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값전쟁①]망무임승차방지법이 대체 뭐길래
국회 발의된 7개 개정안 뜯어보니…'정당한 망 이용대가 의무 납부' 골자구글·넷플, '이용자 파워'로 어깃장?…SKB-넷플 시장 자체 해결도 불발국회, 법안 발의 해놓고 공회전만 계속…종합 국감서 돌파구 나올까
[편집자주]2022년 정기국회를 기점으로 망값(네트워크 사용료) 논쟁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우리 국회가 망무임승차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입법 논의를 시작한 가운데, 세계 최대 빅테크인 구글 유튜브가 입법 반대청원에 전면적으로 나선 것. 특히 구글 유튜브 생태계에 종속된 파워 유튜버들까지 논쟁에 끼어들면서 입법 추진 일정 자체가 표류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망무임승차방지법 주요 내용과 쟁점 현안들을 집중 분석해본다.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망사용료' 이슈가 ICT(정보통신기술)업계를 휩쓸고 있다. 당초 글로벌 CP(콘텐츠사업자)인 넷플릭스와 국내 ISP(인터넷제공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간 법적분쟁으로 시작됐으나 정치권에 구글 유튜브, 트위치 등 다른 해외 CP, 국내 파워 유튜버들까지 가세하며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망무임승차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어떤 내용이길래 이렇게 시끄러울까. 현재 국회 발의된 망무임승차방지법들을 뜯어보면 CP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들이 통신망 이용계약을 체결할 때 불합리 혹은 차별적 조건을 부과하거나, 부당하게 계약 체결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 與野 의원 발의 '망무임승차방지법' 뜯어보니…"공평하게 망값 협상테이블에 임해라" 현재 여야 의원들이 올린 망무임승차방지법안은 총 7건이다. 지난 2020년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안을 시작으로 ▲부가통신사업자(콘텐츠 등)의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화 ▲망이용계약 체결 의무화 ▲부당한 망 이용대가 지급 거부 금지 등의 조항을 골자로 하는 법안들이 마련됐다. 가장 최근에 발의된 것은 윤영찬 민주당 의원의 대표발의한 이른바 '무임승차 방지법'이다. 해당 개정안에는 ▲망 이용 및 제공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계약 조건 부과 금지 ▲계약조건 미설명 또는 허위 설명 금지 등의 조항이 담겼는데, 특히 앞서 발의된 법안을 보완해 사업자 간의 계약 자유 문제에 금지행위 조항을 통한 사후 규제도 적용됐다. 이들 법안이 앞다퉈 발의된 것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 거대 글로벌 CP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며 국내 통신망에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망 설비투자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총 통신 트래픽 소통량에서 구글은 27.1%, 넷플릭스는 7.2%를 차지하는 등 메타(3.5%), 네이버(2.1%), 카카오(1.2%) 등 다른 콘텐츠 기업들보다 트래픽 양이 압도적이다. 이 가운데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CP들은 물론, 메타·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CP들까지도 이미 직·간접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는데, 가장 많은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유튜브와 넷플릭스만 적정 대가 지불을 거부하고 있다. ◆구글·넷플 수조원 이익 거두면서 망값 낼 수 없다? 구글 유튜브의 지난해 전세계에서 벌어들인 총 매출은 288억 달러(약 40조7000억원)으로 한국 매출 비중이 적진 않다. 역시 지역별 매출이 집계되지 않는 구글플레이 매출과 합쳐 국내에서 연간 최소 수조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국내에서 2011년부터 2021년 9월까지 플레이스토어 수수료 매출만 총 71억1970만 달러(약 8조53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한국법인(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매출 6317억원, 영업이익 171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대비 52%, 94.2% 증가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반면 국내 통신사들은 매년 폭증하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매년 수조원대 시설투자를 진행한다. 넷플릭스·구글 등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벌면서 최소한의 망 투자비용 분담도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업계에서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일부 빅테크가 타 CP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일 수 있는 이유로 막강한 '이용자 파워'를 꼽고 있다. 국민들 절대 다수가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쓰고 있는 만큼 굳이 국내 ISP와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여지를 줄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망사용료 논란의 신호탄을 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분쟁도 이같은 맥락에서 시작됐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의 망사용료 미지급 문제가 양사의 협상으로 해결되지 않자 지난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에 협상 재정을 요청했는데, 넷플릭스는 방통위의 중재안이 나오기 전 SK브로드밴드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정으로 자리를 옮긴 양사의 분쟁은 현재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일부터 진행 중인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구글이 수백만명의 구독자를 보유 중인 파워 유튜버들에게 망사용료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라고 한 것을 두고 "유튜브가 지배적 권한을 이용해 유튜버를 볼모로 잡고 거짓 정보로 선동하고 있다"는 수위 높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유튜브 거센 반발에 국회·정부 모두 "일단 지켜봐야" 망사용료법 문제가 본격 촉발된 지 3년여가 지났는데, 지금에서야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은 이른바 '슈퍼 갑' CP인 구글 유튜브가 본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국내 트래픽이 적지 않지만, 전체 트래픽의 27%을 차지하는 유튜브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럼에도 통신사들이 구글 유튜브에 대해서는 함부로 대립각을 세우지 못했던 이유는 이용률과 이용자수 면에서 워낙 압도적인데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사용계약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회가 문제해결에 직접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급성장한 글로벌 CP가 국내 시장에서도 우월적 지위를 점하면서 망사용료 문제를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된 만큼, 입법부가 나서서 시장 질서와 원칙을 잡아 달라는 국내 기업들의 요구가 많았다. '숨은 절대권력자' 구글 유튜브가 느닷없이 전면전에 나서면서 망사용료 논쟁은 뜨거워졌지만, 국회와 정부 모두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튜브를 사용하는 유튜버들의 항의가 쇄도하면서 여야 정치권 모두 '눈치보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