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리스크 재점화에...민주, 검찰 영장 청구 대응 고심
이재명, 백현동 의혹으로 검찰 출석…"구속영장 청구하면 제발로 심사받겠다"쌍방울과 병합해 9월 회기중 영장 청구 가능성…'체포동의안' 놓고 갈등 불씨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백현동 개발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소환 조사한 가운데 민주당은 차분하게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검찰이 국회 회기 중에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하는 모습이지만 당내에서는 예상했던 시나리오라며 큰 위기는 아니라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날 오전 10시20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하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로 백현동 의혹과 관련해선 첫 조사다. 백현동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일하던 2014~2015년 분당구 백현동 소재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 참여를 배제하고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줘 막대한 개발 이익 몰아줬다는 게 골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용도변경 및 임대주택 비율 등 시행사에 인·허가 특혜를 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 캠프 선대본부장 출신인 김인섭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의 청탁을 이 대표와 '성남시 2인자'로 통하던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에게 전달해 관철했다 보고 있다. 이 대표는 검찰 진술서를 사전 공개하며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자연녹지를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나 용도 상향했던 것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지시와 국토교통부의 요구 때문이었고,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이 주택개발 사업에 참여할 의무가 원칙적으로 없다는 점에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또한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1원 한 푼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며 배임죄를 저지를 동기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저를 희생제물로 삼아 정권의 무능을 감추고 민심 이반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것"이라며 "백현동 용도변경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와 국토부의 요구에 의한 것이고 성남시는 용도변경 이익의 상당 부분인 1000억 원대를 환수했는데, 검찰은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주었다고 조작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따져볼 방침이다. 양측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법조계에선 검찰이 이 대표를 조사한 뒤 구속 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돼 일각에선 '8월 영장설'이 제기됐으나 쌍방울 건과 백현동 건을 합쳐서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커 다음 달이 더욱 유력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사건 핵심 인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다음 재판은 22일 열릴 예정으로 최근 한 달간 변호사 선임 등 문제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비회기 청구 최선…회기 중엔 표결서 갈등 소지 민주당은 명백한 증거가 없지만 검찰이 야당 탄압을 위해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의심한다. 당내에서는 비회기에 청구되는 것을 최선의 시나리오로 보고 8월 임시회 일정을 두고 고심하는 상황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은 회기 중에 구속 영장이 청구될 경우에만 이뤄지고 비회기 중 청구될 경우 별도의 표결 절차 없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이 대표도 이날 검찰에 출석하기 전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 심사받겠다. 저를 위한 국회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은 정치가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한다. 회기 중 영장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꼼수는 포기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8월 임시국회 일정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고, 9월부터는 정기회의가 12월까지 이어져 회기 중에 영장이 날아올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를 25일께로 마무리해 6일간의 비회기 기간을 남겨놓기를 바라고 있지만 여당은 국회법상 회기가 31일까지이기 때문에 원칙대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회기 중에 체포동의안이 전달되면 민주당으로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다. 체포동의안 투표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당내 갈등 소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대거 이탈표가 발생해 당내 계파 갈등이 다시 불거진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불체포특권을 포기했다고 선언했지만 당내 혼란과 논란의 불씨는 불가피하다. 지난 7월 의원총회에서 '정당한 체포영장 청구'에 한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결의해서다. 또 혁신위가 함께 요구한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방탄 국회'를 자초했다는 비판에 따라 불체포특권을 내려놓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검찰에 무분별한 영장청구 빌미를 제공해선 안 된다는 반대론도 적지 않아 결국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검찰이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국회 회기 중에 체포동의안을 보낼 거로 보인다"며 "(그렇게 되면) 국회 표결이 이뤄질 텐데 당론으로 가결 입장을 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의견들도 아마 많기 때문에 자유투표에 맡길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만에 하나 영장이 발부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하는 플랜B에 대한 고민도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공개적으로 논의는 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고민은 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은 예상했던 일이라며 담담한 분위기 속에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다. 당 관계자는 "초기에는 검찰리스크가 상당히 당을 뒤흔들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을 통해서 오히려 그 의혹들을 해소해 가는 모습"이라며 "이 대표가 자신감을 보여주고, 당이 단결하면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