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이수만發 K팝 격변①]하이브·카카오, 인수합병 '大戰' 촉발
인수대상된 SM, 2012년부터 인수합병으로 규모 키워하이브 역시 플레디스·쏘스뮤직 등 인수카카오엔터도 전신 회사서 스타쉽엔터 등 인수합병
12일 K팝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이 확대되고 인플레이션도 우려되면서 데뷔 때부터 국내 수요가 아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K팝계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브나 카카오처럼 기업 운영에 '글로벌 스탠더드' 기준을 가진 덩치 큰 엔터테인먼트사만 버티거나 더 성장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생겨나는 중이다. K팝을 개척한 SM 역시 큰 회사지만 이수만 전 프로듀서의 1인 프로듀싱 시스템 아래 그의 개인 회사 '라이크 기획'이 상당수 이익을 가져가는 불투명한 구조가 시발점이 돼 위기를 맞았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이 빈틈을 파고 들어갔고, 이성수·탁영준 SM 공동대표가 구석으로 몰리면서 이 전 프로듀서와 등을 돌리게 된 것이다. 이런 SM의 불안한 상황을 '실탄이 두둑한' 카카오와 하이브가 파고 들어간 것이다. 결국 SM 현 경영진은 카카오와 이 전 프로듀서는 하이브와 손 잡는 상황이 됐다. SM 최대주주인 이 전 총괄의 지분 14.8%(352만3420주)를 4228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하이브가 1대 주주가 돼 SM 인수에 유리한 상황이지만 카카오가 하이브와 공개매수 대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각각 6000억원씩 총 1조2000억원 상당의 투자를 유치해 실탄이 두둑하다. 최근 미국 힙합레이블인 QC뮤직(Quality Control Music)는 하이브의 당장 자금 여력이 많지 않아 계열사로부터 32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조달했다. 사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먼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선 건 SM이다. 2012년 코스닥 상장였던 여행업체 BT&I를 인수하고 사명을 SM C&C로 바꾸고 방송콘텐츠 사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SM C&C는 같은 해 배우 장동건이 세운 기획사였던 에이엠이엔티를 인수했다. 이듬해엔 방송콘텐츠 제작업체인 훈미디어, 당시 인기 그룹이던 인피니트 등이 속한 울림엔터테인먼트도 흡수합병했다.
하이브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다른 회사들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는 세븐틴의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여자친구의 쏘스뮤직, 래퍼 겸 프로듀서 지코의 코즈(KOZ)엔터테인먼트 등을 인수했다. 특히 재작년엔 세계적인 팝스타 저스틴 비버·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속한 미국 연예기획사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해 세계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놀라게 했다. 카카오엔터도 카카오 공동체 내에서도 여러 규모가 큰 회사가 합쳐진 곳이다. 카카오엔터 전신인 카카오M은 2018년 8월 카카오에서 음악플랫폼 멜론을 제외한 나머지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분사해 설립됐다. 이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BH엔터테인먼트 등 사나이픽처스·영화사 월광 등 영화 제작사 그리고 공연제작사 쇼노트까지 잇따라 인수했다. 2021년 2월 웹툰 등을 담당하는 카카오페이지와 합병, 카카오엔터가 됐다. 그해 9월 멜론컴퍼니와의 합병, 멜론도 운영하게 됐다. 이밖에도 싱어송라이터 집단인 안테나 외에 글앤그림, 로고스필름, 메가몬스터, 바람픽쳐스, 어썸이엔터, 킹콩바이스타쉽 등 영상 콘텐츠·배우 매니지먼트 회사, 글로볼 웹툰·웹소설 플랫폼인 타파스·래디쉬·우시아월드를 아우르는 타파스엔터테인먼트 등도 속해있다. 두 곳 중 누가 승자가 되든 엔터계 '슈퍼 공룡'이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특히 카카오엔터는 SM을 통해 우회상장 등의 계획을 관측되기도 했다. 