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빛의 미술관 정원] ‘50살’ 허쉬혼 미술관의 다음 발걸음은
허쉬혼 미술관과 조각 정원⑤
발레리 J. 플레쳐(Valerie J. Fletcher) 허쉬혼 미술관 선임 큐레이터는 인간의 형상을 한 작업들, 전후 불안을 반영한 휴머니즘, 새로운 시대의 언어인 추상, 기하학적 조각들로 나눈다. 앞의 두가지가 상대적으로 구상에 가깝다면, 뒤의 두 가지는 추상이다. 영부인 레이디 버드 존슨이 허쉬혼의 그리니치 맨션을 방문했을 때, “고뇌, 존엄, 인내, 자기희생”(agony dignity endurance self-sacrifice spiral)이라고 극찬한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은 대표적인 인간형상의 작업들로 꼽힌다. 전후 휴머니즘은 인간의 형상이되, 작가의 감정을 담아낸, 절반 정도 추상에 발을 걸친 작업들이다. 헨리 무어의 ‘앉아있는 여자’(Seated Woman)나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기념비적인 두상’(Monumental Head) 등이 있다. 20세기로 넘어오면 추상의 시대가 열린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급격한 사회변화를 시각예술은 추상이라는 언어로 번역한다. 한발 더 나아가 기하학적 실험까지 이어지는데, 추상의 대표작가로 루치오 폰타나(‘Spatial Concept: Nature’)가 있다면, 후자엔 알렉산더 칼더가 있다. 흥미로운 건 조각이 계속 바뀐다는 것이다. 설치됐다고 영원히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작품이 교체된다. 최근에는 2023년 베니스비엔날레 미국관 작가였던 시몬 레이(Simone Leigh)의 조각이 그의 개인전을 맞아 미술관 정문에 설치됐다. 스미스소니언은 스스로를 “현대 예술과 문화의 선도적 기관으로, 우리 시대의 예술과 예술가들을 위한 국가적 플랫폼을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브람 러너 허쉬혼 미술관 초대 관장의 10년 임기 동안 컬렉션은 6000점을 넘어섰다. 20세기 후반, 동시대 미술을 주 타깃으로 체계적인 컬렉션을 구축했다.(한국 작가 중에서는 이우환, 박서보, 정상화, 김창열, 임충섭 작가의 작업이 소장품 리스트에 올라있다.) 대규모 개인전으로 작가의 예술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것도 허쉬혼 미술관의 특징이다. 관객과의 소통이 미술관 정책의 주요 이슈가 된 지금, 허쉬혼 미술관의 다음 스텝은 무엇이 될까? 미술관은 개관 50주년을 앞두고 원래 미션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멜리사 치우 관장은 DCist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예술가들은 다양한 방법, 재료, 규모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3차원적으로 풀어낸다. 공연예술을 유연하게 끌어들이려 한다. 우리 미술관은 이미 오래 전부터 비디오와 뉴미디어 컬렉션을 구축해 왔다”고 설명했다. 시대 변화에 따른 미술 영역의 확장, 다양성의 존중, 접근성의 강화가 허쉬혼 미술관이 이번 리노베이션을 통해 지향하는 방향이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뛰어넘는 감동이 있기를 기대한다. (다음 주 새로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