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위성정당' 폐지하고 비례성 높일까…선거제 토론 본격화[총선 D-1년⑤]
10일부터 전원위…3개 안 놓고 끝장토론4월 처리 목표지만 선거구 획정도 '난망''위성정당' 준연동형 비례제 보완 공감대與 '의원정수 축소' 주장에 논의 혼선 예상매번 반복된 논의에 "특권부터 내려놔야"
[서울=뉴시스]하지현 기자 = 국회가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 개편을 위한 본격적인 토론에 돌입한다. 20년 만에 열리는 국회 전원위원회(전원위)에서 논의에 진전이 있을지 주목된다. 여야는 지난 총선 당시 도입했다가 '위성정당' 논란을 일으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손봐야 한다는 데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사표(死票) 비율이 절반에 이르는 현행 선거제가 비례성과 대표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도 깔려있다. 다만 의원 각자의 이해관계가 달린 선거제 개편 논의는 총선을 앞두고 매번 반복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유의미한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원위에서 논의되는 개편안에 의원정수 확대가 빠졌고, 일부 개편안의 경우 지역구 축소가 불가피해 대다수 의원이 논의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20년만 전원위원회, 3개 개편안 놓고 난상토론…이번 달 처리 목표 국회의원 전원으로 구성되는 전원위는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 파견·연장 동의안' 논의 이후 20년 만에 개최된다. 앞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세 가지 안을 채택해 전원위에 넘긴 상황이다. 여야 의원 100명이 토론에 참여하는 전원위는 내일부터 나흘간 열린다. 비례대표제(10일)와 지역구 선거제(11일) 및 기타 쟁점(12일)을 토론한 뒤 종합 토론(13일)을 벌일 예정이다. 모든 토론은 국회방송으로 생중계되며, 단일 안을 도출해 이달 안으로 본회의에서 의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첫 번째 안인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는 대도시와 농·어촌 지역에 각각 다른 지역구 선거제도를 적용하는 복합선거구제다. 대도시에는 한 선거구에서 3~5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농·어촌 지역은 현행 소선거구제대로 선거구당 1명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비례대표 의원은 전국을 6~17개 권역으로 나눠 선출한다. 의석 배분 방식은 지역구 의석수와 상관없이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나누는 병립형을 택했다. 이는 국민의힘에서 제안한 안으로,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수도권에서 더 많은 의석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소선거구제가 적용된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49.9%,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41.5%의 득표율을 기록해 그 차이가 8.4%P에 그쳤지만, 의석수는 각각 163석과 84석으로 두 배에 가까운 차이가 났다. 두 번째 안인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는 한 지역구에서 4~7명을 뽑는 대선거구제를 기본으로 한다. 개방명부식에 따라 유권자는 하나의 정당과 그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 중 한 명을 각각 선택하게 된다. 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최소 4명이 선출되는 만큼 정의당 등 소수정당이 원내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비례대표 의원은 현행과 같이 전국을 단위로, 지역구 의석수와 병립해 선출한다. 마지막으로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현행 지역구의 소선거구제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한다. 민주당이 제안한 해당 안은 지난 21대 총선과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비례대표를 전국이 아닌 권역별로 뽑는 것에만 차이가 있다.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비례대표 의원을 선출하고, 인구 비례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를 배분한 뒤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눠주는 준연동형을 적용한다.
◆'위성정당' 부작용에 준연동형 비례제 보완 공감대…'의원정수 축소' 주장도 이번 선거제 개편 논의는 지난 21대 총선 당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불거진 '위성정당' 문제에서 비롯됐다. 여야 모두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소선거구제의 한계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정당 득표율만큼 지역구 의석을 얻지 못할 경우, 이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보충해 득표율과 의석수의 괴리를 줄이는 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래 취지다. 그러나 이미 지역구에서 충분한 의석을 확보했던 거대 양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받기 어려워지자 '위성정당'을 창당했고, 연동형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며 비례성은 오히려 악화했다. 아울러 이번 선거제 개편 논의에서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는 대신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당초 정개특위 소위원회에서 의원정수를 현행 300석에서 350석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3가지 안 모두 300석을 유지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6일 "지금의 (국회의원 정수) 300석이 절대적인 숫자인지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최소 30석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본다"며 전원위에서 '의원정수 축소'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지역구당 한 명의 의원이 선출되는 소선거구제도 승자독식에 따라 양당 구도를 고착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인터뷰에서 "지역 특성에 따라 2~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중대선거구제 개편안을 꺼내 들었다. 중대선거구제는 사표를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고, 군소 정당이나 신생 정당도 의석을 획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여겨진다. 다만 지역구 조정이 불가피하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중대선거구제 개편으로) 본인 지역구가 통폐합돼버리면 어떤 의원이 협의를 하겠나"라며 "의원들에게 비례대표 확대 등 명분을 갖고 설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회의원 지역구 획정 문제도 난항이 예상된다. 공직선거법상 국회는 선거일 1년 전인 오는 10일까지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 그러나 애초 전원위가 10일부터 열리는 상황에서 이번에도 획정 기한을 지키지 못할 전망이다.
◆비례대표·의원정수·선거구 획정 등 쟁점 첩첩산중…"특권부터 내려놔야" 이처럼 비례대표·의원정수 논의, 선거구 획정 문제 등을 놓고 각 당뿐만 아니라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어 합의안 도출에는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달 30일 "승자독식에 따른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넘어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협치의 제도화를 이뤄내자"며 "숙의·집중·신속을 운영원칙으로 삼아 집중해서 깊이 토론하고, 4월 안에는 결론을 내자"고 강조했다. 여야 국회의원 121명도 지난 1월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을 출범했다. 100명이 넘는 여야 의원들이 선거제 개편 논의를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건 이례적이다. 다만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당장 의원정수 확대를 놓고도 이견이 분분해 논의에 적지 않은 혼선이 예상된다. 지난 총선 때처럼 양당 지도부 간 막판 타협으로 기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구제 개편은 여야 합의의 문제가 아니라 의원 개개인의 이익이 걸린 문제"라며 "특권을 어느 정도 포기하지 않는 이상 합의에 이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위성정당 방지법 정도는 만들 수 있겠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의석수에 관련된 문제를 쉽게 포기할 수 있겠나. 정당은 의석수에 절대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의원정수를 300명으로 못 박은 전원위 개편안과 관련 "의원정수 확대를 막은 건 결국 선거제 개편을 안 하겠다는 의미"라며 "(일부 의원들은) 의석수를 안 늘려주면 개편도 어렵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들은) 본인 지역구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개편에 동의할 것"이라며 "제3의 기구나 국민 투표를 거쳐 개편을 논의하지 않는 이상 어렵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