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아오·메이웨더 빅매치, 현실과 메타버스서…" 최용호 대표[인터뷰]
'주캐'가 잠잘 때도 '부캐'가 메타버스서 수입 올리는 시대IT 넘어 엔터·스포츠로 사업 영역 확대…스타 부캐 매니지먼트파키아오와 '메타버스 복싱 다이어트' 준비…이형택 테니스도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과 얼마 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만났다. 천재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 조형물이 미소를 지으며 내려다보고 있는 방 안에서 그는 한 시간 남짓 기자와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사이 또 다른 그가 또 다른 세상에서 일하고 있었다. 앞의 그는 아바타 메타버스 기업 갤럭시코퍼레이션의 최용호(34) 대표이사(CEO) 겸 CHO(최고 행복 책임자), 뒤의 그는 최 대표의 '부캐'(副 캐릭터)다. 최 대표라는 '주캐'(主 캐릭터)가 현실에서 열심히 비즈니스를 펼치는 동안 최 대표의 부캐 역시 '갤럭시'라는 메타버스에서 모종의 역할을 수행한다. 최 대표는 "저와 갤럭시코퍼레이션이 추구하는 아바타 메타버스가 그런 것입니다. 유저의 주캐가 현실에서 일할 때 아바타인 그의 부캐들은 여기저기 메타버스 공간에서 각각 일해 주캐에게 또 다른 수입을 안겨줍니다. 부캐가 바빠질수록 수입이 늘어날 테니 주캐는 일의 양을 점점 줄일 수 있게 되죠. 주캐가 자는 동안에도 부캐는 계속 일할 수 있어요. 주캐는 메타버스가 부여한 '시간으로부터의 자유' '공간으로부터의 자유'도 모자라 부캐가 창출 '돈으로부터의 자유'까지 세 가지 자유를 얻게 되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제페토, 이프렌드, 마인 크래프트,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에서 부캐가 주캐의 전문성과 콘텐츠를 활용해 수입을 올리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가 이제 '비즈니스 공간'이 돼가고 있는 겁니다"고 부연했다.
주캐도 모자라 부캐까지 시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어 맹활약한다는 것만으로 그를 세상에서 가장 바쁘다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적으로 주 영역인 IT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비즈니스 등 부 영역까지 섭렵한다는 사실까지 더해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이 또한 최 대표가 추구하는 아바타 메타버스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가 설립한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연예, 스포츠 등 여러 분야의 스타들과 계약해 그들의 부캐를 매니지먼트한다. 그 부캐는 가상 공간에서 활동하는 것은 당연하고, 현실의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한다. 지난해 TV조선 '아바드림' 속 장애를 딛고 춤추는 강원래와 부활한 고(故) 김성재, 고 김자옥, 고 송해(론칭 순) 등이 그 사례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자회사 페르소나스페이스를 통해 최근 인기리에 종방한 TV조선 '미스터 트롯2', 전 세계적인 붐을 일으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 100' 등 예능 프로그램도 공동 제작했다. 이로써 방송 제작 납품과 관련해 매출을 창출한 것은 물론 콘텐츠 IP(지식재산권)와 인기 출연진을 아바타 메타버스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는 권리마저 얻었다. "우선 '미스터트롯2'에서 스타덤에 오른 김용필님부터 부캐 매니지먼트를 시작합니다. SK텔레콤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미스터트롯2'의 '톱7'과 '피지컬 100'의 주요 출연진도 부캐로 선보일 계획입니다."
