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25년②]제2 외환위기 가능성은
경제 버팀목 수출 석 달 연속 마이너스지난해 무역적자 427억 달러…역대 최대수출 부진에 올해 1%대 저성장할 듯고물가·고금리 지속될 듯전문가들 "제2 위기 가능성도 있어"
올해도 수출 부진과 민간소비 위축이 가시화 되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1%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는 등 복합 경제위기가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보다도 높은 무역 적자에 고금리,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제2의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수출이 석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면서 연간 무역적자 규모가 역대 최대인 427억 달러에 달했다. 무역수지 적자가 올해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우리 경제의 잠재적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2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9.5% 줄어든 549억9000만 달러, 수입은 2.4% 감소한 596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이 석 달 이상 연속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이다. 무역수지도 지난해 4월부터 9개월 간 적자를 보이면서 2008년(132억6700만 달러)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무역 적자 규모는 472억 달러로 기존 역대 최고치인 1996년(206억2400만 달러) 보다 2.3배나 많았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무역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역협회는 내년 138억 달러, 산업연구원은 266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수지가 악화된 것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액은 늘어난 반면 중국 등 세계경기 둔화, 하반기 이후 핵심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요 부진에 따른 가격 하락 등으로 수출이 둔화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핵심 동력이 수출이 흔들리면서, 올해 경제성장률도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1%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1.6%로 한은은 1.7%로 제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8%로 내다봤다. 올해 성장률이 2% 아래로 내려갈 경우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0.8%),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등 이후 역대 네 번째가 된다. 변동성이 높은 원·달러 환율도 잠재 요인이 되고 있다. 높은 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을 통한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위 이후 처음으로 1400원대로 올라섰다가 다시 1260원대로 가파르게 내려 오기는 했지만, 미 긴축과 경기침체 등 환율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97년 12월 16일 '자율변동 환율제'를 채택한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것은 1997~1998년 외환위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역대 두 차례에 불과하다. 글로벌 외환위기가 진행중이던 1997년 12월 23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1962.0원까지 치솟았고,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2일에는 1570.3원까지 올랐다. 다만, 환율 상승의 원인은 다르다. 지난 2008~2009년 금융위기 때는 저금리와 저물가 기조 속 금융시스템 붕괴 우려에 달러 경색이 나타나면서 환율이 급등했지만, 지난해의 경우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 공포감에 달러 강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지난해 11월 3일 75bp(1bp=0.01%포인트)까지 올라가면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0년 3월(57bp)에 비해서 높은 수준지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27일 699bp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해서는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레고랜드발 단기금융 시장 경색 등으로 큰 폭 올라갔다가 자금 경색 우려가 줄면서 지난해 말 기준 54bp로 내려왔다. 이 지표가 상승하면 우리나라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려 정부의 외화자금 조달 비용을 높을 뿐 아니라 해외자본의 유출과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기 1년 이하인 단기외채 비율도 근 10년 만에 40%를 돌파했지만 과거 위기 때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말 기준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비율은 41.9%로 전분기 말(38.2%) 대비 3.7%포인트 증가했다. 단기외채비율이 40%를 넘은 것은 2012년 3분기(41.5%) 이후 근 10년 만이다. 또 2012년 2분기(45.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채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외채무(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도 27.8%로 전분기 말(26.7%) 대비 1.0%포인트 늘었다. 반면, 금융위기 당시에는 단기외채 비율이 최고 70%로 높았다. 단기외채는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클 때 급격히 빠져나갈 우려가 큰 자금으로 지표가 낮을 수록 안정적으로 평가 받는다. 또 대외지급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도 활용된다. 단기외채비율이 높아진 것은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외환당국이 외환보유액을 동원한 환율 방어에 나선 영향이 크다. 한은에 따르면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4161억490만 달러로 1년 전 보다 478억271만 달러 감소했다. 지난해 고금리 속에서 서민 고통을 가중 시켰던 고물가도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는 5.1%를 기록하면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물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가 주춤하고는 있지만,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해제로 본격적으로 '위드 코로나'에 나설 경우 다시 지난해 7월 수준으로 급등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제2의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아시아개발은행(ADB)연차총회에서 "지금과 1997년, 2008년은 완전히 다르다. 한국에서 경제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한국은 외환보유고도 많아 (IMF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신년사에서 지난해 1400원대까지 급등한 환율이 다시 내려간 것을 예로 들며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까지 급등하면서 일부에서는 과거 위기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외환부문의 불안이 완화됐는데, 이는 우리가 위기 발생 가능성은 경계하되 지나친 우려로 지레 위축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경기 침체가 가속화 돼 제2의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진행 중인데,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 이라며 "금리 인상으로 인해 추가적인 경기 하락 압력이 발생 하면 경기 침체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올해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고금리 영향이 결합되면서 경기 침체와 함께 금융시장 불안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이 자체가 바로 위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IMF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이 매우 높은 상황으로 이런 환경에서 유동성 관리가 잘 안된다면 위기가 바로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IMF 당시와 현재 우리의 경제 기초체력 등이 튼튼한 만큼 지나친 우려라는 지적도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상황은 경기 둔화 정도고, 완전히 최악의 경우로 간다고 해도 경기 침체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며 "IMF와 같은 위기 상황까지 간다는 것은 극단적인 예측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미국이 금리가 급격하게 올려 경기가 짧은 시간 내에 추락해 경착륙이 온다면 우리 경제도 굉장히 어려워질 가능성은 있다"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데 금리까지 더 올라간다면 시행사나 시공사들은 물론이고 증권사, 여전사 등도 상당 부분 피해를 보게 될 것이고 잘못하면 무너질 수도 있다. 다만, 아직까진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