도 여전금리 올려도 환율 탓에 물가 안 잡혀…악순환 반복복합위기 상당기간 지속…마땅한 대응 카드 없어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한국 경제가 큰 위기에 직면했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서민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환율마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 경제 성장세가 정상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이른바 '3高 현상'으로 불리는 복합 위기와 맞닥뜨린 것이다. 정부는 급격히 불어난 나랏빚 관리를 위해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하고, 경제 체질을 바꾸겠다고 선언했지만 당장 눈앞에 산적한 경제 현안을 해결할 마땅한 대응책을 찾기도 어렵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표한 '9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약화하고 있으며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두 달 연속 '완만한 경기 회복세'라던 그나마 긍정적인 평가가 부정적으로 뒤집혔다. 세계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한국 경제도 덩달아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다. 물가 고공행진 속에 최근에는 환율마저 요동치며 더딘 경기 회복 흐름에 더해 경제 전반에 큰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84.2원) 보다 3.4원 내린 1380.8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6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지만 여전히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월초 종가 기준 1319.8원이던 환율은 지속적인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더니 어느덧 1400원을 목전에 뒀다. 물가 상승세도 여전하다. 지난해 10월 3%대로 올라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부터는 상승 흐름을 지속했다. 6월(6.0%)에는 6%대를 돌파했고, 7월(6.3%)에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달 5%대(5.7%)로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안정을 찾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서민 경제와 직결된 물가 안정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에서 고환율은 향후 물가 전망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중 '우리나라 및 주요국 중앙은행의 빅스텝 인상 배경'에서 올 상반기 환율 상승이 국내 소비자물가를 0.4%p 끌어올린 것으로 추산했다. 달러 강세로 원화 가치가 하락한 탓에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서 전반적인 물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물가 오름세를 빠르게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올렸다. 사상 처음으로 0.50%p의 빅스텝을 밟았다. 하지만 계속된 금리 인상에도 좀처럼 물가는 잡히지 않으면서 서민 경제는 더욱 나락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환율이 지속적인 고물가·고금리 흐름을 더욱 부추긴다는 분석도 있다. 경기마저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스태그플레이션 경험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떨어지면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지금과 같은 복합위기는 한 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려운 상황이 2∼3개월 뒤면 끝난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현재 대내외 상황을 종합해보면 복합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요 거시경제지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경기둔화 신호 역시 뚜렷해지고 있지만 이에 대응해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 지금의 경제 위기가 국제 유가나 주요국 통화 정책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대응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이미 정부는 재정 건전성에 무게를 두며 긴축 기조로 전환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급격히 불어난 나랏빚을 관리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639조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총지출 679조5000억원보다 감축한 것으로, 정부가 새해 예산을 전년도 총지출보다 적게 편성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국가채무가 1068조8000억원(2차 추경 기준)으로 사상 처음 1000조를 넘어섰고,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도 내년에는 1134조8000억원까지 불어나게 된다. 지속적인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위기 상황에서 재정 실탄조차 넉넉지 않은 정부로서는 운신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실물경제에 매몰되면 주요 국정과제 이행에도 난관이 예상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하방 국면에서 성장률이 저하되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돈이 없어서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세입 여건도 안 좋은 상황에서 공약 사업을 이행하기도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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