최 대표는 영역을 스포츠로 급속하게 넓히고 있다. 필리핀의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와 손잡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펼치기로 했다. 파키아오는 세계 최초로 복싱 8체급을 석권했다. "파키아오님이 아바타 메타버스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으시더군요. 그분이 원래 전 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고 싶었는데, 정치를 하다 보니 필리핀에 계속 머물러야 해서 불가능했다고 하네요. 부캐가 그런 문제점을 해결해줄 수 있다는 데 호응하셨죠. 함께 먼저 준비하기로 한 것이 '복싱 다이어트'입니다. 현실 세계에서 파키아오님에게 복싱 다이어트를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메타버스에서 파퀴아오 부캐에게는 누구나 얼마든지 배울 수 있잖아요? 그 점에 주목했습니다." 복싱 다이어트도 전 세계인을 겨냥하지만, 최 대표는 파키아오와 맺은 인연을 비즈니스적으로 한층 키우고자 한다. "파키아오님의 영원한 라이벌인 미국의 '복싱 전설' 플로이드 메이웨더님을 3월에 영국 런던에서 만났습니다. 두 분의 빅매치를 내년 초에 벌이려고 합니다. '프리 파이팅'으로는 두 분의 부캐가 메타버스에서 권투 경기를 하는 거죠. 각자의 반려견을 부캐로 만들면 어떨까 해요." 메이웨더는 사상 최초로 복싱 5체급을 무패로 제패했다. 50승 0무 0패로 프로 복싱 사상 최다 승리, 무패 기록을 달성했다. 저돌적인 인파이터 파키아오와 지능형 아웃복서 메이웨더의 맞대결은 '웰터급의 세기의 대결'로서 예전부터 추진됐으나 성사하지 못했다. 만일 이뤄진다면 그 반향은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 복싱이 전부 아니다. 최 대표는 테니스, 골프 등을 메타버스에서 최고의 전문가 부캐에게 배울 수 있는 강좌를 선보이고, 오프라인과 연결할 계획이다. "저희가 이형택 감독님이 출연하는 MBN 테니스 예능 프로그램 '내일은 위닝샷'을 제작하고 있거든요. 요즘 테니스가 붐이니 누구나 이 감독님에게 테니스를 배우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국내 테니스 인구가 60만 명인데 모두가 어떻게 배울 수 있겠어요? 메타버스에서는 엏마든지 가능하죠. 이 감독님 부캐의 테니스 강습을 메타버스 콘텐츠로 만들 겁니다. 집에서는 모니터를 보면서 따라 하고, 가맹 실내 테니스장에서는 실제 공도 나와 연습도 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이 사실상 끝나자 "팬데믹 3년간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메타버스 비즈니스가 성장 동력을 상실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기에 지난 2월 '챗GPT'가 AI(인공지능) 붐을 일으키자 전 세계인의 관심도 메타버스에서 AI로 급속하게 옮겨가는 모양새였다. 최 대표에게 위기의식은 없을까.
"위기요? 저는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호신술을 무술가에게 비대면으로 배운다고 할 때 '유튜브'라면 무술가가 찍어서 올려놓은 것만 볼 수 있다. 상대가 칼을 오른손으로 들고 공격하는 것을 막아내는 영상은 있으나 왼손에 칼을 들고 공격하는 것을 막는 영상이 없다면 유저는 그런 영상을 여기저기서 찾거나 혼자 상상해서 익혀야 한다. 그러나 'AI 아바타 메타버스'라면 다르다. 유저가 전문가 부캐에게 "적이 왼손에 칼을 들고 공격하면?"이라고 물으면 전문가 부캐는 AI를 통해 질문에 알맞은 답을 찾아내고, 시연한다. "AI가 챗GPT 덕에 주목받고 있으나 사실 새롭게 등장한 기술은 아니거든요. 저희만 해도 이미 AI를 활용해 아바타를 성장시켜왔고요. 그래도 챗GPT 열풍으로 AI 기술이 더욱더 발전할 테니 아바타 메타버스 역시 양적, 질적, 속도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성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전혀 자만심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비즈니스 모델이 '우주적인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현실에 확고부동한 뿌리를 내리고 있어서인 듯하다. 그렇기에 갤럭시코퍼레이션과 페르소나스페이스가 지난해에만 신한캐피탈, 한화생명, 티인베스트먼트, 피앤아이, 한국투자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키움인베스트먼트, SK텔레콤, 두나무, 네이버제트, 스노우, 한글과컴퓨터 등 유수의 기관·기업으로부터 누적 516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문득 'AI 아바타 메타버스가 활성화해 마침내 돈으로부터도 자유로워져 현실에서 모든 사람이 놀고 먹어도 한 사람만큼은 지속해서 열심히 일하겠구나' 싶어졌다. 갤럭시코퍼레이션 내 대표 집무실을 '우주를 다녀온 아인슈타인 박물관' 콘셉트로 꾸미고, '아인슈타인의 방'으로 명명한 그답게 "정말 위대하고 감동적인 모든 것은 자유롭게 일하는 이들이 창조한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씀을 끝까지 실천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이는 어쩌면 그가 '세상에서 가장 외계인 같은 사람'이기에 가능할지도 모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