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둔화세?…가공식품·외식물가 여전히 '고공행진'[먹거리 물가 비상①]
6월 물가 상승률 21개월만에 2%대 진입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3개만 가격 하락외식물가, 25개월 연속 전체 물가 웃돌아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 박모(43)씨는 3주 앞으로 다가온 아버지 생신을 맞아 식당을 알아보던 중 새삼 높아진 물가를 체감했다. 가려고 했던 식당이 최근 가격을 올리면서 초등학생을 포함한 가족 여섯 명이 식사할 경우 25만원이 훌쩍 넘는 것이다. 부모님 생신에 맞춰 찾아오시는 친척들까지 고려하니 부담이 커져 다른 식당을 다시 알아봐야 하나 고민이 앞섰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 가격 상승이 주춤하고 축산물 물가도 하락세를 보였지만,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하며 소비자들의 부담감을 높였다. 1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2(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를 기록한 건 2021년 9월 이후 21개월 만이다. 물가 상승폭도 5개월 연속 둔화하는 등 표면적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서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가공식품 물가의 경우 1년 전보다 7.5%나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10.4%) 정점을 찍은 후 3개월 연속 축소됐다가 지난달 다시 확대됐다. 품목별로 보면 73개 품목 중 가격이 하락한 품목은 이유식(-0.9%), 건강식품(-1.0%), 유산균(-1.4%)뿐이었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 맥주(0.0%)까지 제외하면 총 69개 품목의 가격이 모두 오른 셈이다. 특히 라면(13.4%)은 5월(13.1%)보다 상승률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월(14.3%) 이후 14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다만 이달부터 일부 라면 업체가 가격을 인하한 만큼 이르면 다음 달 지표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치즈는 1년 전보다 22.3% 올랐다. 치즈 가격은 지난해 5월부터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며 상승폭을 키웠다. 무더위애 소비가 늘어나는 아이스크림 가격도 9.4% 올랐다. 드레싱(32.4%), 잼(31.0%), 맛살(21.7%), 어묵(19.7%), 초콜릿(18.5%), 혼합 조미료(17.7%), 참기름(17.5%), 당면(16.8%), 파스타면(16.3%), 물엿(16.1%), 부침가루(14.3%), 설탕(13.2%), 사탕(12.6%), 빵(11.5%), 생수(10.8%), 스낵 과자(10.5%)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외식 물가 상승세도 좀처럼 꺾이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6.3%로 전체 소비자물가를 크게 웃돌았다. 농산물과 축산물 가격은 안정세를 찾았지만, 외식 물가는 2021년 6월부터 25개월 연속 전체 물가 상승세를 상회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지난달 쇠고기 외식 가격은 2.9% 올랐지만 국산 쇠고기와 수입 쇠고기는 각각 5.1%, 8.0% 하락했다. 돼지갈비와 삼겹살도 6.4%, 5.4% 상승했지만, 돼지고기 가격은 오히려 7.2% 내려갔다. 피자(11.1%), 햄버거(9.8%), 김밥(9.0%), 냉면(7.0%), 자장면(6.6%) 등 외식 물가를 구성하는 품목 모두 가격이 올랐다. 최근 국제 곡물 가격이 하락하고 원자재 가격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외식 물가 상승률이 높은 흐름을 보이는 배경에는 식당 운영비와 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식재료 가격이 안정세를 보여도 인건비와 영업비용 등 부수적인 비용이 외식 물가에 반영되다보니 소비자들에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물가 상승폭이 줄었을 뿐 물가가 하락한 게 아니고 물가지수를 보더라도 아직 높은 수준"이라며 "체감 물가는 소비자가 주로 구입하는 품목에 영향을 받는 만큼 사람마다 느끼는 물가 수준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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