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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신작 '돈키호테'…원작과 어떻게 다를까

등록 2023-03-22 07:00:00   최종수정 2023-03-28 0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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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2~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송정빈 재안무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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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신작 '돈키호테' 포스터. (자료=국립발레단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신작 발레 '돈키호테'는 안무적으로나 테크닉적으로나 한국발레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강수진 국립발레단장 겸 예술감독)

국립발레단이 신작 '돈키호테'를 다음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명작 발레 '돈키호테'는 스페인 극작가 세르반테스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1869년 마리우스 프티파의 오리지널 초연 후 시대를 초월해 전 세계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국립발레단의 신작은 떠오르는 신예 안무가 '송정빈'의 재안무 버전이다. 송정빈은 국립발레단 솔리스트이자 안무가로, 'KNB 무브먼트 시리즈'를 통해 실력을 입증받고, 2020년 '해적'으로 전막 발레 안무가로 데뷔했다.

'돈키호테'는 벌써부터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7일 티켓 오픈 후 일부 주말 회차가 순식간에 매진되는 등 인기가 뜨겁다.

◆강수진 "돈키호테 결정, 쉽지 않았다…레퍼토리 확장"

강수진 단장 겸 예술감독은 "세계적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작품인 '돈키호테'를 재안무하는 결정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발레단 재임기간동안 늘 대한민국만의 발레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고, '허난설헌-수월경화', '호이 랑', '해적'등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이제는 대한민국 발레가 우리만의 레퍼토리 확장을 통해 세계 여러 국가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성장했다'고 확신하고 느껴왔다"고 했다.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는 젊은 남녀 '키트리'와 '바질'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원작에 비해 기사 '돈키호테'의 사랑과 모험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안무가 송정빈은 "클래식 안무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 선에서 새로움을 더해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며 "고전을 고전대로 인정하지만 시대적인 변화 등을 반영해 나만의 방식대로 재해석하고 있으며, 그런 작업들이 바로 우리만의, 국립발레단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경쟁력을 높이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주인공다워진 돈키호테…이재우·구현모 캐스팅

원작 속의 '돈키호테'는 꿈을 쫓는 늙은 기사로, 무대 위에서 춤을 거의 추지 않고 대부분 마임으로만 작품에 등장하지만 이번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속에서는 1명의 무용수가 퀵 체인지(빠른 분장 전환)를 통해 '늙은 돈키호테'와 '젊은 돈키호테'를 함께 연기하며 역동적인 안무를 선보인다.

송정빈은 "작품의 제목이 '돈키호테'인데 왜 '키트리'와 '바질'이 주인공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항상 있었다"며 "이번 작품에서는 제목처럼 '돈키호테'쪽으로 포커스를 조금 더 맞춰보려고 했다"고 소개했다.

"1막에서 '키트리'와 '바질'에게 중점을 뒀다면 2막의 드림씬에서는 부츠를 벗고 슈즈를 신고 수염을 뗀 '젊은 돈키호테'가 자신의 이상향인 '둘시네아'와 파드되(2인무)를 추는 장면을 새롭게 안무했어요. 기존 마임만 하던 '돈키호테'를 벗어나 테크닉을 요구하는 동작들을 많이 넣고 돈키호테의 비중을 높였죠."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이자 테크닉을 동반하는 캐릭터인 만큼 캐스팅에도 힘을 실었다. 국립발레단의 대표 수석무용수인 이재우와 드미솔리스트 구현모가 번갈아가며 돈키호테역을 소화, 변화된 돈키호테의 묘미를 보여줄 예정이다. 

2명의 돈키호테 외에도 4명의 키트리와 5명의 바질이 극을 만들어간다. 국립발레단의 간판 무용수들이 총출동,어느 때보다 화려하면서도 안정감 넘치는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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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송정빈.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가장 큰 변화는 '드림씬'…키트리·둘시네아 분리

극의 줄거리에서 가장 큰 변화는 2막 '돈키호테'의 꿈속, 드림씬이다.

송정빈은 다소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장면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드림씬을 대폭 수정,
원작과는 완벽히 다른 모습으로 탄생시켰다.

원작의 드림씬은 '돈키호테'가 현실 속 아름다운 여인 '키트리'와 자신의 환상 속 여인 '둘시네아'와 착각하는 꿈속 장면으로, 보통 '키트리'와 '둘시네아'를 한 무용수가 맡아 1인 2역으로 공연한다. 하지만 송정빈은 관객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키트리'와 '둘시네아'를 완전하게 분리했다. 원작에는 없는 '둘시네아'와 '젊은 돈키호테'의 파드되도 추가했다.

송정빈은 "사람이 꿈을 꾸는 이유는 꿈 속에서는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꿈 속 돈키호테를 '젊은 돈키호테'로 만들고, 이상향과의 파드되를 넣어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을 담아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돈키호테' 하면 떠오르는 집시촌 장면에도 변화를 줬다. 집시들이 연극을 한다는 기존 설정에서 집시들을 '유랑극단'으로 바꿔 극의 개연성을 높였다.

◆명장면의 감동은 그대로…"클래식 발레다워야"

국립발레단은 캐릭터와 극의 줄거리 등 크고 작은 변화를 줬지만 고전이 가진 감동과 힘은 원작 그대로를 이어가고자 했다.

'돈키호테'의 하이라이트 장면인 키트리의 '캐스터네츠 솔로'와 '결혼식 그랑 파드되' 장면 등은 원작 그대로를 고스란히 옮겨왔다. 무대 배경을 영상으로 하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클래식발레다워야 한다고 생각해 전부 '막'을 사용했다.

송정빈은 "고전은 고전다워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안무에 있어서도 하이라이트가 되는 주요 장면들은 원작 그대로를 가져가기로 했다. 중간중간 테크닉을 조금 더 추가해 폭발적인 임팩트를 주기도 했지만, 관객들이 기대하시는 명장면의 감동은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루이자 스피나텔리는 이번 작품을 위해 의상과 무대 모두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그는 공연 전 직접 한국으로 들어와 단원들의 의상 피팅 및 무대 디자인을 점검하며 작품의 최상의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작곡·편곡에는 김인규 작곡가가 참여, 각 캐릭터와 장면의 분위기, 극의 감정 등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호이 랑', '해적' 등으로 국립발레단과 인연을 맺어온 조명 디자이너 고희선도 신작에 참여, 작품의 극적인 연출에 힘을 더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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