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필름]액션 총동원령, 끝내주네…'존 윅 4'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일단 러닝 타임 얘기부터. '존 윅 4' 상영 시간은 170분이다. 100분이 조금 넘었던 첫 번째 편보다 1시간 이상 늘었다. '존 윅' 시리즈를 본 관객이라면 모두 알다시피 이 영화엔 복잡한 이야기 같은 게 없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세계관이 커졌어도 '위기에 처한 킬러 존 윅이 살기 위해 싸운다'는 간단명료한 서사를 유지하고 있다. 관객이 관심 있는 건 한 가지다. 이 영화가 얼마나 새롭고 화끈한 액션을 보여주느냐. 온라인상에서 존 윅(키아누 리브스)이 죽인 사람이 몇 명인지 헤아려 보는 게 이 작품을 보는 재미 중 하나가 된 건 이 영화 시리즈의 정체를 드러낸다. 대개 이런 영화들의 러닝 타임 마지노선은 120분. 아무리 새로운 걸 보여줘도 액션만으로 2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가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존 윅 4'는 액션에 올인(all in)하고도 마치 마틴 스코세이지 영화만큼 길다. 그리고 이 길고 긴 시간을 역시나 액션 하나로 채워버린다. 우격다짐 아니냐고. 전혀. '존 윅 4'는 세간의 기준을 비웃듯 170분 내내 죽여준다. '존 윅 4'는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액션에 총동원령을 내린 듯하다. 존 윅이 말을 타고 사막 위를 질주하며 총을 쏘는, 마치 서부극 액션과 같은 시퀀스로 문을 연 이 영화는(마지막 액션 장면 역시 서부극에서 가져왔다) 존 윅이 다시 한 번 블랙 슈트를 입자마자 '킬링 액션'에 불을 붙인다. 일본 야쿠자·사무라이 액션을 시작으로 브루스 리와 재키찬 그리고 토니 자를 거쳐 쿵푸와 홍콩 누아르를 경유하고 할리우드식 총격전·추격전은 물론이고 전쯔단이 쿵푸를 변형하고 업그레이드 한 새로운 무술까지 꺼내어 보인다. 건푸(gun-fu) 혹은 건짓수(gun-jitsu)로 불리는 존 윅의 시그니처 액션도 여전하다. 권총·장총·단검·장검·쌍절곤·화살 등 온갖 무기를 들고, 말·차·오토바이 등 온갖 탈 것을 활용해, 호텔·식당·클럽·폐건물·도로 위·광장 온갖 장소에서 싸운다. 존 윅을 지켜주려고 했던 옛 친구 고지(사나다 히로유키)의 대사는 '존 윅 4'를 관통한다. "최대한 많이 죽여줘." 액션을 총집결 하는 '존 윅 4'의 방식이 새로운 건 아니다.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러닝 타임을 늘려가는 동시에 액션의 총량 역시 불렸다. 이 과정에서 세 번째 영화였던 '존 윅 3:파라벨룸'도 이번 작품처럼 화려하기 그지 없는 잡탕 액션이 될 수밖에 없었다. 혹평을 받았던 '존 윅 3:파라벨룸'과 극찬을 받는 '존 윅 4'의 차이는 액션 디자인과 구성이다. 전작이 수많은 캐릭터와 다양한 액션을 일부 나열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 영화는 관객이 이 긴 러닝 타임을 견딜 수 있게 리드미컬하게 완급을 조절한다. 존 윅은 리얼하다가도 낭만적으로, 무지막지하다가도 유머러스하게 싸운다. 비장하다가도 익살맞다. 어떤 장면은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 같고 또 다른 장면은 CCTV를 지켜보는 것 같다. 컷을 잘게 나누다가도 롱테이크로 끌고 간다. 전쯔단은 마치 춤을 추듯 싸우고, 개를 데리고 다니는 킬러를 연기한 셰미어 앤더슨은 묵직하게 위협적이다. 우리의 존 윅은 다정한 남편으로 남기 위해 싸운다나. '존 윅 4'가 보여주는 총 14개 액션 시퀀스 중 압권은 후반부 약 50분 간 펼쳐지는 파리 시내 액션이다. 파리 길거리에서 시작해 어느 아파트 내부로, 아파트에서 개선문으로, 개선문에서 푸아이아티에 222개 계단으로, 그리고 최종 목적지인 사크레쾨르 대성당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들은 창의적일 뿐만 아니라 규모·밀도 모든 면에서 완성도가 높아 감탄을 자아낸다. 개선문 주변을 도는 차들을 피해 이리 뛰고 저리 구르면서도 기어코 살아 남아 전진하는 존 윅을 만들어내기 위해 재작진은 약 9개월 간 준비했다. 동이 트기 전에 사크레쾨르 대성당 앞에 도착해야 하는 존 윅이 222개 계단 위에서 사투를 벌이다 자꾸만 계단 밑으로 굴러 떨어질 때는 그 화려하고 길고 긴 액션에 혀를 내두르다가도 어쩔 수 없이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한다. 액션영화를 사랑하든 그렇지 않든 어떤 관객이라도 '존 윅 4'의 액션이 최근 어떤 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것이라는 데는 동의할 것이다. 이제 '존 윅' 시리즈는 세계관을 계속 넓혀 간다. 먼저 스핀오프 영화가 나온다. '존 윅 3:파라벨룸'에서 나온 암살자를 양성하는 러시아 발레단 소속 발레리나가 가족을 위해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발레리나'다. 영화 '블론드'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아나 데 아르마스가 주연을 맡았다. 키아누 리브스와 이언 맥셰인 역시 출연한다. 또 '존 윅' 시리즈에서 킬러들의 휴식 공간으로 나오는 호텔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은 프리퀄 드라마 시리즈도 제작 예정이다. 이 작품은 맥셰인이 연기하는 '윈스턴'이 끌고 가게 된다. 스핀오프 영화든 프리퀄 드라마 시리즈든 대중이 원하는 건 역시나 액션일 것이다. 이 작품들은 '존 윅 4'의 성과를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려 할까. '존 윅' 제작진이라면 일단 믿어볼 만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