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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오염수 갈등②] 악화된 중·일관계...가을 정상회담 물건너가나

등록 2023-08-29 15:00:51   최종수정 2023-09-05 11: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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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방류에 中, 맹반발…日서 "2012년 센카쿠 사태 생각나" 우려

아세안-G20 거쳐 APEC, 한·중·일 회담서 시진핑-기시다 회동 모색

일그러진 일본의 중·일 관계 개선 청사진…"미중 관계보다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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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AP/뉴시스]사진은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7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태국 방콕에서 만나 별도의 양자 회담 전 악수하고 있는 모습. 2023.08.29.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올해는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5주년이다. 양국 관계는 그러나 개선은커녕 악화하고 있다. 우호조약 45주년이 무색할 정도다. 일본의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가 관계 악화에 결정적인 치명타가 됐다. 일본이 그동안 추진해 온 '가을 중·일 정상회담' 시나리오는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양국의 외교적 관계는 극한의 대립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미·중 전략경쟁과 맞물리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가을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작아졌지만, 양국 정상 간의 담판만이 해결책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본, 24일 오염수 방류에 中, 맹반발…日선 "2012년 센카쿠 사태 생각나" 우려

일본 정부의 결정을 근거로 후쿠시마 제1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지난 24일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발하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를 선언했다.

일본 내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초강수라는 반응이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중국이 발표한 일본 원산지 수산물 전면 금수에 대해 일본 정부 내에서 '상정(예상) 이상'이라는 견해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의 한 간부는 "뭔가 오리라 생각은 했으나, 이렇게까지는 예상하지 않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올해 1~6월 수산물 수출액은 2057억엔으로 이 가운데 홍콩이 25%로 1위다. 중국은 22%로 2위였다.

 1,2위를 합치면 47%다. 중국의 일본 수산물 금수조치는 그만큼 큰 타격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여론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도쿄전력은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지난 24일 약 6000건 이상의 국제전화를 받았다고 28일 발표했다. 대부분 중국 국가번호인 86으로 시작하는 항의 전화였다.

오염수 방류와 무관한 시설에도 중국의 전화가 잇따랐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후바타마치(双葉町) 동일본대지진·원자력재해 전승관에는 28일까지 약 440건의 전화가 있었다. 도쿄(東京)도 나카노(中野)구 구청에는 1700건 이상, 임해부 관할 경시청 도쿄완간(東京湾岸)서에는 약 1270건의 전화가 걸려 왔다. 모두 오염수 방류에 대한 항의 전화였다.

전화를 받으면 일본어로 "바보"라고 비난하거나, 중국어로 항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중국 소셜미디어상에는 "적당히 도쿄에 전화해보자"며 스마트폰 지도 애플리케이션에서 무작위로 선택한 일본 번호로 전화를 한 후 "왜 핵 오염수를 바다에 흘렸느냐"고 말하는 영상이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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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AP/뉴시스]지난 24일 후쿠시마현 나미에마치에서 보이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의 모습. 2023.08.24.

우치보리 마사오(内堀雅雄) 후쿠시마현 지사는 후쿠시마현 내 호텔, 음식점, 역 등에 중국에서 걸려 온 것으로 보이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며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 있는 일본인 학교, 일본 대사관에는 계란, 돌이 날아드는 사건도 발생했다.

급기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28일 밤 "유감"을 표명했다. 일본인에 대한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중국 측에 대해 오늘 주일 중국대사를 초지해 중국 국민의 냉정한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해야 한다는 취지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일본 수산물 금수조치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수산 사업자를 단호하게 지킬 것을 결의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주 내로 관련 지원책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의 반발은 누그러질 낌새가 없다.

오히려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도쿠라 마사카즈(十倉雅和) 회장은 28일 중국 내에서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는 움직임 등이 있다며 "(2012년의) 센카쿠(尖閣) 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생각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2012년 9월11일 센카쿠 열도 중 민간 소유인 3개 섬인 우오쓰리시마(魚釣島)·기타코지마(北小島)·미나미코지마(南小島)를 구입해 국유화 했다.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다.

중국이 이에 반발하면서, 당시 중국 내에서는 불매 운동이 번졌다. 중국 각지에서는 격렬한 반일 시위가 일어나면서 일본 자동차가 습격당하는 등 일본 기업의 경제 활동에도 큰 타격이 됐다.

아직 중국에서 2012년 당시만큼 격렬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베이징에 있는 일본계 기업 간부는 아사히에 "예단은 금물이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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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AP/뉴시스]지난 24일 중국 세관당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가운데 베이징의 한 마트 수산물 코너에서 한 직원이 제품 원산지를 확인하고 있다. 2023.08.29.

◆일그러진 일본의 중·일 관계 개선 청사진…"미·중 관계보다 어려워"

일본 언론을 종합하면, 일본 정부가 그렸던 하반기 중·일 관계 개선 시나리오는 이렇다.

우선 8월 28~30일 연립여당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가 기시다 총리의 친서를 들고 중국을 방문한다.

이를 계기로 기시다 총리는 9월 5~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서의 리창(李強) 중국 총리와의 회담을 꾀했다.

또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중·일 양국 정부는 9월 9~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기시다 총리의 회담을 모색했다.

올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의도 중·일 정상회담 개최 후보지로 부상했다.

의장국 한국이 연내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중일 정상이 회담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청사진은 첫 발부터 어그러졌다.

중국은 지난 26일 "현재 직면한 중일 관계 상황을 감안해 (야마구치 대표가 방중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며 야마구치 대표의 방중 연기 의향을 전달해 왔다.

아사히는 "일본 정부는 야마구치 대표의 방중을 통해 중일 관계 악화에 제동을 걸 실마리를 모색할 생각이었던 만큼, 타격은 크다"고 분석했다.

이번 방중 취소는 갑작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는 일본 총리 관저 관계자가 “사전 교섭도 없었다”며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일본 외무성의 간부도 "갑자기 취소했다"고 밝혔다.

공명당의 한 관계자는 "당분간 냉각기간일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일정은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아사히는 "9월 상순 기시다 총리와 리 총리의 정상회담 전망도 위태로워졌다"도 지적했다.

공명당은 전통적으로 중국과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해 왔다. 중국은 1972년 주일 국교 정상화 협상 과정에서 공명당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중국의 역대 지도부도 공명당과 관계를 중시해 왔다.

그러나 중국 내 일본 반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야마구치 대표가 방중한다고 하더라도, 중국 측 인사들은 엄중한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다.

중일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방중 취소가 "야마구치 대표의 체면을 구기지 않기 위한 중국의 배려", 혹은 "당분간 정치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강한 자세의 표현"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야마구치 대표의 방중을 통해 9월 국제회의 등에서 중일 정상외교를 하려던 일본의 시나리오는 "갑자기 좌절된 모습"이라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중국 외교싱크 탱크의 한 간부는 신문에 "이제는 (중·일) 정상 간 수준에서 해결을 모색하는 것 이외에는 방안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정상 간 외교 가능성이 옅어진 가운데, 당분간 중일 간 냉랭한 관계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장관들을 잇달아 중국으로 보내 정치 대화를 재개하는 가운데 "중·일은 처리수(오염수의 일본 정부 명칭) 문제라는 새로운 장벽을 떠안아 관계 안정화가 한층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아사히는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ci2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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