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화 되는 인간...'서용선:내 이름은 빨강'
아트선재센터, 서용선 연구조사 전시80년대 초기작~최근작까지 70점 전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내 이름은 빨강', 무슨 뜻일까? 분열된 정치 속 색깔을 드러낸 전시가 눈길을 끈다. 거칠고 굵은 선의 단단한 작업을 하는 서용선(72)개인전 타이틀로, 아트선재센터는 '서용선에 대한 연구 조사 전시'라고 밝혔다. '서용선을 주제로한 서베이 전시'로, 서용선의 회화적 공간이 갖는 감각적이고 정치적인 세계를 다르게 드러낸다. 기존의 서용선 회화에 대한 평가가 형식적 장르적 주제적 측면에서만 다루어졌다면 이 전시는 작가의 회화 세계를 재구성했다.
전시 제목으로 사용된 ‘내 이름은 빨강’은 튀르키예 소설가 오르한 파묵의 소설 'Benim Adım Kırmızı'(1998)에서 차용했다. 이 소설은 1591년 오스만 제국을 배경으로 전통과 서구의 갈등이 회화와 화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전시를 구성하는 소제목들 역시, 이 소설에서 도시, 정치, 예술을 설명하는 챕터인, ‘저는 금화올시다’, ‘내 이름은 블랙’, ‘나를 나비라 부른다’에서 따왔다.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신작 등 70여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작품 대부분이 빨강색으로 돋보인다. 특히 눈이 붉은 자화상은 강렬하다. 서용선은 화가로서 훈련 받은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자화상을 그렸다고 한다. 미술대학에 합격하고 처음 그린 그림도 자화상이다. 캔버스 앞에 당당하게 그림을 그리는 모습의 자화상은 점차 세상을 응시하고, 대면하고, 좌절하며, 받아들이며, 또한 흥분하는 모습으로 변화되고, 그 모습은 격렬하게 그리는 행위를 하는 자신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그 자화상을 통해서 자신은 해체되고 다시 결합되며 새롭게 탄생한다.'빨간 눈 자화상은 붉은 눈 때문에 괴물화되는 인간의 모습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다양한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서용선의 초기작인 '정치인'(1984)이 오래간만에 전시에 등장한다. 80년대 등장한 새로운 군사정부 아래서 ‘군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새로운 직업인들의 모습을 절묘하게 담아내고 있는 작업이다. 21세기 새로운 정치의 출현과 더불어 학자에서 정치인으로, 방송인에서 정치인으로, 활동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새로운 정치인들의 출현 속에서 의미심장하다. 전시는 오는 15일부터 1~3부로 나눠 선보인다. 18일 아트홀에서 정영목 서울대 명예교수의 특별강연, 오는 8월25일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 열린다. 이 날 오후 4시 서용선 작가와 김장언 아트선재 관장이 함께한다. 관람료 1만원.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