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 "명랑투병 하겠다 했는데..제 경험담 위로됐으면"[문화人터뷰]
대장암 투병 담은 '꽃잎 한 장처럼' 시집제26회 한국가톨릭문학상 본상 수상
올해로 수도 서원을 한지 55주년을 맞은 시인 이해인(78) 수녀는 여전히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지난해 출판된 '꽃잎 한 장처럼'(샘터)으로 26회 한국가톨릭문학상 본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발간된 이 시집에는 시와 글 70여 편을 비롯해 일상을 담은 작은 메모 100여 편이 수록됐다. 이해인 수녀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19년 11월부터 쓴 작품들로, 급변한 우리네 삶의 모습과 그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 '성분도 은혜의 뜰'에서 만난 이해인 수녀는 "죽음을 생각할수록 오늘, 이 순간 삶이 소중하다"고 했다. "사람들을 한 번이라도 더 용서하고 한 번이라도 더 사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니까 허투루 보낼 수 없어요. 순간순간을 기쁘게 누려야 해요."
이해인 수녀의 작품들은 초·중·고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종교를 초월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제9회 새싹문학상, 제2회 여성동아대상, 제6회 부산여성문학상, 제5회 천상병 시문학상 등 여러 상을 받았지만 지난 11일 받은 한국가톨릭문학상은 이 수녀에게 특별하다. "5월11일은 1967년 내가 수련착복식을 한 날이에요. 수도자로서의 정식 첫 출발을 한 날이라 상징적 의미가 크죠. 지난 세월 좀 비중 있는 상들을 거절하기도 하고 더러는 받기도 했으나 이번 상은 가톨릭 수녀에게 잘 어울리는 상이라 여겨져요. 이 상을 받게 돼 기쁩니다."
그러나 이번 수상은 달랐다. "수도자로서의 연륜이 쌓이고 나이도 들어 자연스레 삶을 관조하게 되니 상을 받는다고 우쭐해하거나 교만해지지 않을 수 있었어요. 수도 공동체, 제 애독자들과 같이 받는 상이라 생각하니 편안해졌죠." 이해인 수녀에게 수상작 '꽃잎 한 장처럼'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시집이다. "이 책은 저에게 인생을 정리한다는 의미가 있어요. 내용이 슬프기도 하지만, 코로나 시기에 더 잘 어울리는 책이죠."
"말로는 '명랑투병'을 하겠다고 했지만 그게 쉽지 않았어요. 나이가 드니 우울한 일도 있고, 수도사라고 해도 인간이라서 자기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어요. 아팠던 제 경험담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해인 수녀는 "아픈 내 경험을 가져와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수도자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또 결심한다"고 했다. "시와 삶이 일치하는 삶으로 살기로 했는데 시는 그럴듯하게 쓰면서 삶은 엉망이면 안 되잖아요. 제가 쓴 시에 책임을 지기 위해 아프더라도 명랑하게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내 아픔을 멀리 떨어져서 객관화하려 해요."
삶을 정리하고 있다는 이 수녀는 자신이 쓴 시와 닮아가고 있다. "소설가는 길게 이야기하지만, 우리 시인은 긴 이야기를 압축된 언어로 간결하게 절제해서 상징적으로 말하잖아요. 수도 생활은 많은 것을 버리고 포기해야 합니다. 시도 아깝더라도 언어를 과감하고 용기 있게 버려야 해서 수도자의 삶과 닮았어요. 저를 만난 사람들이 '수녀님의 아름다운 시와 목소리, 외모가 닮았어요'라고 하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