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묻지마 범죄 '엄한 처벌'만이 해답?…"사회안전망 강화해야"[안전사회①]

등록 2023-09-28 07:00:00   최종수정 2023-10-11 10:11:39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처벌·격리 강화 대책에…"사후대응" "낙인" 지적

"분석할 관련 통계부터…사회 안전망 강화 필요"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여동준기자 = 서울 신림역·경기 성남 서현역 등에서 이상동기 범죄(묻지마 범죄)가 잇따르자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처벌·격리 강화에 방점을 찍은 정부의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사회 안전망 강화' 등의 대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일면식도 없는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구속된 조선이 2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2023.07.28. yeodj@newsis.com
[서울=뉴시스]여동준 박광온 기자 = 신림역 칼부림,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등 잇딴 이상동기(묻지마) 범죄에 정부가 '처벌과 격리'에 방점을 찍은 대책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에 대한 심층 분석과 함께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사전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지난 8월 한덕수 국무총리를 통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 추진 ▲사법입원제 추진 ▲공중협박·공공장소 흉기소지 처벌 규정 신설 ▲우려 지역 경찰력 집중 배치 등 처벌과 격리 강화를 골자로 한 이상동기 범죄 대책을 내놨다.

우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20년을 복역하면 가석방 될 수 있는 '상대적 종신형'과 달리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종신형'에 해당한다. 사법입원제는 흉악범죄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중증 정신질환자를 사전에 파악해 법관의 결정으로 강제입원하게 하는 제도이다.

공중협박·공공장소 흉기소지 처벌 규정을 만드는 것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지에서 꾸준히 올라온 '살인 예고 글'이 국민 불안을 부추기고 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지적에 따라 나왔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동기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3.08.23. dahora83@newsis.com


◇처벌·격리 강화 대책에…"사후대응" "낙인" 지적

전문가들은 처벌과 격리 강화에 초점을 맞춘 정부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경우 이미 사건이 일어나 많은 생명이 죽고 다친 뒤의 사후대응적 방안"이라며 "중벌 위주의 대응이 효과적인 대응이 될 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도입된다고 해도 범죄 억지력은 크게 없을 것"이라며 "이상동기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이 본인이 저지를 범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어 판단을 하고 자기 행동을 통제하거나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법원이 지난 8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재사회화'라는 형벌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일반 범죄에까지 중형이 선고될 우려가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사법입원제의 경우 지난 2016년 헌법재판소가 '본인 동의 없는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위헌으로 판결하는 등 도입시 논란의 소지가 있다. 김용구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소장은 "범죄 예방 차원에서만 접근하면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해 인권 침해가 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입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추가로 판사가 필요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우려했다.

경찰력 강화와 위력순찰이 도리어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어보려는 이른바 '어텐션 시커(attention seeker·관심종자)'의 모방범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윤호 교수는 "장갑차가 배치되고 경찰이 많이 오가고 있으면 오히려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일을 벌이고 싶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associate_pic
[성남=뉴시스] 김종택 기자 =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22)이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3.08.10. jtk@newsis.com


◇"분석할 관련 통계부터…사회 안전망 강화 필요"

우선 이상동기 범죄 관련 통계부터 체계적으로 수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윤호 교수는 "미국은 흉기난동을 증오범죄로 분류하고 관련 통계를 FBI에서 따로 작성한다"며 "우리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 통계가 제대로 구축돼야 언제 어디서 어떤 사람이 어떤 과정으로 흉기난동까지 발현될지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고 분석할 수 있어야 예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사회안전망 강화도 해법으로 제시된다. 곽 교수는 "범죄가 발생할 때는 개인적, 사회 환경적 요인이 상호작용하게 되는데 상대적 박탈감, 고립감 등을 느끼다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굳어지고 임계점을 넘게 되면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폭발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사회적 안전망을 촘촘하게 짜서 이런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위험군에 있는 사람을 조기에 파악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경제적 이유라면 적절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고 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는 경우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eodj@newsis.com, lighton@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최신 포커스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