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술의 자존심' 장 뒤뷔페와 자크 빌레글레…소마미술관 특별전
10월 1일부터 '뒤뷔페'展뒤뷔페 회화, 조각 67점·자크 빌레글레 32점 전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빵이 없다면 굶어 죽겠지만 예술 없이는 지루해 죽는다.” 프랑스 현대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장 뒤뷔페(1901~1985)의 그림은 여전히 혁신적이다. "예술을 향한 인간의 욕구는 절대적으로 원시적이며, 빵을 갈망하는 것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강렬한 것"이라고 했던 그의 말처럼 그가 남긴 예술은 21세기에도 지루하지 않다. 뒤뷔페의 작업과 사상은 한국 화단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박서보 화백 등 현재 단색화 대가들이 젊은 시절에 빠졌던 앵포르멜(Informel·비정형) 미술의 선구자이자, 피카소도 시도한 평면적인 타블로 회화에 삼차원성을 부여하는 기법인 ‘아상블라주(Assemblage·1954))’ 창시자다. 살아있는 현대미술 거장인 영국의 데이비드 호크니가 “장 뒤뷔페는 정말 뛰어난 최후의 파리 화가다. 프랑스 회화는 뒤뷔페 이후로 그다지 변화가 없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장 뒤뷔페의 예술을 향한 뜨거운 열정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송파 소마미술관은 프랑스 장 뒤뷔페 재단과 ㈜우주스타 공동으로 장 뒤뷔페의 특별전 '뒤뷔페'전을 10월 1일 개막한다. 장 뒤뷔페 재단이 소장한 뒤뷔페의 회화, 조각 등을 포함한 대표작 67점과 그의 영향을 받은 프랑스 화가자크 빌레글레 작품 32점을 함께 선보이는 대형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는 앵포르멜 시기의 초기작부터 그의 일생 최대 프로젝트인 우를루프 연작과 살아 움직이는 그림으로 잘 알려진 쿠쿠바자까지 공개한다. 소마미술관은 "이 전시는 장 뒤뷔페와 자크 빌레글레가 주고받은 편지로부터 출발하여 기획됐다"며 "지난 6월 작고한 프랑스 화가 자크 빌레글레가 생전 마지막으로 준비한 회고전으로, 빌레글레의 작품은 국내 첫 전시"라고 밝혔다. 관람료 성인 2만원, 청소년(만13~18세) 1만7000원.
◆장 뒤뷔페는 누구? 1901년 프랑스 르아브르 출생으로 파리 아카데미 줄리앙을 6개월 다니다 그만두고 독학으로 미술공부를 했다. 41세까지 가업을 이어 포도주 상인으로 살았다. 1942년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많은 논란을 야기시켰다. 전통적 미술 양식을 거부하고 서구문명이 맹목적으로 좇던 가치에 의문을 제기했다. 타르, 자갈, 석고, 시멘트 등 이색적인 재료를 실험했다. 구상과 비구상을 초월하여 모든 정형을 부정하고 새로운 조형의 의미를 만들어낸 그는 가공되지 않은 날것, 원초적 가치를 추구하여 ‘아르 브뤼(Art Brut, 가공되지 않은 순수 그대로의 예술)’ 개념을 창시했다. 2차 대전 후 추상표현주의, 팝아트, 미니멀리즘 등으로 대변되던 당대 세계미술 흐름 속에서 세계 미술의 중심축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유럽 미술은 침체에 빠졌다. 이러한 분위기 속 20세기 현대미술의 주요 사조인 ‘앵포르멜’ 미술을 개척한 뒤뷔페는 '유럽미술의 자존심'으로 통했다. 1985년 파리에서 생을 마감했다.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은 작품은 ‘우를루프(L’Hourloupe)‘ 연작으로 볼펜으로 무심히 그렸던 낙서에서 시작됐다. 1964년 베니스의 그라시 궁전에서 선보인 작품들을 처음으로 ’우를루프‘라 칭했는데, 큰 소리, 새의 지저귐 혹은 늑대의 울음을 뜻한다고도 하여 딱히 규정된 의미를 갖지 않는다. ‘쿠쿠바자(Coucou Bazar)’는 우를루프 연작에 생명을 불어넣어 살아 움직이게 한 그림으로, 단순히 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품 안으로 관람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이 퍼포먼스 시리즈는 1973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처음 선보인 뒤 최근까지 세계 각지에서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6년 덕수궁 미술관, 2010년 신세계백화점 개점 80주년 기념으로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