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의 끝판왕…뮤지컬 '물랑루즈!'[강진아의 이 공연Pick]
새빨간 빛으로 물든 거대한 무대 세트에 압도된 관객들의 눈이 동그래진다. 천장엔 반짝이는 샹들리에와 붉은 벨벳 커튼이 드리워졌고, 객석 양옆 위쪽엔 커다란 코끼리와 풍차 모형이 웅장하다. 자리를 찾기보다 감탄하며 인증사진 찍기에 더 바쁜 진풍경이 벌어진다. 지난 16일 아시아 초연의 막을 올린 뮤지컬 '물랑루즈!'는 따끈따끈한 브로드웨이 최신작이다. 2001년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동명의 영화가 원작이다. 2019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사전 제작비 약 395억원(2800만불)으로 화제가 된 만큼 초대형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해 토니어워즈 10관왕을 차지했다. 무대와 의상, 안무 등 시작부터 화려한 쇼뮤지컬의 세계가 펼쳐진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1890년대 프랑스 파리의 클럽 물랑루즈로 순간 이동한다. 관객들은 이곳의 손님이 되어 무희들의 매혹적이고 관능적인 춤과 몸짓에 시선을 빼앗긴다. 알록달록 치마를 흔들며 추는 캉캉 춤은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다. 진실한 사랑을 노래하며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에 빠져들게 한다. 원작의 아름다운 명장면을 무대로 보는 맛도 있다. 클럽 최고의 스타 사틴은 공중 그네를 타고 등장해 매력을 뽐내며 무대를 장악한다. 사틴과 크리스티안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파란 불빛의 에펠탑 아래 로맨틱하게 그려진다.
히트 팝송이 흘러나와 음악을 듣는 재미가 있다. 마돈나, 비욘세, 리한나 등 팝송을 매시업(mash-up·여러 곡을 섞어 한 곡으로 제작)해 뮤지컬 넘버로 재창조했다. 원작에도 쓰인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레이디 마멀레이드'를 비롯해 레이디 가가의 '배드 로맨드'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톡시', 시아의 '샹들리에', 아델의 '롤링 인 더 딥' 등 익숙하면서 새로운 노래를 즐길 수 있다. 1막 엔딩곡인 '엘리펀트 러브 메들리'는 20개가 넘는 곡으로 만들어졌다. 쇼적 요소가 부각된 1막에 비해 2막은 드라마를 강조한다. 클럽 물랑루즈를 지키려는 사틴의 모습에 방점을 둔다. 원작보다 사틴을 주체적으로 그리며 부유한 귀족 몬로스 공작과의 삼각관계를 강화했다. 서사 전개에 집중하지만, 워낙 유명한 스토리에 이미 화려한 맛에 취한 만큼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가난한 보헤미안 작곡가 크리스티안 역을 맡은 홍광호는 순수한 청년으로 변신한다. 사틴과 사랑에 빠지며 때로는 달콤하게 속삭이고, 때로는 정열적으로 돌진한다. 뮤지컬 스타 중에서도 가창력으로 손꼽히는 그는 노래와 감정선을 쥐락펴락한다. '물랑루즈!'의 꽃인 사틴으로 분한 아이비는 그 자체로 빛나는 클럽의 다이아몬드가 됐다. 또다른 크리스티안과 사틴으로는 이충주와 김지우가 출연한다. 공연 전에 무대와 10분 전부터 시작되는 프리-쇼(pre-show)까지 충분히 즐기려면 일찍 입장하는 편이 좋다. 내년 3월5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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