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 위기…"韓 부동산도 주의해야"vs"헝다 때도 영향 적어"[중국이 흔들린다]④
IBK투자증권 "국내 부동산 PF부실 우려와 맞물려 신용 불안↑"하이투자증권 "중국 경제 불안은 궁극적으로 국내 경기 전이"일각선 "한국과 직접 투자·거래관계 없다면 문제 없어" 의견도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헝다·완다에 이어 비구이위안까지 중국 대규모 부동산 업체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계속되면서 '중국판 리먼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경기에도 침체가 전이될 수 있다"는 의견과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은 지난 7일 만기가 도래한 액면가 10억 달러 채권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달러를 갚지 못하면서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비구이위안이 향후 30일간 유예기간 중 채무 의무를 다하지 못한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은 부동산이 투자 및 정부 세입의 약 25% 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가계 자산의 비중도 약 70%에 달해 재정·소비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며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추진 중임에도 높은 가격에 대한 경계감 등으로 위축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구조적 조정 사이클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2년 전 헝다 사태를 시작으로 중국 부동산 시장에 악재가 연이어 등장하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면 한국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상저하고'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하며 하반기 우리나라 경기 회복의 주된 근거로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꼽았는데, 중국 경제가 오히려 침체 위기에 빠지면서 이러한 전망이 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한국은 중국발 부동산 리스크로 인해 경기 하방 압력 확대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며 "중국 경기 불안으로 최근 국가의 경기 회복 시점이 점차 후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지속되는 국내 부동산 PF 부실 우려와 맞물리며 신용 불안감이 높아지는 중"이라며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추가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2021년 헝다그룹 사태 당시와 마찬가지로 국내 경기성장률의 추가 하향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중국의 과도한 경기부양책 및 부동산 주도의 성장 모델의 후유증과 함께 팬데믹 과정에서 급격히 증가한 정부의 부채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잇따른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디폴트는 단순히 기업 부채 리스크가 아닌 지방정부 및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 지방정부융자기구) 그림자 부채와도 밀접한 연관관계를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 경제 불안은 궁극적으로 국내 경기로 전이될 공산이 높다. 중국의 '질서 있는 침체 리스크'로 하반기 국내 경기 반등 동력이 크게 약화될 공산이 높아지는 동시에 원화 약세 압력도 높아질 것"이라며 "국내 역시 가계부채를 중심으로 부채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질서 있는 침체 리스크'가 국내 신용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헝다 사태 당시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심각한 타격이 오지는 않았음을 강조하며 이번에도 크게 상황이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헝다 때도 국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큰 영향은 없었다"며 "해당 업체가 한국 내 투자나 거래관계가 많아 한국 업체들이 못 받을 돈이 많다거나, 자산유동화를 위해 발행한 채권을 국내 업체가 많이 갖고 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밀접하게 엮인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들어와 있는 중국 자본의 경우에도 해당 회사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지 않는 이상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 경제가 무너진다고 해도 모든 국가의 경제가 다 연동이 되지는 않는다. IMF 때도 동아시아는 문제가 컸지만 미국은 괜찮았고,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을 겪는 동안에도 우리나라는 계속 집값이 뛰었다"며 "우리나라에 부동산을 취득한 중국인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개인 자격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택을 산 케이스인 만큼, 중국 부동산 회사가 망한다고 해도 개개인이 경제 활동을 통해 이자를 내는 것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