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톱 작가 김윤신 "이런 순간 상상도 못해…나를 완전히 미술로 내놓겠다"[2024베니스비엔날레]
2024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초대합이합일 분이분일 연작 4점·돌조각 4점 공개국제갤러리 전속…수퍼플렉스도 선정 전시
[베니스=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런 순간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90세 전기톱 조각가로 유명한 김윤신 작가가 베니스비엔날레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17일 이탈리아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 본전시관에서 만난 김 작가는 "그동안 작업만 하면서 비엔날레 전시는 생각도 못했는데…이렇게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주고…이제부터가 아니겠어요?"라며 자신감에 찬 '백발의 카리스마'를 보였다. 2024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참가해 전기톱으로 썰고 깎아 만든 나무 조각과 대리석(돌)조각을 선보인 김윤신은 휘황찬란한 현대미술작품속에서 정중동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시 입구에서 바로 이어지는 김윤신의 작품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수많은 회화를 병풍 삼아 전시장 한 가운데에 목조각들이 설치됐다. 김윤신 작가는 "다른 작품들은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인데, 나는 거꾸로 돌아간 거 같다"며 "내 작품 속 내용은 원초적이다. 내가 그것을 찾아가지 않았나 싶다. 이젠 나를 완전히 미술을 통해서 내놓겠다"고 했다. "하마터면 놓칠 뻔한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잊지 않고 계속해서 찾아준 예술감독 아드리아노 페드로사(Adriano Pedrosa)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1974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이후로 오로지 작업에만 매진해왔는데, 무려 50년이 지나 이런 크고 중요한 전시에 초대되리라곤 미처 상상도 하지 못했다. 2024년이 내게 큰 행운이 깃든 해인 만큼, 앞으로 더 좋은 작품으로 세상에 응답하고자 한다." 구순의 나이에도 아르헨티나와 한국을 오가며 영원한 이방인을 자처하는 김윤신의 세계관은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이다. 이번 본 전시에서도 이 연작에 속하는 4점의 나무 조각과 4점의 돌 조각을 선보였다.
197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탄생한 출품작 중 나무 조각 4점은 소나무 혹은 호두나무와 같은 원목을 사용한 반면 나머지 돌 조각 4점은 오닉스(onyx)와 재스퍼(jasper)와 같은 준보석이 재료다. 원목과 준보석을 조각하는 과정이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재료의 속살과 표면의 시각적인 대조와 조화가 이번 출품작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강인한 동시에 예리한 작가적 접근이 돋보이는 본 조각 작업들은 낯선 땅과 마주한 '이방인'이 새로운 소재로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개발해온 과정을 선명히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주제와도 완벽하게 만난다. 김윤신 작가는 올해 초 국제갤러리와 리만머핀 갤러리와 공동 소속 계약을 체결하며 60여 년 예술 인생 처음으로 주요한 상업 갤러리와의 협업을 시작했다. 생애 첫 전속을 맺은 김 작가는 국제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오는 28일까지 선보인다. 1970년대부터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합이합일 분이분일'의 철학에 기반한 목조각 연작과 함께 꾸준히 지속해온 '회화 작업'등 총 51점을 국제갤러리 서울점 K1과 K2 공간에 전시했다.
한편 김윤신 전속인 국제갤러리는 이번 본전시에 전속인 수퍼플렉스도 선정되어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수퍼플렉스는 1993년 결성된 이래 민주주의, 기후, 도시, 난민 등의 범세계적 주제를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다뤄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Foreigners, Please Don’t Leave Us Alone With The Danes!'(2002)를 재해석한 작업을 소개한다. 지난 2002년 수퍼플렉스는 난민을 상대로 배타적 태도를 취하던 코펜하겐 정부를 비판하고 난민 이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이방인들이여, 제발 우리를 덴마크인과 홀로 남겨두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코펜하겐 도심 곳곳에 부착했다. 정치 포스터가 보통 주변환경에 묻혀 본연의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다는 한계에 착안, 공공장소 표지판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주황색 배경과 그와 대비를 이루는 검은색 텍스트로 디자인한 이 작업은 외국인, 이민자, 난민, 디아스포라 등의 주제에 대해 경종을 울려왔다. 실제 포스터 형태의 작업은 2002년 이후로 덴마크 내에서만 10만 장 이상 배부되었으며, 2018 광주비엔날레를 포함 국내외에서 다양한 형태로 활발히 전시된 바 있다.
한편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은 '이방인은 어디에나(Stranieri Ovunque – Foreigners Everywhere)'를 전시 주제로 총감독 아드리아노 페드로사(Adriano Pedrosa)가 직접 큐레이팅하는 본전시에 한국 작가 김윤신, 이강승(미국 LA) , 작고 화가 이쾌대, 장우성까지 4명을 포함하여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오른 총 330명의 작품 수천 점을 전시했다. '미술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은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의 프리뷰를 거쳐 오는 20일 공식 개막, 일반 관람객들의 전시 관람이 시작된다. 오는 11월 24일까지 약 7개월간 이어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