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아니면 불안"…빌라 전세 기피 심화[전세사기 상처]④
고금리·전세사기 여파…비(非)아파트 전세 기피 뚜렷서울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서 월세 비중 60% 넘어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고금리 장기화에 전세 사기 우려가 겹치면서 전세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서울 강서구와 인천 등 수도권 곳곳에서 터진 전세 사기 사태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빌라 전세를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전세 거래량이 4만109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6228건) 대비 26.9% 감소했다. 또 비(非)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올해 1~7월 서울 비아파트의 전·월세 거래량은 16만2192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월세 거래량 9만7801건, 전세 거래량 6만4391건으로 월세 비중이 60.3%로 나타났다. 서울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은 것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서울 비아파트의 월세 비중은 2020년 43.6%, 2021년 46.4%, 2022년 54.4%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에서도 비아파트의 월세 비중이 가장 높은 자치구는 관악구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관악구의 비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1만4691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월세 거래량 1만211건, 월세 거래량 4480건으로 월세 비중이 69.5%에 달했다. 또 ▲노원구 69.3% ▲종로구 66.7% ▲동대문구 66.3% ▲동작구 66.2% ▲서대문구 65.2%, ▲강남구 64.5% ▲광진구 63.1% 등이 뒤를 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빌라 공급량도 대폭 감소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월부터 7월까지 전국 다세대주택 건설 인허가 물량은 5872가구로, 전년(2만1650가구) 대비 72.9% 급감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17만8209가구로, 24.9%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것이다. 지난 7월까지 다세대주택 착공 물량은 6365가구로, 1년 전 2만1596가구 대비 70.5% 감소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단독·다가구·연립 등 비아파트 전세 거래는 전세 사기로 여파로 월세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비아파트 전세 거래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정부의 까다로운 보증보험 기준으로 인해 미가입 매물만 늘어나면서 시장 자체가 위축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5월 반환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공시가격의 150%까지 주택 가격을 산정했지만, 올해 5월1일부터 공시가격의 140%, 주택 가격의 90%까지 보증 요건이 강화했다. 이에 따라 공시지가 126%까지 전세 보증이 가능해졌다. 또 지난해 대비 전국 평균 공시가격은 약 18.6% 하락해 전세 보증 가입 요건이 더 까다로워졌다. 전문가들은 전세 사기와 역전세난 등으로 전세 기피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사기 피해가 이어지고, 역전세난 등이 겹치면서 빌라시장에 대한 수요자들의 기피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에 있어야 한다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수요가 늘었고, 아예 소형 아파트 매매로 눈을 돌리는 움직임도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전세 매물이 줄고, 전세 대신 월세를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며 "수요 증가로 월세가 오르다 보니 상대적으로 주거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