현재 K팝 글로벌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운영 중인 하이브는 SM은 자회사 디어유가 운영하는 버블을 통합시킨다면 해당 분야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과시하게 된다. 엔터계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언제 어떻게 다가올 지 모르는 환경에서 '버티는 것'에 대해 뼈저리게 깨달았다. 다행히 K팝 대형 기획사들은 온라인 콘서트, 음반 판매 등으로 위기를 돌파했는데 그러면서 다양한 라인업, 사업 다각화가 절실함을 느낀 것이다. 슈퍼 IP는 물론 슈퍼 IP가 부재할 경우 벌충할 수 있는 알짜 IP가 여러 개 필요한 상황이 된 거다. 꼭 인수·합병이 아니더라도 대형 기획사끼리 연대하는 경우 역시 늘어나고 있다. SM과 JYP는 온라인 전용 콘서트 플랫폼 '비욘드 라이브'로 뭉쳤다. 하이브는 YG엔터테인먼트 자회사로 음반·음원 유통사인 YG플러스의 2대 주주로 YG와 혈맹 관계를 구축했다. JYP의 수장 박진영과 피네이션의 수장 싸이는 힙을 합쳐 SBS TV '라우드(LOUD)'를 통해 보이그룹 제작에 나서기도 했다. 그룹 '마마무' 등의 소속사 알비더블유(RBW)가 인수한 DSP미디어는 카카오엔터와 음악·콘텐츠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DSP미디어는 지난해 완전체로 컴백해 호평 받은 카라 등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RBW는 오마이걸 등이 속한 W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기도 했다.
실제 대형 기획사의 물량 IP 공세 속에서 과거 소형 기획사의 가수가 깜짝 주목 받는 경우는 드물어지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례가 이젠 거의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아이돌 그룹이 차고 넘치는 데다 대형 기획사에서 완성도 높고 매력 있는 팀이 나올 확률도 높다. 하이브 레이블즈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제작한 뉴진스가 대표적인 예다. 실제 2010년대 중반 K팝 2.5세대 '엑소(EXO)'와 K팝 3세대 '방탄소년단'(BTS)을 시작으로 K팝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퍼지면서 보이그룹은 물론 걸그룹들이 우후죽순 탄생했다. 잠재력을 인정 받지 못한 그룹들은 2, 3년 만에 해체하는 경우가 최근 많이 생겼다. 데뷔하자마자 주목 받은 팀을 만들기 위해선 최소 수십억원이 필요하다. 대대적인 프로모션까지 더해지면 100억원이 넘을 수도 있다. 소형 기획사가 버티기 힘든 구조다. 상황은 달라도 대형 기획사인 SM마저 인수대상이 된 상황에서 이후 대형 기획사들이 자금력이 부족한 회사나 내부적인 문제가 있는 곳들을 대형 기획사들이 인수하는 흐름이 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편 하이브가 SM의 1대 주주가 되고 인수까지 나아가게 된다면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 두 회사의 결합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대상 물망에 오를 때도 주목 대상이다. 사실 두 회사가 한지붕 아래에 있게 되면, 팬 플랫폼은 물론 음반판매량 점유율에도 범접할 수 없는 위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당시 가온차트)에 따르면 지난 2021년 SM의 음반 판매량은 1800만장, 하이브 레이블즈의 음반 판매량은 1500만장이었다. 두 회사의 음반 판매량을 합치면 약 3300만장으로, 그해 총 음반 판매량 6000만장의 절반을 넘는다. 지난해 음반 판매량은 8000만장이었는데 SM 소속 그룹과 하이브 레이블즈 소속 그룹들의 음반 판매량 역시 더 늘어 이들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재작년과 비슷하거나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제 K팝이 내수용이 아닌 해외 수출용이 됐기 때문에 오히려 SM과 하이브의 만남 또는 SM과 카카오의 만남이 K팝이 글로벌로 진출하는데 든든한 교두보가 될 수도 있다는 긍정도 나온다. K팝에 앞서 1970년대~1980년대와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엔 각각 일본의 'J팝', 홍콩의 '칸토팝'이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후 스타를 추가로 배출하지 못하고 일시적인 열풍에 그쳤는데 K팝이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스타를 배출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