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세법개정, 재정 지출 최소화…저출산·고령화 지원"

[세종=뉴시스]용윤신 임하은 기자 = 올해 새법개정안은 역대급 세수 결손 우려 속에서 감세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재정 지출을 최소화하는 '미니멀 세법'이다. 총선을 앞두고 서민부터 중산층, 대기업 등 전방위적인 세지지원을 담았다는 분석도 있다. 민간 지원을 통한 경제활성화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결혼·출산장려책은 선방했다는 평이다.

◆'미니멀 세법'…민생 지원·경제 활성화 효과는 '제한적'

이번 세법개정안은 역대급 세수 결손을 앞두고 감세를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한 단어로 말하면 미니멀 세법개정안이다. 재정 규모나 범위를 최소화했다. 세입결손 규모가 커가는 상황에서 감세가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세제를 수단으로 해서 정책적 의지를 크게 떨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민생지원과 경제활성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 그래서 기존 세제의 단점을 보완하거나, 한계를 개선한 것이 큰 축이다. 조금씩 확대하거나 늘린 게 대부분이고 또 하나는 전략산업 세액공제 대상 늘리고,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봤다.

또 기업 살리기를 통한 민간주도 경제로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목표를 표방한 정부이지만 기업을 위한 세제는 크게 가시적인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세제개편안은 이번 정부가 민간주도 경제를 내세워 국민복지와 국가경제를 바로 세우겠다는 국정방향에 부합하기 위해 감세기조를 이어갔으나, 최근에 어려운 세수환경에 따라 재정상황을 감안해 대폭적인 세제개편안은 지양했다"며 "법인세 최고세율의 추가 인하는 없었고, 오히려 전년대비 기준 세수효과 측면에서 5년간 1690억원의 증세 개편안을 내놓았다. 기업을 위한 세제개편안은 국가전략기술의 확대(바이오)와 K-콘텐츠 육성 외에 가시적인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정된 복지지출이 상당하면서도, 세수감소현상까지 보여 재정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대폭적인 감세정책은 어렵게 됐고, 내년 총선과 미래세대에 대한 지원을 감안해 저출산·고령화 등 생활지원적 세금감면에 치중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감세 대상을 보면 대기업, 중소기업, 가계, 농가, 택시기사 등 전방위적이다. 그 안에는 자녀장려금도 있고, 부가가치세, 소득세, 법인세 등 모든 세금에 걸쳐서 한다. 진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감세다. 액수가 얼마든 상관없이 내년도 총선을 겨냥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역대 세제개편안 중에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감세 대상이 커 세제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렸다"고 비판했다.

감세 기조를 이어간 데 대한 비판도 있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 부족이 만성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세지출을 늘리는 건 무책임하다. 서민과 중소기업 조세지출을 줄인다고 했지만 이들은 세금을 많이 내지 않는다. 바이오 기술 관련 세액공제가 추가된 건 대기업 감세로, 세부담 귀착을 보면 효과 없이 깎아주는 거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결혼·출산장려책은 긍정적…자녀장려금·혼인증여세 공제"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저출산과 인구 감소 등 우리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세제 지원에도 초점을 맞췄다. 혼인 시 증여재산 공제를 도입한 것과 자녀장려금 연소득과 1인당 지급금액을 상향한 것을 들었다.

김 교수는 "인구구조 대응 국정과제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중산층에서는 통용되는 문화로 세법과 무관하게 현실에서 암묵적으로 작동했던 논리다. 이를 투명화·제도화한 것은 긍정적이다. 안 내던 걸 합법적으로 안 내니 줄 세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1억5000만원을 초과하는 증여는 국세청도 과세정비를 해야 하고, 납세자도 조세윤리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도 "저출산·고령화를 위한 청년의 새출발을 지원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우선 저출산의 핵심인 주택마련을 위해 결혼자금에 대한 증여세를 완화한 것은 시급성이 충분한 제도다. 자녀장려세액공제의 확대도 저출산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소득재분배의 우려도 있지만, 가장 시급한 건 청년의 결혼과 자녀출산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과 노령층의 재산쏠림을 완화하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노령층의 재산을 저출산·고령화대책에 사용하고, 산업자본화하는 데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 교수는 자녀장려금 확대와 조세 회피 관리를 강화한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 교수는 "자녀장려금 확대와 같이 서민감세에 가까운 것들과 탈세 해외 신고 강화 등 조세회피 관리를 강화한 부분은 긍정적이다. 실효성 담보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해외 금융 재산 신고 등 과세를 투명하게 하는 일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세부담 감소분을 4719억원으로 전망하면서 큰 틀에서 세수중립적으로 세법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정부가 밝힌 것처럼 국세수입 400조가량의 0.1%인 4000억원 정도는 유효 숫자라 보기 어렵다. 내년 다른 세목이 꿈틀하면 존재감이 없는 수준이기에, 감세나 증세를 말하는 건 무의미하다. 중립적인 세수의 영역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이번 세법개정안을 내년 예산도 다소 긴축적으로 갈 거라는 시그널로 해석했다.

김 교수는 "총선을 앞두고 경기둔화, 민생지원하려면 풀어헤쳐야 하는데, 상당히 자제하고 있고 소극적이다. 세출 예산도 지금 꽤 긴축적인 기조로 가는 것 같다. 쉽게 말하면 지출 증가율에 있어 의무지출을 빼면 재량지출이 연속 마이너스가 될 거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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