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여명' 언제쯤①] "설마가 현실로" 연이은 IPO 철회에 '파장'
이머커스 국내 1호 상장 노려온 '컬리·오아시스' 잇따라 상장 계획 접어"투자 시장 '혹한기' 영향 높지만, 새벽배송업 자체에 대한 시각 변화도"현재 IPO 추진 중인 국내 이커머스 SSG닷컴·11번가 등에도 여파 가능성[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 터널을 지나면서 갑작스러운 고금리 시대 전환으로 시장 위축 우려가 높았는데, 연쇄 상장 철회가 현실화했네요. 새벽배송 이커머스 업체들의 '여명(黎明)'이 언제 다시 밝아올 지 모르겠습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 올해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을 노렸던 컬리(마켓컬리·뷰티컬리)에 이어 오아시스까지 잇따라 IPO(기업공개) 계획을 접기로 하면서, 새벽배송 이커머스 시장에 충격이 더해지고 있다. 신선식품 전문 새벽배송 업체 오아시스는 최근 실시한 기관투자가 수요 예측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자 상장 철회를 결정하고, 추후 재추진키로 했다. 오아시스는 매년 수 천억원의 적자를 내는 컬리와 달리 이커머스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어 무난한 상장이 예상되는 기업이었다. 앞서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도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IPO를 추진했으나, 냉랭한 시장 반응에 지난달 코스피 상장 계획을 접었다. 한 때 4조원이 넘었던 몸값이 금리 인상 여파로 얼어붙은 투자 시장에서 1조원 부근까지 떨어지면서다. 두 기업 모두 기대보다 몸값을 낮춰 상장을 강행하기보단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증시 입성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따라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 경쟁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컬리와 오아시스가 상장을 추진하려면 다시 예비심사부터 절차를 밟아야 한다.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이커머스 업체 SSG닷컴과 11번가 등은 아직 예비심사 청구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상태여서 모두 원점에서 상장 경쟁을 펼치게 된다. 스타트업 성장주에 열광했던 1년 전과 달리 최근 투자 시장의 새벽배송 이커머스에 대한 시각이 다소 회의적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금리 인상으로 자금 시장이 침체되면서 앞으로 성장할 기업보단 이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린다는 뜻이다. 특히 새벽배송은 인건비 등 높은 고정비와 인프라 확대를 위한 막대한 투자가 동반돼야 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자금 사정이 넉넉치 않은 스타트업에 대해 냉정한 평가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새벽배송은 전날 주문한 상품을 다음 날 새벽 문 앞으로 가져다주는 서비스다. 2015년 컬리가 ‘샛별배송’이란 이름으로 최초로 도입했고,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하면서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했다. 특히 신선식품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새벽배송은 일반배송에 비해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고, 교통 체증이 없는 새벽에 배송해 더 많은 상품을 소화할 수 있다. 투자비와 장비 보수 비용이 똑같다면 물류 센터를 풀로 가동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하지만 주문량이 풀가동하는 물류센터 가동률에 미치지 못하면 비용 부담은 더 커진다. 인건비만 해도 상품을 분류·포장하는 작업부터 새벽배송까지 '시간 외 수당'이 붙어 최대 2배 정도 비용이 더 들어간다. 롯데와 BGF리테일 등 전통적인 유통 기업이 새벽배송 사업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는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컬리처럼 벌어 들이는 돈 한 푼 없이 매년 수 천억원의 적자 운영을 하는 기업의 경우 언제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지 가늠하기도 힘든 상황이어서 시장의 더욱 냉정한 평가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컬리와 오아시스의 상장 철회 사례는 국내에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SSG닷컴과 11번가는 지난 2021년 10월과 작년 8월 각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상장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로켓배송' 쿠팡의 경우 2021년 미국 뉴욕 증시에 먼저 상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SG닷컴과 11번가 모두 투자자들과의 약정으로 연내 증시에 입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상장 계획을 강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특히 적자 기업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냉정한 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여서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계획을 연기하는 쪽으로 투자자들을 설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