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데이비드 선언, 한미일 협력의 대전환…인태 안보 '새시대'[뉴시스 창사 22년]
캠프데이비드 '정신·원칙·공약' 채택"한미일은 하나가 될 때 더 강하다"3국 정상 "최소 연1회 만나 협의하자"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새로운 시대(New Era)의 천명". 한국, 그리고 미국, 일본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인도태평양 안보의 새 시대를 열 주춧돌을 깔았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캠프데이비드 공동선언에 '새로운 시대의 천명'이라는 표현을 담았다. 3국 안보 협력 핵심은 역내 외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공동기자회견에서 "3국 공동의 이해를 위협하는 역내 긴급한 현안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협의하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동맹에 '가까운' 안보협력 체계다. 동맹의 제1원칙은 '내 친구의 적은 나의 적'이다. 일방이 공격 당하면 다른 일방도 전장에 나선다. 세 나라가 이 수준에 합의한 건 아니다. 국가안보실 관계자는 "세 나라는 공히 자기 나라의 안보 이익에 직결된 문제라고 합의할 때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 친구의 불이익이 내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동맹이라 이름 붙일 순 없지만 이에 버금가는 안보 협력이다. ◆"한미일은 하나가 될 때 더 강하다" 3국이 약속한 내용은 대체 무엇일까.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국은 3가지 문서를 채택했다. 공동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Spirit of Camp David)', 3국 협력의 큰 틀을 명시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 ,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 3국이 공조하기로 약속한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이다. 캠프 데이비드 원칙(이하 '원칙')에서 세 정상은 "한미일이 하나가 될 때 더 강하다"고 명시했다. 세 국가가 안보협력을 하는 이유는 "역내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고 증진하는 것"이라고 목적을 밝혔다. 캠프 데이비드 정신(이하 '정신')에는 3국의 구체적인 협력 내용이 담겼다. 한미일은 우선 정상과 외교장관, 국방장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최고위 4개급 차원에서 최소 연 1회 협의를 하기로 합의했다. 고위급이 직접 나서 안보 정책을 조율하겠다는 의지다. 또 한미일 인도-태평양 대화, 한미일 개발정책대화, 한미일 사이버협력 실무그룹이 신설된다. 정상들이 조율한 안보 정책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다. 3국의 훈련계획도 수립할 예정이다. 한미일은 해양차단훈련(대량살상무기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올라 검색하는 절차) 및 해적 대응 훈련, 해상 미사일방어훈련 및 대잠전훈련 정례화 등을 추진한다. 3국 정상 간에 합의한 최초의 3자 훈련계획이다. 또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Warning Data)의 실시간 공유체계를 올해 내 구축하기로 했다.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이하 '공약')에는 '정신'과 '원칙'에 담긴 한미일 3국의 즉각적인 협의와 공조 방안을 따로 떼어내 명시했다. 3국 모두에게 위협이 되는 상황이 오면 함께 대응하자는 약속이 바로 이 문건에 있다. ◆'공약', 왜 만들었을까…"약속의 지속성" 관건 '정신', '원칙'에 담긴 내용 중 일부를 떼어내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만든 것도 주목할 점이다. 3국의 안보 공조를 앞으로도 흔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세 정상은 공약으로 만들었다. 국가안보실 관계자는 '공약'이 만들어진 배경을 "정권 교체 여부와 무관하게 3각(角) 군사 협력 체제의 정례화·제도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3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캠프 데이비드의 약속을 무력화할 수 없도록 세운 '방패'라는 뜻이다. 한미일 3국의 약속에 방패가 필요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한일 관계'의 특수성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과거사에 대한 앙금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다. 안보협력 강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한미일 3국의 합동 군사훈련 소식이 들렸을 때 "일본 자위대함이 독도 근처 영해를 지나가게 되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거대 양당의 대일(對日) 대응 방식도 판이하다.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와 손을 잡을 때도 야당은 상당한 반감을 드러냈다. 극단적이긴 하나 윤석열 정부가 정권재창출에 실패했을 때 캠프 데이비드 약속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강력한 방패를 세우지 않는다면 3국의 약속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트럼프 프루프(Trump-proof·트럼프 집권의 방어책)'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인기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재집권에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재임 시절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 주한 미군 철수 등을 거론하며 한미 안보 동맹을 흔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북한과의 협상을 주도한다면 3국이 손잡은 대북 대응 정책은 뿌리부터 흔들린다. 뉴욕타임스(NYT)는 "캠프 데이비드 회의나 협의문은 ‘트럼프가 다시 오더라도’ 이를 지속한다는 암시로 가득했다"고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