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의 굴레 빠진 청년②]"빚 청산만 기다립니다"[뉴시스 창사 22년]
청년 부채 나날이 증가…연체율도 급상승소비 위축하고, 금융 안정성 저해시킬 가능성↑"무분별한 빚 탕감 대신 선별적 지원 이뤄져야"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 몸이 아파 일을 하지 못하는 A씨(32)는 기초생활수급자다. 생활비와 월세 마련을 위해 급전이 필요한데 소득이 없다 보니 제도권 금융회사의 대출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서민금융진흥원의 지원센터를 방문해 긴급 소액생계비대출 100만원을 받긴 했으나, 월 5000원에 불과한 이자 상환도 무직자인 그에겐 큰 부담이다. 과거 받은 대출금의 상환 기간도 임박해오고 있는데 갚을 방도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 중소기업을 다니는 직장인 B씨(35)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빚을 갚는 데 쓰고 있다. 1억원이 넘는 전세대출을 간신히 받아 원룸에서 살고 있지만, 최근 고금리 기조에 따라 상환해야 할 월 이자가 수십만원 증가해 부담이 늘어났다. 게다가 대학 시절 받은 학자금 3000만원에 대한 원리금도 매달 꼬박꼬박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말 결혼을 앞둔 그는 예식장 비용도 대출로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년들의 채무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차입 규모 증가한 차주의 연령별 잔액 및 비중'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연령 대출 증가분은 총 79조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30대 이하가 40.8%(32조5000억원)를 차지했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청년 빚에 대한 연체율도 늘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최근 3년간 19개 은행의 연령별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기타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연체율은 대출 종류를 가리지 않고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빚에 시달리는 20대가 늘면서 개인 워크아웃의 원금 감면 확정자 규모도 201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청년들의 빚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건 향후 국내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한 청년의 부채 상환 부담은 결국 소비 위축을 일으켜 내수에 영향을 주고 연체율 증가로 이어져 금융회사 건전성 등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또 주거비 증가로 청년층의 부채가 증가하면 생산적인 곳으로 금융시장의 자원이 배분되지 못해 국내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미 한계 수준에 다다른 가계부채만 더 늘리게 되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청년을 지원하는 다양한 금융정책들을 내놓았다. 청년들이 5년간 매월 70만원씩 은행에 납입하면 최대 5000만원을 모을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를 비롯해, 채무 변제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 대출자를 대상으로 금리 인하·상환 유예 등을 지원하는 '신속 채무조정 청년 특례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반면 한편에서는 청년층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빚투, 부동산 영끌 등으로 발생한 청년 빚을 국가 세금으로 지원하는 게 과연 맞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채무에 대한 원금을 무분별하게 탕감해주는 것은 오히려 도덕적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며 청년에 대한 선별적이면서 간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위적으로 원금을 탕감하는 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청년 본인들의 재무계획에 맞춰 상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금리를 낮춰 이자 비용을 줄여주는 방법이 가장 중요하다"며 "대환대출 등 정부 주도의 프로그램들이 나오고 있는 만큼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금리 인하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년도약계좌 등 청년들의 자산 형성 프로그램 기준 역시 완화해야 한다"며 "만기를 더 단축하거나, 나이가 만 34세를 초과하더라도 실업수당을 받는 사람들은 가입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연체가 늘어 감당하기 힘든 청년에 대해 이자 일부분을 삭감해 자발적으로 상환계획을 세우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들의 모든 빚을 지원해줄 수 없다"며 "경기악화로 노동시장이 안 좋아져 불가피하게 소득이 없어 빚을 낸 청년들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이 있음에도 투자로 인해 빚을 낸 청년들은 정부가 지원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예산이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무분별한 청년 빚탕감은 시행되지 말아야 한다"며 "오히려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