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독립군 흉상 이전'에 여권서도 비판 목소리…"이념과잉 도넘어"

[서울=뉴시스]한은진 기자 =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육사) 내 홍범도 장군 등 독립군과 광복군의 흉상 이전을 추진하자 여권에서도 이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권의 이념과잉이 도를 넘고 있다"며 "역사와 역사 속의 인물들을 평가함에 있어서 친일과 좌익의 역사적 사실은 정확하게 사실대로 기록하며 그 공과 과를 균형있게 봐야 한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철거 이유가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경력 때문이라고 한다. 납득하기 어렵고 앞뒤가 안맞는 얘기"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홍범도 장군은 해방 2년 전에 작고하셨으니 북한 공산당 정권 수립이나 6.25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지청천 장군, 이회영 선생,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은 별다른 공산주의 경력도 없는데 왜 이 영웅들의 흉상까지 철거한다는 건지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친일매국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눈감고 종북좌익에 대해서는 일제시대의 이력까지 끄집어내어 매도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이념편향이고 이념과잉 아니겠느냐"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역사를 평가하는 기준과 원칙이 무엇인지부터 확실하게 밝혀 그 원칙과 기준에 독립영웅 흉상 철거가 부합하는지 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참 할일도 없다"며 "역사논쟁, 이념논쟁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퇴출시키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한다"고 비판했다.

홍 시장은 "(홍범도 장군은) 굴곡진 역사의 희생양이셨던 독립투사 분이였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래 김영삼 전 대통령까지 보수정권 내내 훈장도 추서 하고 수십년간 노력으로 유해를 봉환해 대전 현충원에 안장까지 한 봉오동전투의 영웅"이라며 "당시로서는 불가피했던 소련 공산당 경력을 구실삼아 그분의 흉상을 육사에서 철거한다고 연일 시끄럽다"고 했다.

홍 시장은 "(홍범도 장군은) 6.25전쟁을 일으켰던 북한군 출신도 아니고 그 전쟁에 가담했던 중공군 출신도 아닌데 왜 그런 문제가 이제와서 논란이 되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홍 시장은 "그건 반역사"라며 "그렇게 하면 매카시즘으로 오해를 받는다. 그만들 하십시오. 그건 아닙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렇게 할거면 홍범도 장군에게 박정희 대통령이 1963년 추서한 건국훈장 서훈을 폐지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일갈했다.

이 전 대표는 "국가가 수여한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를 누가 어떤 잣대로 평가해서 개별적인 망신을 줄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육사 흉상 이전을 두고 "여러 논란이 있는 것은 알지만 현재 그와 관련된 당의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육사는 6.25 전쟁 이후에 설립됐다"며 "아마 육사가 그 과정 속에서 흉상 설치에 관한 논의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지난 25일 육사 내 홍범도 장군 등 흉상 철거를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로 '공산주의 경력'을 들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북한을 대상으로 전쟁을 억제하고 전시에 이기기 위한 인력을 양성하는 곳인데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되겠느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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