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마저 성장률 내렸다…IMF·OECD보다 낮은 1.4% 전망
정부,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작년 1.6%에서 0.2%p↓…"정책 효과 없어"수출 6.6% 감소…2019년來 4년 만에 최대↓
[세종=뉴시스] 박영주 용윤신 임하은 기자 = 정부가 올해 한국 경제가 1.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4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하면서 경제 충격이 예상보다 컸다는 판단이다. 정부 전망대로라면 우리 경제는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 이후 3년 만에 최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다만 정부는 하반기로 갈수록 민간 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되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올해 성장률 1.6→1.4% 하향…역대 6번째로 낮아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1.4% 성장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전망치 1.6%보다 0.2%포인트(p) 눈높이를 낮췄다. 이번 전망은 한국은행에서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 1.4%와 같은 수준이다. 반면 OECD(1.5%), IMF(1.5%), KDI(1.5%), 아시아개발은행(ADB·1.5%)보다도 보수적으로 우리 경제를 바라봤다. 다만 한국경제연구원(1.3%), 현대경제연구원(1.2%),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1.1%)보다는 긍정적이다. 교역 둔화 등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올해 성장률을 낮췄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살아날 거라는 분석이다. 민간 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되며 하반기 성장세 회복을 견인할 거라는 시나리오다. 정부 예상대로 올해 우리 경제가 1.4% 성장한다면 역대 6번째로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이제까지 우리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돈 건 건국 초반인 1956년(0.6%), 2차 석유 파동 직후인 1980년(-1.6%), IMF 외환위기가 있던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0.8%),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0.7%) 등 다섯 번뿐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사전브리핑에서 "상반기 경제 흐름을 볼 때 수출, 투자 부분이 당초 생각보다 떨어진 부분이 있어서 객관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1.4% 성장률을 제시하게 됐다"며 "정책 효과를 반영하지 않고 객관적인 전망을 그대로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물가 3.3% 상승…수출 2019년 이후 최대 감소 올해 소비자물가는 3.3% 상승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 전망치 3.5%보다는 0.2%p 상승폭이 축소됐지만,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2.0%)는 여전히 웃돌았다. 정부는 국제 원자재 가격 안정, 농산물 작황 개선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물가가 둔화하고 있는 데다가 국제유가 안정세 유지, 기대인플레이션 하락 등으로 물가 둔화 흐름이 지속될 거라고 진단했다. 상반기 4.0%를 찍고 하반기에는 2.6%의 상승률을 보일 거라는 것이다. 이는 올해 원유 도입단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78달러를 기록할 거라는 계산을 전제로 했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OPEC+(주요 산유국 모임·오펙 플러스) 추가 감산 여부, 흑핵곡물협정 연장 여부 등 지정학적 리스크, 기상 여건 등에 따른 국제 원자재가격 불확실성과 공공요금 인상 등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도 나온다. 올해 수출은 반도체 부진 등으로 지난해 전망(-4.5%)보다 감소폭이 2.1%p 확대된 6.6% 줄어들 것으로 점쳤다. 2020년(-5.5%) 이후 3년 만에 내림세로 전환할 거라는 전망이다. 감소폭은 2019년(-10.4%) 이후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수출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 IT 업황 개선 등으로 하반기부터 수출이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이차전지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재고조정 과정을 거치며 실적이 개선될 거라는 전망이다. 국제에너지 가격이 하락하고 투자 부진에 따른 원자재·자본재 수입 둔화 등으로 수입은 8.6%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는 230억 달러 흑자를 제시했다. 해외여행 증가로 서비스수지는 악화하지만 하반기 무역수지 개선에 따라 상품 수지 흑자폭 확대되고 세법 개정에 따른 배당 수입이 증가하면서 소득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봤다. 민간소비는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 활동 증가, 양호한 고용 상황, 소비심리 개선 등으로 대면서비스업 중심의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거라는 관측이다. 다만 보복 소비 완화, 금리 인상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는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업황 둔화 영향으로 올해 1.2% 감소할 것으로 점쳤다. 주요 반도체 업체 감산, 고금리 영향과 기계수주 감소 등을 고려하면 회복은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투자는 미뤄진 공사가 재개되면서 올해 0.6%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고용은 당초 정부 전망인 10만명보다 크게 확대된 32만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층 돌봄 수요가 늘고 여성·고령층 노동 공급 확대 등 구조적인 요인 등이 고용시장 훈풍을 이끌었다. 하반기에는 방역인력 감소, 제조업·건설업 둔화 영향 등은 위험요소로 꼽힌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0.4%p 상승한 62.5%, 실업률은 0.2%p 하락한 2.7%로 예측된다.
◆내년 2.4% 성장…물가상승률 2.3% '안정세' 정부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 전망치도 함께 발표했다. 그 결과 내년 경제성장률은 2.4%로 예상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보다 크게 축소된 2.3%로 제시했다. 민간 소비는 2.2% 증가가 예상된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각각 2.5%, 0.2%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수출은 올해 수출 기저효과 등으로 8.8% 증가하며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수입은 3.0% 증가에 그쳤다. 경상수지는 45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취업자 수는 지난해와 올해 고용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로 18만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점쳤다. 다만 15세 이상 고용률은 올해보다 높은 62.7%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 "성장률 전망 합리적" vs "달성 힘들 듯" 올해 정부 성장률 전망치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정부가 제시한 1.4% 성장이 합리적이라는 입장과 이마저도 달성하지 못할 거라는 부정적인 반응이 상존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 가격이 내려서 GDP 디플레이터가 낮아지면 성장률이 올라갈 수 있다"며 "다른 국내외 경제 기관 등도 1.4% 내외 수준을 전망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제시한 숫자는 평균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상저하저'가 지속되는 상황을 경제성장률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가 기저효과로 내려가고 있지만, 여전히 체감 물가는 높고 세수 문제로 대규모 경기 부양도 어렵기 때문에 현재는 올해 성장률을 낮게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반기 경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하반기에는 나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중국 수출, 반도체 불확실성, 미국 금리정책 등 리스크가 많이 있다"며 "정부가 성장률을 낮춘 것은 합리적"이라고 짚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 부채가 높아 소비 성장이 힘들고 대기업은 현금성 자산은 많지만, 투자를 꺼리고 있다"면서 "정부가 돈을 풀지 않으면 1.4%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발 고금리 정책 지속, 중국 리오프닝 지연, 내수 악화 등으로 하반기 성장률은 잘해야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정부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 1.4%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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